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시간은 흐르고 있어

by 화화 hwahwa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는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져 있을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우울함에 극도로 다다라 있을 때에도 힘겹게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걷는다. 그게 어디가 되었든 좋다. 내 발은 머릿속에 엉켜있는 생각들과 다르게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에 안도감이 생겨난다.

나는 그래도 살고 있다고, 살아내고 있다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멀스멀 들어차는 약간의 생동감 덕분에 몸에도 무언가의 기운이 감싼다.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걷고 있다고, 걷고 있는 동안에도 내 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이 힘든 것일 뿐 내 생명력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용기가 나는 것.


이런 이유로 자주 걷고는 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사실 슬펐던 날들로 인해서 더 자주 걷게 되었던 것 같지만. 내 조그마한 감정 탈출구는 바로 '걷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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