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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머리 Feb 13. 2023

내 결혼소식이 가족 불화의 시작이 되다니

결혼이 불화를 만드는 아이러니

 


" 나, 사실 남자친구 있어. 올해 안으로 결혼하는 게 목표야."


갑작스러운 멘트였다. 결혼을 슬슬 생각하고 있어서 조만간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와중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이렇게는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은 다른 법


엄마아빠와 함께 식탁에서 전날 방영된 연애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의 결혼 커밍아웃에 방아쇠를 당기게 된 아빠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티비보면 우리 딸보다 덜 이쁘고 하는데도 다들 잘 만나는데 너도 슬슬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


사실 이런 떠보는 듯한 멘트는 아빠가 아니더라도 내 결혼에 관심이 많은 양가할머니들이 명절이나 나의 나이가 언급될 때 한 번씩 던지는 말이긴 했다. 그럴 때마다 현남친과 2년 정도 교제 중인 나로서는 '네^^ 잘 만나고 있습니다. 결혼이라고 생각이 들 때 말씀드릴게요.'라고 마음속으로 대답을 드리며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어법으로 상황을 넘겼었는데 드디어 이번에야 말로 거짓 없이 답변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 답변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부모님의 간섭이 싫어 근 4-5년 동안 밝혀오지 않은 연애여부였지만 내심 말하지 않아서 진지한 연애는 안 하고 있으려니 생각한 걸까?


(몹시 당황한 얼굴로) "... 얼마나 만났는데?"

"얼마 전에 이 주년이었어"


"뭐 하는 사람이고? 나이는? 직업은? 부모님은? 집은? 키는? 어쩌고 저쩌고"

 

질문이 물밀듯 밀려왔다. 막상 남자 친구를 커밍아웃해 보니 머쓱해진 나는 먹지도 않는 과일을 뒤적거리며 성의 없이 답변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물밀듯 피곤함이 느껴져 질문이 끊어질 때쯤 붙잡을세라 쫓기듯 방으로 들어왔다. '후.. 이제 좀 해방인가' 하던 찰나에 아빠가 방문을 슬쩍 열더니 " 우리 딸이 그렇게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었어? 아빠는 좀 당황스럽다. 근데 오래 말 안 한 거 보니 너도 뭔가 말하기 좀 그랬던 거 아냐?"라고 한마디 던지고는 나갔는데


  말하기 좀 그랬던 거 아냐

  말하기 좀..?

  말하기..?

  뭘 말하기...?


곱씹으면서 순간 기분 나쁨이 밀려왔다. '내 남자친구 조건이 별로라고 지금 돌려 까는 거네'


화가 많은 나는 당장 뛰쳐나가서 뭐가 말하기가 그런 거냐고 캐물었다. 아빠는 말없이 자기 할 일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 이후로 엄마아빠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남자친구에 대해 사소한 질문은 하였지만 "결혼이라니, 한 번 더 잘 생각해 봐라..."라는 말로 마칠 뿐이었다. 주변친구들한테 올해 안에 결혼하려면 일단 식장부터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터라 당장 의견을 맞추어서 식장을 보러 다녀도 모자를 판국에 저렇게 말하는 부모님이 너무 짜증스러웠다.



결국 우리는 몇 달 동안 이 문제로 함께 살지만 필요한 말 외에는 접촉하지 않았고, 나는 시작부터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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