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 옥동자를 출산한 고양이

by 김경미

어느 날 보리가 침대 밑에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물을 쏟아 놓았다.

하루 종일 몇 차례나 계속 심하게 먹은 것을 토해 냈다. 고양이들은 자신의 몸을 혀로 계속 닦아내기 때문에 삼켜진 털을 토해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토하는 양이 많고 반복되는 것으로 보아 보리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 길로 보리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더니 당장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조금 두고 보자는 진단이 나왔다.

보리는 계속하여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이튿날 다시 병원에 가니 그제야 위장에 있는 무엇인지 모를 물체가 감지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보리가 이물질을 삼킨 것 같다며 대변을 통해 나오면 다행이고 안 그러면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제발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배출되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손꼽아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수시로 제리와 보리가 생산해 낸 냄새나는 대변을 비닐장갑 낀 손으로 주무르며 이물질이 나왔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그로부터 삼사 일이 지났을까? 드디어 며칠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야위어진 보리의 엉덩이에서 어떤 꼬투리가 삐죽 빠져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그대로 잡아당기려 했더니 딸이 손사래 쳤다.

자칫 장까지 얽혀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하여 가위로 잘라내고 하루를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지난밤 생산해 낸 녀석들의 대변을 주무르다 말고 우리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리의 대변에서 둥글게 얽혀 있는 시커먼 뭉치가 발견된 것이었다.

그 뭉치를 잡아당겨 보니 어이없게도 무려 80cm가량 되는 장난감 노끈이었다.

도대체 저 기다란 노끈을 어떻게 삼킨 것일까?


여하튼 보리가 저 끈 뭉치를 몸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얼마나 용을 썼을지! 우리는 마치 보리가 옥동자라도 출산한양 기뻐했다.

비록 며칠 동안이나 냄새나는 대변을 주물러야 했지만 배를 가르지 않고 이물질을 밀어 내보낸 보리가 너무나 신통했다.

보리는 다시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곧바로 활력을 되찾았다.

우리는 행여 같은 일이 반복될까 집안의 온갖 끈 종류는 모두 처분하거나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게 되었다.


이같이 무법자 불효냥을 때론 야단도 치고 대변을 주무르기까지 하는 가운데 보리는 서서히, 아주 조금씩 가족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는 멀리 던진 장난감 공을 입에 물고 되돌아 가져오기도 한다.

은근히 다가와 엉덩이를 내밀거나 살짝 무릎에 올라앉기도 하는 등 우리 가족 모두를 기쁘게 하는 고양이로 변화되어 갔다.


“우리 보리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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