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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Feb 26. 2024

무한 반복!  타임루프 영화들

영화 속 과학 이야기

타임루프(Time Loop)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영화 소재이다(기억상실증처럼).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또는 정신을 차리면),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하루, 이틀, 일주일까지는 좋은데 무한히 반복되니 좀 심각해진다. 반복을 필요로 하는 공부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같은 두꺼운 책을 읽기에, 음악, 미술 같은 훈련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런 반복에서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이다.   


서양의 직선적인 시간관에 도전하는 이런 영화는 꽤 많이 만들어졌다. <아주 작고 완벽한 것들의 지도 The Map of Tiny Perfect Things>(2021)는 이런 영화의 최근 버전이다. 이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사랑의 블랙홀>(1993),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도 대표적인 타임루프 영화이다.


고등학생 마크(카일 앨런 분)는 아침마다 똑같은 냉랭한 분위기의 아침을 맞는다. 따분하고 지루한 반복된 일상 중에 갑자기 나타난 똑같이 반복된 삶을 사는 마가렛(캐스린 뉴튼)을 만난다. 같은 상황에 빠져 있음을 알아챈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자기가 발견한 반복되는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며 거리를 좁혀간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지도, 제공:왓챠, 프라임 비디오

마크의 집에서 마크가 그린 지도를 함께 보며 에로틱한 시간을 보내는데 갑작스러운 마가렛의 행동에 마크는 황당해져 버린다. 그럼에도 점점 친해진 두 사람은 함께 일상의 반복을 끝내기 위해 날짜변경선을 넘는 여행을 가려고 하지만, 비행기 출발 직전 마가렛은 먼저 내려버린다.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영화에 언급된 <사랑이 블랙홀>(1993)은 빌 머레이와 앤디 맥도웰 주연의 전설적인 타임루프 영화이다. 원제목은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fhog Day)>인데 그라운드호그는 '우드척(woodchuck)'이라고도 부르며 다람쥣과에 속하는 설치류의 일종이다. 그라운드호그 데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매년 2월 2일(기독교의 성촉절)에 열리는 기념일이다.


원래 독일에서 유래됐지만, 이제는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행사이다. 우드척이 굴에서 나와 자기 그림자를 보지 못하면 굴을 떠나고 봄은 오고, 그림자를 보면 굴에 더남아 있어 겨울이 6주간 더 지속된다는 속설을 활용한 행사이다.


사랑의 블랙홀, 제공: 콜롬비아 픽쳐스

펜실베이니아 펑서토니에서 성촉절 취재를 갔던 까칠한 기상 캐스터 필 카너즈(빌 머레이 분)는 폭설로 스탭인 리타(앤드 맥도웰)와 함께 마을에 갇히게 된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카너즈는 자기에게만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못된 장난질로 시간을 보내던 카너즈는 장난도 지쳐 리타를 유혹해 보고자 온갖 일을 다해보는데 진심이 없는 행동이 통할 리가 없다. 부활하는 자살을 시도해 보고 주변사람들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드디어 개과천선하여 착한 일을 하며 주변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지성이면 감천인지 리타도 마음을 열며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해피앤딩을 맞는다.


사랑의 블랙홀, 제공: 콜롬비아 픽쳐스


<사랑의 블랙홀>은 타임루프 영화의 전형이 되었고, 루프 영화의 체계를 확립하게 된 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영화이다. 모든 타임루프물은 <사랑의 블랙홀>에 영향받은 바가 크다. 덕분에 성촉절이 안 좋은 이미지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사랑의 블랙홀, 제공: 콜롬비아 픽쳐스

또 하나의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2014)이다. 일본의 2004년 사쿠라자카 히로시가 집필한 라이트 노벨인 < All You Need Is Kill>을 원작으로 했다. 가까운 미래의 인류는 '미믹'이라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멸종의 위기에 직면한다. 이에 인류는 연합군인 연합방위군(United Defence Force. UDF)을 창설하고 대항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공보장교인 미육군 소령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는 홍보를 위해 부대에 갔지만 장군의 계략으로 전투부대에 배치되고 다음날 아침 전투에 끌려 나가자마자 전사한다. 그런데 그 순간 정신을 차리니 다시 배치되는 순간으로 돌아온다. 물론 죽기 전까지의 기억을 간직한 채 말이다.  비참한 전사가 되풀이되며 자신이 타임루프에 걸려들었음을 깨달은 케이지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쟁 영웅인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 분)를 찾아간 케이지는 외계인과 관련된 타임루프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반복되는 전투와 사망 속에 하루하루 노하우는 쌓여가고, 점점 외계인의 위치를 알기 위해 리타와 협력하기 시작한다. 리타도 전쟁의 승리를 위해 빌을 도와 외계인 본체에 접근한다. 위기가 다칠 때마다 리타는 케이지를 쏜다. Reset!


엣지 오브 투모로우, 제공: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외계인의 피가 튄 덕분에 타임슬립 능력을 갖게 된 케이지는 장군을 협박하여 필살기를 훔친다. 하지만 그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인간들 때문에 그 능력을 잃어버린다. 타임루프 능력을 잃어버려 이제 목숨은 단 하나뿐. 인류를 구하고 타임리프를 끝낼 수 있을까.



타임루프 영화는 비디오게임과 흡사하다. 미션에 실패해서 죽어도 다시 살아나서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그래서 좋겠다고?  하지만 게임만 계속해야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상관없이. 그래서 타임루프가 풀어지는 상황이 중요하다. 영화에서는 보통 끊임없는 노력이나 운은 키가 되지 않는다. 대신 타인에 대한 배려,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바위를 올렸다 굴려버리는 시지프스처럼 매일 쳇바퀴 같은 생활이 지겨우신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지루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타임루프에 걸려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벗어나야 한다. 거기서 벗어나는 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해하지 마시라 당신에게 또 다른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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