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 제리의 네 번째 이야기

by 김경미


내가 처음 입양된 시기에 팬데믹인가 코로나라고 하는 녀석이 왔었다고 해.

엄마는 물론이고 누나와 형 모든 식구들이 거의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서 종일을 함께 보냈어.


그러니 코로나가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고마웠어.

왜냐하면 모두가 나와 함께 놀고 싶어서 줄을 설 정도로 태어나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살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난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해.


‘코로나 그 녀석, 참 착하고 좋은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간 걸까…?’


나는 종일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어.

매일매일 엄마가 챙겨주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뒤늦게 어렵사리 찾은 나의 행운을 즐겼지.

특히 엄마는 난생처음 먹어보는 간식을 하루에 서너 차례나 챙겨 주시곤 했어.


나는 현관 바로 옆 제일 끝에 있는 누나 방에 있을 때도 저쪽 편 주방에서 “퍽” (닭고기 캔 따는 소리)이나 “탁” (삶은 계란 깨는 소리) 소리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어.

왜냐면 몸은 먼 곳에 있다 해도 귀만큼은 간식을 준비하는 엄마를 향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니까. “퍽” 또는 “탁” 소리와 동시에 날랜 다리를 이용, 초스피드로 주방에 달려가곤 했지.


엄마는 나의 잘 생긴 모습을 날마다 사진으로 남겼어.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늘 끄적이곤 했지.

처음에는 무엇에 저렇게 열중하는 건지 알 수 없었어.

어느 날인가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스케치북을 슬쩍 들여다보니 종이 위에 온통 잘 생긴 고양이들이 잔뜩 그려져 있더군. 바로 내 모습이었던 거야!


그제야 나는 엄마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

엄마는 뒤늦은 나이에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그림 그리기에 도전한 사람이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방마다 벽에 붙여진 많은 그림들도 바로 엄마가 그린 것이었어.


그때부터 나는 기꺼이 엄마의 전속 모델이 되어 주었지. 물론 사진을 통해서지만 말이야.

믿거나 말거나 난 일부러 멋진 포즈로 걷고 뛰려고 엄청 애를 썼거든?

이 사실은 아마 엄마도 모르고 있을걸?


보리가 온 뒤로는 나뿐만 아니라 보리의 그림도 늘어났어.

아니 오히려 나보다 보리의 그림에 더욱 열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뭐지? 엄마가 나보다 보리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있잖아? 보리가 나 보다 다리가 길쭉하니 더 멋진 모델이라도 된다는 건가?”


왠지 기분이 싸아했어. 하지만 뭐 아무러면 어때?

고양이로 태어나 화가의 전속 모델이 되다니, 이쯤 되면 고양이로서 크게 출세한 것 아닌가?

엄마가 하루빨리 멋진 진짜 화가가 되면 참 좋겠다.

그러면 더불어 나와 보리도 곧 유명 인사, 아니 유명 고양이가 될 수 있을 텐데.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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