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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Feb 19. 2024

파도와 암석이 만든 강원 고성 능파대

7번 국도 지질 여행

강원도 속초 이북의 7번 국도변에는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고 멋진 명소가 여럿 있다. 지난번 소개한 신생대 화산체가 있고 바닷가에 접해서는 해식지형이 잘 발달되어 있다. 모든 해변에 해식 지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주변의 지질학적인 요소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강원도 고성 능파대, 출처: 네이버 지도


고성의 운봉산에서 동쪽 바닷가를 보면 백도항이 있고 남쪽으로 백도해수욕장이 펼쳐진다. 해수욕장 끝에는 문암해변이 봉긋하게 솟아있다. 이 바위와 항구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의 마을이 조그마하게 형성되어 있다. 문암이 끌어드린 펜션들이 새로운 주민으로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표지사진처럼 마치 해골 같은 모양에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암석은 거친 조립질 암석이다. 파도가 새겨놓은 구멍구멍에는 관광객들이 던져 넣은데 성공한 소원을 빌었던 동전이 가득하다. 소원기원에 성공하지 못한 동전은 아마 바위 주변에 있을 것이다. 그때 관광객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즐거운 여행이었으니까.


강원 고성 능파대 ⓒ 전영식


타포니, 곰보바위


암석이 물리적, 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으면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표면이 움푹 들어간 곰보 같은 요형(凹型)의 모습이 생기는데 이것을 풍화혈이라고 한다. 풍화혈 중에서 암석의 측면에 여러 개가 생기는 것타포니(Tafoni, Tafone)라고 한다. 입자가 큰 광물이나 암석이 경계면을 따라 틈이 생기고 여러 이유로 이게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다. 주로 해안이나 화강암지역에 생기는데, 역암, 사암 또는 석회암지역에도 생긴다.


유명한 타포니로는 전북 진안 마이산, 강원 고성 능파대, 서울 인왕산 선바위, 울산 슬도, 경북 경주 골굴사, 전남 목포 갓바위 등이 있다. 워낙 특이하게 생겨서 모든 장소가 지역 관광명소이고 지질공원의 단골 소재가 된다.


이 지형은 만든 힘은 지금도 끊임없이 작용하기 때문에 세심한 눈으로 보면 갈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제의 파도 힘과 오늘의 자연 힘이 누적되면서 하루하루 변한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서 그 당시의 모습은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냥 신기하게 쳐다보지만 말고 차분히 관조하면 그 시간의 장구함과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다.


강원 고성 능파대 ⓒ 전영식



고성 능파대는 어떻게 생겼나?


능파대를 이루는 암석은 중생대 백악기의 화강암(지질학에선 속초화강암이라고 함)이다. 암석을 이루는 광물 중 상대적으로 큰 입자를 반정(斑晶, phenocryst)이라고 한다. 한자로 반(斑) 자는 아롱질 반자인데, 전체 암석표면에 큰 광물이 점점이 박혀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당연히 배경을 이루는 자잘한 광물을 부르는 호칭이 있을 텐데, 이를 석기(石基, groundmass)라고 부른다. 그래서 암성은 반정과 석기로 표면형상을 구분한다.


큰 결정인 반정은 마그마가 냉각되어 광물을 형성할 때, 먼저 형성된 것으로 이론적인 그 광물의 결정형을 비교적 잘 나타낸다. 이를 자형(自形)이라고 부른다. 자형을 형성하는 광물은 마그마가 결정화되는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는 능파대가 심성암인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반정(알칼리장석)이 많은 암석이다라는 점을 알면 된다. 관입시기는 9000만 년 전이다.


화강암이 오랜 기간 지표면에 노출되고 바닷물과 만나면 암석에 틈이 생기고 여기에 바다물의 염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염분의 결정이 누적됨에 따라 틈은 염분 결정의 성장으로 더욱 벌어지게 된다. 틈은 주로 광물과 광물이 접하는 면에 생기기 쉽고 이때 반정은 틈을 만드는데 좋은 조건이 된다. 한번 흠집이 나 구멍 난 바위는 점점 구멍이 커지게 되는데 우리가 상처를 만지면 커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능파대 해설판, 반정을 반점으로 잘못 쓰고 있다. ⓒ 전영식


능파대는 BTS가 지난 2021년에 화보 및 영상인 '2021 윈터 패키지'에 실려서 팬들의 방문이 엄청 늘어났다. 마치 없었던 능파대가 새로 생긴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4km쯤 가면 송지호 해변이 나오는데, 여기 있는 서낭바위도 함께 실렸다. 서낭바위는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두 장소 모두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시설도 많이 개선되었다.


능파대에 던지는 동전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능파대를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줄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도 그리고 소원을 비는 마음이 줄어서도 아니다. 단지 사회가 실물 화폐 없는 디지털화폐세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주머니를 뒤져보시라. 동전이 몇개나 나오는지. 코인투자에 성공했다는 여의도 높은 분이 와서 큰돈을 쾌척했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참고자료

속초양양도폭, 2011,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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