2. 일주일 전

by 숙희달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터져버리거나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았다.


강아지에게 사실을 말해주기도 했다.

위로의 말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심연을 아는 듯

품에 안겨 말없이 얼굴을 핥기만 했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제일 멀리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옆에서 나를 지켜줄 사람보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사실을 전달하는 동안

눈물보다 분노가 앞섰다.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지금은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 통화는

밖에서 듣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못 들은 사람처럼

내 표정과 안부를 살폈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식탁의자에서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우냐는 내 말에

네가 이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다며

연신 미안하다며 앵무새처럼 말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다시 솟구쳐

막 신혼인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의 행복한 시간을 깨고 싶지 않아

수없이 망설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기적이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빠는 짐을 챙겨놓으라며

지금 출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혼’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릴 정신이 아니었다.


우선 같이 있어보겠다고,

모호한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 통화가 끝난 뒤

가장 큰 산이 나를 덮쳐 순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은 그날, 그 순간부터

나는 나보다

아버지를 먼저 떠올렸다.


우리 아버지, 어쩌지.


아버지의 표정,

몸짓,

숨소리까지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하게 아팠다.


어제 그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같이 돌아가던 길.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아부지’라는 단어가 보였다.


보자마자

마치 훔친 남의 핸드폰처럼

진동과 진동음도 들리지 않게

옷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진동이 멈춘 뒤

다시 꺼내 본 화면 속

‘아부지’라는 글자.


말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문자 하나를 보냈다.


‘목감기가 너무 심해서 통화를 못해.

나으면 연락할게요.’


아무렇지 않게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주말부부인 딸이 아프다는 게

걱정이 되셨는지

이틀 뒤에도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다.

울음과 분노로 쉰 목소리였지만

감기 기운인척

많이 나았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안부를 물으셨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그때도 집 안에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만큼은

이 현실에

가장 늦게 도착했으면 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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