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2일,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비행팀(Bleak Eagles) 항공기 10대가 대만 가오슝 샤오강 국제비행장에 착륙할 예정이라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과 긴장관계 속에서 한국의 공군이 대만 비행장에 도착한다는 보도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대만과 국교가 단절된 상태이다. 물론 항공기는 비무장 상태였다.
가오슝국제공항, source: wikimedia commons by ABOVE THE SKY
기사 속의 비행기는 원주 비행장을 출발한 T-50B 고등훈련기 9대와 C-130 수송기 1대이다. 이 블랙이글스 비행단은 대만 내에서 다른 활동 없이 급유(스톱 오버) 등 보급 후 이륙하여 싱가포르로 떠날 예정이다. 비행의 목적지인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에서 2월 20~25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South Korean Black Eagles T50 Trainer, just a solo display.by John5199
대만 언론에 따르면 블랙이글스는 이미 2014년 2월, 2022년 8월 그리고 2023년 2월과 5월에도 가오슝 공항에 기착한 바 있다. 모두 에어쇼 참석차 이동하는 중의 스톱 오버이다. 이번에 들려간 블랙이글스는 3월 3~5일에 열리는 필리핀 에어쇼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세계 3대 에어쇼
싱가포르 에어쇼 공식 홈페이지
싱가포르 에어쇼(짝수년 2월)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에어쇼이자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이다. 나머지는 세계 최대의 파리 에어쇼(홀수년 6월 중), 영국 판보로 국제에어쇼(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 짝수년 7월 중순)이다. 대한민국에서는 1996년부터 2년마다 1번씩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에서 서울 에어쇼를 개최하다가, 1996년부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Seoul ADEX, 홀수년 10월)라고 이름을 바꾸어 에어쇼를 열고 있다.
2023년 ADEX Blackeagles Aerobatic team ⓒ 전영식
탈것들을 대중에 선보이는 행사는 쇼만 한 것이 없다. 자동차는 모터쇼, 비행기는 에어쇼이다. 자동차는 시승이 가능하지만 비행기는 시승이 불가능하다. 자동차처럼 기분에 사는 것도 아니고 과시용도 못된다. 비싼 항공기를 사려면 실재 기체를 요모조모 눈으로 살펴보고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보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아야 한다.
에어쇼는 전 세계의 항공 산업 관계자가 모여 자기 나라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판매 상담을 하는 행사이다. 항공기 시연 비행, 전시뿐만 아니라 항공 관련 세미나, 항공 장비업체의 전시판매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행사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세계 에어쇼에 참석하며 잠재구매자에게 열심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그래서 블랙이글스의 비행실력도 나날이 더욱 출중해진다.
T-50B Blackeagles Aerobatic team, by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에어쇼는 보통 비즈니스 행사일과 일반인 개방 행사로 구성된다. 행사의 꽃은 단연 곡예비행이다. 그런데 곡예 중에서 가장 위험한 곡예가 비행 곡예이기 때문에 그 위험만큼 짜릿하다. 공중 곡예는 떨어지면 그물망이 보호해 주고, 다른 곡예도 안전줄 등 안전장치가 있지만 비행기는 충돌하거나 통제를 잃으면 추락하여 목숨을 잃게 된다. 또 많은 관중이 관람하기 때문에 추락하면 대망신이고, 혹시 관중 속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대규모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주 조심조심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에어쇼에서는 다수의 사고가 발생했다(대표적인 사고: 2002 우크라이나 에어쇼 관중 속 추락사고).
T-50B Blackeagles Aerobatic team, source: wiki. comm. by U.S. Department of Defense Current Photos
에어쇼는 대중과 언론을 대상으로 하므로 일반적인 비행보다 훨씬 눈에 띄는 특이한 곡예비행을 해야 한다. 밀집비행을 하고, 하트나 태극기를 그리고, 색색연막탄을 뿌리고, 고각 기동을 하고... 하여간 추락하기 직전까지 기체를 몰아붙인다. 그것도 평상시 보다 낮은 고도에서 말이다. 가끔 타는 여객기가 에어 포켓에 들어갈 때도 아찔한데, 곡예비행사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중력가속도를 견디며 조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북한에서도 이런 에어쇼를 했다고 한다. 2016년 원산 갈마 비행장에서 '원산국제친선항공축전'이라는 이름으로 에어쇼를 했다. 기대하는 곡예비행이나 자체개발 첨단제트기는 물론 없고 고려항공 프로펠러 여객기 등이 시범 비행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보기 힘든 MiG-15, MiG-19 같은 골동품이 날아다니는 희귀한 에어쇼였다(유튜브에 영상이 있음). 추락하기 직전의 기체상태라 비행을 하기만 해도 대단하다. 잘 발전시키면 특이한 에어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급격하게 바뀌는 현대전의 개념
우ㅋ크라이나군의 주력 드론, 터키산 바이락타르 TB-2 드론, Source: wikimedia commons by Boevaya mashina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변화하는 현대전의 양상에 대해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준다. 특히 드론의 전략적 이용이 눈에 띈다. 전쟁은 분명히 보병, 장갑 중심에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drone)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가격차이가 나는 싼 드론으로 탱크나 함정을 파괴할 수 있는데, 어느 부자나라도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 실제예로 우크라이나에서는 500달러(66만 원) 짜리 드론 2대로 300만 달러(39억 원) 짜리 러시아 T-90 탱크를 파괴하는 것을 영상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게다가 드론 조종사는 멀쩡하게 또 다른 드론을 조종해 공격할 수 있지만, 탱크병들은 그럴 수 없다.
또 2024년 2월 8일, 미 육군은 차세대 미래 공격 정찰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를 취소한다고 갑자기 밝혔다. 이 계획에는 이미 20억 달러(2조 6천 억 원)가 투자됐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전투헬기 AH64D(12대)와 대전차헬기 AH1S(47대), 관측헬기 OH1(33대)를 폐지하는 방향을 국가안전보장전략 문건에 올린다고 보도됐다. 이 두건의 보도는 아마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저가의 대공미사일로 고가의 헬기가 간단하게 제압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전쟁은 점점 무인무기가 중심이 되는 전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안 바뀌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보던 일들이 우리 주변에 바싹 다가와 있다. 에어쇼는 계속되지만 항공기의 위상이 점점 바뀌고 있다. 물론 모든 항공전력에 동일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비싼 항공기는 점점 설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제야 항공기 생산을 시작한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블랙이글스팀이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에 무사히 국위선양을 하고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