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환자가 내게 남긴 마지막 질문

by 별빛간호사

나는 호스피스 병원 별빛 간호사이다.

최근 지역 큰 병원에서 호스피스 파트가 문을 닫았다.
그 여파로 인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안 그래도 바쁜데!! 힝!! ㅠㅠ)

한창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띵–’ 나더니, 익숙한 폴대를 끄는 소리와 특유의 발걸음 소리.
보지도 않았는데 누구 환자분인지 알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다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

오른쪽으로 45도 고개를 돌리니
환자분이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설암 환자로 말을 잘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입모양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운전해서… 요 앞에 편의점…”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했다.
“안 돼요. 환자분, 의사 선생님이 혼자 외출은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환자분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날 보셨다.

“언제 퇴근해?”
“퇴근할 때도 못 태워드려요.”

또다시 뾰루퉁한 표정.
그리고 무언가 말씀하시는데 내가 못 알아들으니, 종이에 적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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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결혼 아직 안 했어?”


나: “아직 안 했어요. 꼭 결혼해야 할까요? 요즘 매일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들어요. 시집 안 가냐고.”


환자: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 그래도 평범하고 순리니까.”


나: “자연스럽게 하라는 얘기죠?”


환자: (끄덕끄덕) “될 수 있을 때 즐기고 살아요. 정말 이런 병이 올 줄 몰랐어요.”


나: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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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가장 어려운 게… 쉽게 하늘로 못 가는 거야.”


나: “삶에 어떤 후회나 미련이 없으신 걸까요?”


환자: “후회 없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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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수도 없이 사기와 거짓말에 속아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도 어느 정도 벌고, 가족도 부양하고, 즐기며 살았어요.”
나: “그렇군요. 가장으로, 한 인간으로 후회 없이 사셨군요. 제가 퇴근길에 기도할게요. 환자분,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요.”
환자: “분명, 안 아프게 세상을 떠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환자분은 내게 환하게 웃어주셨다.
그리고 폴대를 끌며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셨다.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환자복을 입고, 구부정한 자세로, 힘없는 발걸음을 이어가는 모습.

죽음 앞에서 삶을 담담히 말하고, 홀연히 자리로 돌아가는 길.
인간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삶의 마지막 여정.



그 발걸음에, 그 여정에, 우리들의 기적 같은 삶에…
나는 마음속으로 건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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