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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Dec 04. 2023

태양이 심상치 않다. 2024 Solar Maximum

우리 주변의 과학 이야기


점점 안정화되는 긴급지진문자


2023년 11월 30일 4시 55분에 경주의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하여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었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필자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자를 받고 깼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긴급재난문자(40db로 울린다)에 놀란 해운대의 한 어르신이 낙상사고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보도가 있었다.


2018년 2월 11일 발생한 포항지진에 대한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후 8분 후에 울렸다. 전년 11월 15일에 발생한 지진의 여진으로 보이는데 지진이 지나간 한참 뒤에 울렸으니,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그 후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한 괴산지진에서는 수도권지역에 지진발생 전에 문자가 발령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긴급지진문자는 최초의 p파를 측정한 측정소에서  규정값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정해진 지역으로 송출신호를 보내어 진앙에서 먼 지역에 지진파가 도착하기 전에 대피할 수 있는 시간여유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10초 정도 먼저 경보가 울리면 경우에 따라서는 집밖으로 대피할 수 있으니 지진을 예측하지 못하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거의 유일한 대비책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경보문자, 지자기교란 상황문자


지진문자와는 다르게 필자는 또 다른 경보문자를 받는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제주도에 있음)에서 보내주는 지자기교란 상황문자이다.  약자로 되어 있어 공부가 조금 필요하다.

SMS는 크게 3가지 정보를 보내 준다. 태양흑점폭발/전파두절(R), 태양입자유입(S) 그리고 지구자기장 교란(G)이다.



11월 6일에 왔던 문자가 12월에는 1~2일에 왔고 G3단계로 올라갔다가 G0단계로 조정되는 내용이었다.


G3단계는 태양활동 1주기(11년) 당 약 100회 빈도로 발생한다. 1년으로 치면 9번 정도이다. 물론 정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불규칙적이다. G3 단계는 일부 전력시스템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고 인공위성 표면에 표면전하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어 저궤도위성의 경우 자세제어가 필요할 수 있으며, 위성항법시스템, 저주파항법시스템 및 HF통신에 간헐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G5까지 있는데 이때는 예상하듯이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엘론 머스크도 어쩔 수 없는 지자기교란


스타링크 구성도, sourec: wikimedia commons by Steve Jurvetson from Los Altos, USA


2022년 2월 엘론 머스크가 스페이스 X 발사체로 스타링크 위성 49개를 발사했는데 지자기 현상으로 일시적으로 대기밀도가 높아져 재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40개의 위성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엘론 머스크는 최소 6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42,000대를 띄워 최대 1 GBps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는 계획이다. 월사용료가 60만 원이라고 한다.


똑똑한 친구들이 하는 사업이니 이러한 위험요소도 모두 고려해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위기가 찾아오는 듯하다. 사실 엘론 머스크만의 위기도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의 정지궤도 태양 관측 위성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에서 촬영한 태양 흑점 수의 변화. 왼쪽은 2019년 12월의 태양 극소기, 오른쪽


지자기의 교란은 주로 태양의 활동에 따라 좌우된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태양의 지자기 교란은 흑점이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때에 일어나고 주기는 11년으로 알려졌다.


태양의 흑점(sunspot)은 태양 표면이 검게 보이는 지역을 말한다. 흑점은 태양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만들어지는데 사실 흑점 자체도 매우 뜨겁지만, 주변의 태양 표면보다 온도가 1000°c 정도 낮아서 관측해 보면 상대적으로 검은색으로 보여 흑점으로 이름이 붙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흑점을 위주로 태양을 관측하는데, 흑점이 태양 표면의 폭발 또는 코로나 질량방출(CME) 등이 발생하는 기본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곧 흑점수가 많으면 태양폭발이 자주 일어나고, 적으면 덜 일어나게 된다.


25번째 태양주기 빨라져


태양의 10년 단위의 흑점 수, 0~2015(탄소-14 분석). 2016~2020은 SWPC, NOAA예측,  DeWikiMan


흑점 증감현상은 태양 활동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태양은 11년을 주기로 활동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데 지난 2019년 이후 태양은 ‘태양 극소기’(solar minimum)를 끝내고 ‘태양 극대기’(solar maximum)로 들어가고 있고 몇 년 전 과학자들은 2025년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예상했었다. 극대기와 극소기를 묶어 하나의 주기로 부르는데, 이번 주기는 인류가 태양 활동을 새기 시작한 이후 25번째 주기이다.


2020년 9월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해양대기청, 우주환경청과 함께 12명의 과학자들로 구성한 예측위원회는 “태양 활동은 2019년 12월에 25번째 주기에 공식 돌입했으며 2025년 7월에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하지만 최근 이 극대기가 당겨져서 빠르면 2024년 말에 정점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태양 활동 극대기 흑점 수가 보통 200개 안팎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나사는 당초 이번 주기에는 태양 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보고 2025년 7월께 흑점 수가 115개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측과는 달리,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강해져 흑점 수가 2023년 7월 159개에 이르렀다. 이전 24번째 주기의 정점 시기에 나타났던 흑점 수 120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매우 큰 숫자이다. 태양 흑점 수는 8월에도 115개를 기록했다. 미국 밀러스빌대 타미타 스코프 교수(태양물리학)는 “이전 주기가 이례적으로 약했던 탓에 우리가 안일함에 빠졌던 듯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학문적, 사회적 관성에 따른 착오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는 듯하다.


2023년 12월 2일의 흑점(SDO Continuum), 출처: 우주전파센터


태양활동 25주기 예측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리사 업튼 박사(물리학)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측이 실패한 이유로 캘리포니아 스탠퍼드에 있는 윌콕스태양관측소(WSO) 망원경의 관측 자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측소는 태양의 극지 자기장 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인은 둘째치고 관측결과를 종합하면, 25번째 태양 극대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2024년 말 이전에 다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태양 활동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더 이상 석기시대나 철기시대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 입자가 증가해 통신과 전력망, 항공기 운항 시스템, 우주선 등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름다운 오로라를 더 많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전자기기를 더 많아 사용하고 우주의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태양 활동은 또 하나의 중요한 기상 활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누구보다 먼저 운명의 날이 다가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주는 이제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나오는 먼 과학이 아니다. 하나의 지식이 다른 궁금증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우리는 공부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비록 익숙하지 않아 내용이 어렵고 범위가 넓어도 시대에 맞추어 적절한 관심을 갖아야 한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25주기의 태양활동이 가장 많아질 2024년에는 오고 가는 철새도 없어지고, 산타가 집을 못 찾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하지 못하는 첫해가 될지...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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