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만 두 손 가득히 안고 돌아온 딸이
아버지에게 할 수 있는 효도는 무엇이 있을까.
당장 괜찮아진 척 연기하는 건
아버지가 보기 더 힘들어하실 것 같았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비어있지만
정리가 덜 된 오빠 방 문을 열었다.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 뒤로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위로나 공감도 없었지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방 안을 둘러봤다.
신혼집에서 가져와
그대로 처박아두기만 했던 물건들이 보였다.
그 집의 냄새와 기억이 같이 묻어 있어서
나는 다시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안방에서 아버지의 인기척이 들리자
이 집에 없던 사람처럼 오빠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오빠의 방을 내 방으로 바꾸는 일은
하루에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내가 가져온 물건들을
베란다로 하나씩 옮겨놓았다.
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많은 것을 버리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걸 남기고 있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쓰레기부터 봉투에 담았다.
쌓여 있던 물건들을 조금씩 치우다 보니
내게 벌어진 현실에서 잠시 떨어져 있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았다.
중간에 몇 번의 멈춤이 있었지만,
다시 손을 뻗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방을 다 정리한 건 아니었지만
처음보다 조금은 나아져 있었다.
나는 문 앞에 잠시 서서 안쪽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어느새 거실에 나와 있었다.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걸 아신 것 같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가 말했다.
“저녁 뭐 먹을래?”
나는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
“아부지가 해주는 아무거나 다 좋아.”
잠시 후
주방에서 희미한 콧노래가 들렸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아빠를 아부지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