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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울 Aug 07. 2024

목적을 잊어버린 영혼들에게

[소울 영화 추천 리뷰]

제목: 소울(Soul)

개요: 미국, 코미디, 판타지, 100분

개봉: 2021년 1월 20일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감상 가능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에디터: 너울


"예전에 한 물고기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그 물고기는 늙은 물고기에게 말했어.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다야."

"여기가요? 여기는 그냥 물이잖아요. 제가 원하는 곳은 바다라고요."

.

.

.

남들이 들었을 때 혹할만 한 꿈이 있다.

거대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

나의 뮤즈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것.

지긋지긋한 매일을 벗어나는 것.


그 꿈을 이룬 조는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어머니의 앞에 당당히 서고, 

잘나가는 뮤지션의 반열에 올랐으니까. 그런데, 어라... 공허하고 허탈한 느낌이 조를 스쳐간다. 

무엇이 문제일까? 갈망하던 목적을 마침내 이뤘고, 앞으로는 보장된 무대가 생겼는데, 

더 이상 중학교 임시 교사로서 끔찍한 합주를 듣지 않아도 되는데.

.

.

.


<소울>은 인간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생각해 본 적 있는 사후세계와 생전 세계(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인간의 영혼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한 작품.


우연히 사전 세계에 떨어진 '조'와 수천 년 동안 지구에 가기를 거부해 온 영혼 '22'가

영혼이 뒤바뀐 채 지구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22가 지구로 가기를 결심하는 계기와

조가 인생을 돌아보는 과정에 주목해 감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바라던 목표만 이루면 내 인생은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로는 그것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직진한다.

그러나 정작 그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끝없는 허무함만이 손에 쥐어진다.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눈을 뜨면 피곤한 몸을 일으켜 가야 하는 출퇴근길, 치이고 치이는 사람들과 짜증들, 

가지 않는 시간을 견디다 멍하게 귀가하는 나날, 그리고 반복에 반복.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뤄야만 한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경력을.

그런데 그걸 이루고 나면, 그다음은?


그다음의 목표는?

그건 과연 당신이 정한 걸까? 아니면 주입된 염원인가?

영화에서 22는 조의 몸에 들어가 경험한 지구와 사랑에 빠진다.

지구에서 태어나길 수백 년 거부해왔던 그가 지구에 가고 싶어진 이유는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경력 -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회전하며 손안에 들어온 단풍잎 하나.

길을 걷다 맛본 피자 한 조각.

달달한 사탕과 미용실의 기억.

지하철 버스킹 가수의 노래.

어머니가 수선한 양복.

거리에 누웠을 때 보인 푸른 하늘.

가족과의 오랜 추억.

폐에 가득 들이 찬 신선한 공기.

그 모든 상실과 찬란함.

조가 회상하는 순간을 나는 감히 픽사의 또 다른 최고의 3분이라고 자신한다.


그것들이 매일을 살게 한다. 단순하고 별거 아닌 것들이,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그것이 목표가 되면 왜 안되는가?

볼품없는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것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인간은 결핍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곁에 있는 매일은 소중히 하길 잊으면서.



"인생을 살 준비가 되면 마지막 칸은 채워져."

지구에 떨어진 모든 영혼들에게 바치는 픽사의 헌정작.



다시 한번 인생을 받은 조와 제리의 대화를 마지막으로 들어보자.

"이제 뭘 할 건가요? 인생을 어떻게 보낼 거예요?"

"글쎄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요."

"매 순간을 즐길 거라는 거."






모든 사진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2948372/mediaindex/?ref_=tt_mv_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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