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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Jul 31. 2024

기억을 마주할 용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영화리뷰)

제목: Attila Marcel (2014 개봉, 24년 재개봉)

개요: 프랑스, 코미디, 106분

첫 개봉: 2014년 7월 24일(대한민국)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기욤 구익스, 안느 르 나이



에디터: 너울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감상 이후 읽기를 추천.*

https://www.youtube.com/watch?v=N_ZR6NeVBl0

"나쁜 추억은 행복의 호수 아래 가라앉게 해"

"수도꼭지를 트는 건 네 몫이란다."


때때로 기억하기 싫은 일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희미해진다. 그 기억은 잔잔한 호수 같지만, 깊고 무성한 물풀 사이에 똬리를 틀고 살고 있다. 주인공 폴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을 옭아매는 기억이.


32세, 내년이면 더 이상 청년부 피아니스트로 출전할 수 없는 폴은 

어릴 적 부모님의 죽음 후 말을 잃은 채 영원한 2살로 살고 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버지 아틸라 마르셀을 원망한다. 

그의 이모 둘은 그들의 죽음에 관해 쉬쉬하는 상황에서 폴은 자기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있는 사진은 

항상 아버지만 오려 내어 어머니의 사진만 책상 속 비밀 공간에 보관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사진을 버리지는 못하고, 상자 속에 던져두는 폴.


사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아버지였다는 것을 

프랑스 원제(아틸라 마르셀 Attila Marcel)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자신과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이게 하는 영화의 수미상관 구조에서도, 

폴에게 아버지의 부재, 동시에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준다. 

한 배우가 폴과 아버지를 동시에 연기한 것도 우연은 아니니라. 

폴이 마주친 마담 프루스트는 슬픈 눈을 한 그를 위해 특별한 비밀 정원을 소개한다. 

이 영화는 폴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심리 상담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심리와 행동 변화를 세세하게 그린다.


폴은 마담 프루스트의 특제 차로 기억의 호수를 파헤친다. 

그가 마셔야만 했던 쓰디쓴 상황들이 있었다. 먼저 부모님의 죽음이다. 

폴의 기억 속 폭력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한 아버지는 사실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었다. 

폴의 단편적인 기억이 그를 괴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부모님의 죽음에 관한 

트라우마.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피아노로 이를 극복한다. 

피아노가 추락할 때 방영하던 프로그램 속 개구리들은 이제 그와 함께 연주한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감정과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폴은 

누구보다 훌륭한 연주를 성공하며 박수갈채를 받는다.


다음으로 피아노는 그가 극복해야 할 제일 큰 산이었다. 

피아노는 그가 쳇바퀴 돌듯 연주해야만 했던 악기인 동시에, 부모님에게 죽음을

 안겨준 최후의 악마. 부모의 죽음 후, 본인의 의지 없이 이모들의 손에 컸던 폴. 

아버지의 악몽에서 깨어나 이모들의 노랫소리로 샤워를 하고, 

그들의 댄스 수업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하릴없이 공원에 앉아 있다가 

빵집에서 슈케트를 사 집에 돌아오는 삶. 마담 프루스트는 괴로운 기억보다 

쳇바퀴 도는 삶이 폴을 더 괴롭게 한다고 말한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피아노 건반을 강하게 내리친 폴. 

수백수천 번을 연주해 온 피아노 덮개가 약하다는 사실을 폴이 모를 리 없다. 

그가 영영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


마지막으로는 마담 프루스트의 죽음이다. 

마담 프루스트는 항암치료를 받는, 혹은 받았던 환자였다. 

죽음이 가까이 드리워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폴에게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고, 

폴은 정원이 사라진 이후에서야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치료해 주고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었던 마담의 상실은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그를 위로해 준다. 

네 인생을 살거라(Vis ta vie)! 마담의 무덤에 놓았던 무스틱이 빗소리로 삶을 연주한다. 

그녀의 죽음 에서 폴은 자신만의 인생을 시작한다. 

이제는 이모들이 시킨 피아니스트의 인생이 아니라, 

자신만의 우쿨렐레를 집어 든 폴. 당신도 지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혹 어쩔 수 없다며 다른 이의 삶을 살고 있진 않은가?





오랜 기억을 마주하기가 때로는 너무도 두렵겠지만, 

연 안개를 헤집어야만 할 때도 있다. 

예전엔 무채색이었던 그의 기억에 초록색이 무성하게 자랐다.

 

마담 프루스트를 기억하여, 당신도 이제 Vis ta vie!









모든 이미지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474438/mediaindex/?ref_=tt_mv_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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