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6일에 개봉한 <잠>은 잠을 소재로 한 의미 있는 도전이다. 잠에 정신병과 미신을 섞어 만든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이다.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팀 출신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었다. 마치 '김연아 키즈', '박세리 키즈'로 일컬어지는 영향받은 후배들이 바야흐로 영화판에도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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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밥 먹는 것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개인적이다. 밥을 안 먹는 것은 어린아이의 부모에 대한 투쟁일 수 있지만, 투정으로 잠을 안 자는 아이는 없다. 그만큼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다는 것이다. 고문 중에도 잠을 안재우는, 못 자게 하는 것이 있을 정도다. 잠을 안 자면 개인은 무너진다. 누구나 잠을 자지만 잠이 왜 드는지, 잠의 기능이 뭔지, 잠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현대 과학은 아직 잘 모른다.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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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은 행복한신혼부부다. 현수는 연극 배우고 수진은 대기업 직원이다. 인생의 어느 때보다 잠이 중요한 시절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옆에 자던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라고.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는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본인이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도 매일 밤마다 반복되는 끔찍한 공포로 잠들지 못한다. 결국 부부는 서로 도와가면 못 이길 것이 없다고 다짐하며 병원치료에 나선다. 의사는 렘수면장애라고 처방하고 치료가 가능하다고 안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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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 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장실에서 자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 본다. 친정엄마와 아랫집도 관여하여 이야기는 점점 복잡하게 얽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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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으로 구성된 영화에서 잠은 제1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른 장에서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7명의 등장인물과 고작 집과 병원이 나오는 배경이지만 영화 내내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는 평이다. 결말이 열려있어 독자들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게 중론이다.
수면의 종류
인간의 수면은 크게 렘(REM: Rapid Eye Movement sleep) 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뉜다. 잠에 들면 계단식으로 4단계의 비렘수면단계를 거쳐 렘수면에 들게 된다.
잠을 자는 동안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을 렘수면이라고 한다. 안구의 빠른 운동에 의해 구별되는 수면의 한 단계이다. 하지만 몸은 이완상태로 들어가 근육과의 연결이 끊어져서 불수의 상태가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렘수면 단계는 역설적 수면(Paradoxical sleep)이라고도 불린다. 렘수면 동안의 꿈은 눈에 보이듯 선명하게 나타난다.
비렘수면은 수면의 깊이와 비례하여 1단계에서부터 4단계까지 구분되며 몸은 움직일 수 있지만 뇌활동상태는 비활동적인 시간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3~4단계를 서파수면(徐波睡眠, SWS, slow wave sleep) 또는 숙면(熟眠, deep sleep)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렘수면은 토닉 (tonic)과 페이식 (phasic)이라는 두 단계로 구분된다. 명칭은 1952년 시카고대 박사과정 학생이던 유진 애서린스키 (Eugene Aserinsky)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 (Nathaniel Kleitman) 교수에 의해 정의되었다
REM 수면의 수면다원검사 기록(30초, 빨간색 상자), 빨간 선은 눈의 움직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MrSandman, public domain
성인의 렘수면은 일반적으로 총수면의 약 20~25%로 발생한다. 밤시간 수면의 90~120분 정도의 단위로 반복은 데 4회에서 6회 발생하며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수면의 사이클과 다음 사이클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에 많은 동물, 몇몇 사람은 깨는 경향이 있거나 아주 얕은 잠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갓난아이는 총수면의 80%가 렘수면이다.
렘수면의 기능
렘수면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감정을 추스르고 신경 연결을 조직화하여 정보의 충돌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렘수면에 들어 있는 실험자를 강제로 깨워도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고 한다. 렘수면일 때 깨어나게 되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고, 비렘수면일 때 일어나면 기상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렘수면을 박탈당한 사람은 렘수면을 박탈당한 다음날 밤에 보다 많은 렘수면을 취함으로써 박탈된 렘수면을 보상받으려고 한다고 한다. 이러한 렘수면의 보상은 동물이나 사람 모두에서 나타난다. 렘수면 박탈로부터 초래되는 뚜렷한 장기적 효과는 없다고 한다. 렘수면 박탈이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성공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렘수면 행동 장애 - 몽유병
렘수면은 정상적으로 이 단계에 접어들면 사지 근육은 일시적으로 마비가 되어 꿈속에서 하는 다양한 행동을 실제로 옮기지는 않게 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근육의 마비가 부분적으로 또는 전적으로 풀리면서 꿈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질환이 바로 렘수면 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이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일반인구의 0.5% 정도에서 관찰되는 드물지 않은 질환이며, 남성과 고령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유독 쫓기거나 싸우는 장면과 관련된 난폭한 양상의 행동을 보이며 때로는 고함을 지르기도 하기 때문에 수면이 유지되기 어렵고 신체적인 손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꿈속에서 하는 발길질, 주먹질, 팔을 휘두르거나 침대에서 튀어 오르는 행동을 한다. 말을 하거나, 웃거나, 고함을 지르며 심한 경우 자해를 하거나 욕을 하기도 한다. 잠에서 깨면 꿈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동침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불편한 질환이다.
한편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나 루이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와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과 연관되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들이 약 10년 뒤 80% 이상에서 퇴행성 신경질환에 이환되었다고 보고도 있다. 명확한 원인이나 질환들 사이의 관계는 확립되어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도파민계 신경회로의 퇴행성 변화가 공통된 기전일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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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행동장애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986년 즈음이다. 이후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정확한 발병 기전과 병태 생리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으로, 뇌가 오래되고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알려졌다.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국내 유병률은 2.01%이다. 남성에게 좀 더 많이 발생하고, 50세 이후 주로 발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좀 더 난폭한 양상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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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조기발견 및 개입이 필요한 퇴행성 신경질환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렘수면 행동장애는 정확한 진단과 조속한 치료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중 수면의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있는 곳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확진을 할 수 있고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필요하다면 약물 요법을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하는 검사인 수면다원검사는 뇌파, 안구운동, 호흡(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심전도, 산소포화도, 다리의 움직임 등을 체크한다.
수면다원검사 시설은 장비 자체가 비싸고 공간이 필요하며 운영인력과 운영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병원에 설치돼 있지는 않다. 다행히 2018년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보다 10만 원대 금액으로 저렴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잠은 오고, 잠은 쏟아지는 것이다. 의지력으로 안 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8시간의 수면을 한다면 하루의 1/3을 잠 속에서 보내고 결국 한 사람의 생의 1/3이 잠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잠이 주제인 영화는 특별히 꿈을 묘사하기 전에는 제작비가 싸다는 것이다. 배우들이 잠만 자면 되니까. 소품도 침대, 침구, 커튼 그리고 잠옷 정도만 있으면 된다. 현대과학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명확하게 아는 것은 별로 없는데, 잠도 그렇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 영감이 개과천선하는 것,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덧없는 인간사에 대해 깨닫는 것, <장자>의 호접몽에서 우리 인생이 나비의 꿈인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것. 모든 것이 잠과 꿈과 연결되어 있다. 오늘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란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뭔가 좋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