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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머리 Feb 19. 2023

부모님의 의견을 남자친구에게 전달한 이유

정보력을 기반으로 빠른 공략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혼을 선언하며 화두에 올려진 내 남자친구에 대한 우리 부모님의 탐탁지 않음을 남자친구에게 전달한 건, 남자친구 어머님을 뵈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님과의 첫 만남은 사실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자리였지만 그래도 자식이 결혼까지 생각하는 연인을 데려온다는데 싫어할 부모가 있을까라는 안일함이 있었다. 그 안일함이 문제였다. 어려운 자리였음에도 어렵지 않았던 나의 태도에 어머님은 나의 첫인상을 좋게만 봐주시진 않았다.


"성격을 보니 네가 많이 맞춰줘야 될 것 같네. 말하는 거 들어보면 집안일에도 크게 관심이 없을 것 같고 여러모로 네가 많이 양보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중략) 그래도 좋아하는 티를 많이 안 낸 것 같아서 여자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으니까 그런 건 아니었다고 말해주렴"  


어머님보다도 더 긴장을 하지 않는 내 자세가 조금은 괘씸하다고 생각한 걸까? 남자친구에게 전해 들은 나의 첫인상은 무조건 좋게만 보실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사소한 부분까지 우려하셨다. 이때 내가 느꼈던 건, '아.. 나의 이런 모습을 이렇게도 볼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이어서 나를 객관화할 수 있도록 가감 없이 전달해 준 남자친구의 판단이 좋았다. 결혼이라는 빅게임의 '시어머님'라는 보스에 대한 정보가 +30점 추가되어 다음번에는 좀 더 쉽게 클리어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건 사람 성격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내가 몰라도 되는 부분까지 세세콜콜 알려주는 거 사서 스트레스받는 기분이야' 싶을 수도 또는 '어머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거 너무 섭섭하다.'로 시작해서 결혼생활까지 서운한 여파가 이어지는 관계의 악순환의 시작일수도


결론적으로 내 성격은 정보가 주어져서 좋다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르고 있는 나의 안 좋게 보일 수 있는 부분들, 혹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단어나 어투등을 고쳐서 다음에는 아니라는 걸 보여드려야지 싶었다.


동일하게 남자친구의 경우도 나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달해 준 결과였다.


"우리 엄마아빠는 오빠 OO부분이 마음에 안 들고 ㅁㅁ부분이 불안하신가 봐"


궁극적으로 서로의 부모님에게 좋은 점들을 보여드리는 게 좋으니까, 내가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 줬으니 남자친구도 이를 바탕으로 우리 부모님과의 관계를 빠르게 공략하라는 취지에서 알려준 것이었다. 2년 연애를 바탕으로 나와 비슷한 성격의 메커니즘을 가진 초현실주의의 남자친구라 당연히 이런 정보전달을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나간 어느날, 나의 브런치에 달린 답글들은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부모님의 그런 반응과 불만을.. 굳이 남자친구분께 전달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은 아닙니다.

'남자친구와 한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중 냐호냐호님 댓글



「부모님께서 염려하시는 이유가 크더라도 가급적 남자친구분께는 말씀하지 않으시거나 내집안의일은 내가 내 부모님과 해결한 후 인지정도 알려주셔야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평탄하실듯해요…! 그런 응어리 결혼해서도 오래간다고 하더라구요..!

'남자친구와 한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중 밤토리님 댓글



「안에서도 밖에서도 힘드시겠어요... 부모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건은 둘째치고 갑자기 남친에 결혼까지 한꺼번에 받아들이시기가... 그리고 남친님도 충분히 섭섭할 수 있지요... 연인이라도 가족이라도 자기감정을 다 말할 필요가 없지요...

'남자친구와 한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중 조정예님 댓글






뼈를 맞았다. 내가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보편적으로 아닌 행동이었구나. 남자친구가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기분 나빴기 때문에 그런 건가 생각하니 이해가 되었다. 사람은 제각각 다른 법인데 나하나만 저런 정보 전달이 괜찮았다고 남자 친구까지 괜찮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2년 동안 만났으니까 어떤 성격이라는 걸 쉽게 프레임 씌우고 쉽게 말했던 것도 이렇게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혼자만의 기준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경솔하게 말한 것만 같았다.


"오빠, 브런치에 오빠랑 싸운 거 적었더니 생각보다 사람들 반응이 이러이러하더라?"


최근에 같이 길을 걷다가 조심히 말을 한번 꺼내보았다. 다행히도 남자친구는 나의 섣부른 예상처럼 부모님이 생각하는 남자친구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말해주는 게 좋다는 답변이었다. 본인이 알던 모르던 안 좋아하신다는 사실은 똑같은데 언젠가는 알게 될 거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이번일로 나의 모든 판단이 맞을 거라는 오만함을 한 꺼풀 벗겨냈다. 밀접한 나의 사람들에게 생각을 너무 솔직히, 깊이 생각할 이유를 못 찾고 성급하게 말할 때가 많은데 정말로 소중하다면 한 번 더 고민하면서 기왕이면 예쁜 말들로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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