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한 딸에서
다시 철부지 막내딸로 돌아가고 있던 나는
아버지와의 평범한,
단둘이의 식사가 어색했다.
언제 장을 봐오신 건지
식탁 위에는
정갈한 반찬과 국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걸 한참 바라보다가
아버지가 숟가락을 들자
아버지를 이어 숟가락을 들었다.
익숙한 식탁과 식기들이었지만,
밥상은 어색했다.
내 눈은 다음 반찬을 찾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젓가락과 겹칠까 봐
손을 뻗지 못했다.
결국
맨밥만 조금씩 떠먹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문 너머로 작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서야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집밥이었다.
엄마가 아프던 시간 동안
식탁은 늘 비어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가 채워져 있었지만,
나는
그 맛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 자리에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숟가락은 손에 쥔 채였고,
밥은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
혼자 남겨진 식탁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나는
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따뜻했다.
그 온도가
이상하게 낯설었다.
한 번 더
반찬에 손을 뻗었다.
아까는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거리였는데,
이제는 너무 쉽게 닿았다.
그게 더 어색했다.
나는
천천히 밥을 먹었다.
나는
빈 그릇들을 바라보다가
마지막 밥풀까지 싹싹 긁어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크대에
그릇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물은
생각보다 크게 쏟아졌다.
나는
손을 잠깐 멈췄다가
다시 물을 틀었다.
내 맞은편 그릇에 묻어 있던 밥풀을
손끝으로 떼어내면서,
이 집에
다시 내가 들어와 있다는 걸
조금씩 실감했다.
신혼집에서는
온갖 생각이 드나들던 설거지를
이 집에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할 수 있었다.
그게
오히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