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2024년 6월 12일 수요일 아침 8시 32분, 긴급재난문자가 요란하게 울렸다. 안전안내 문자와 그 소리를 구분할 수 없어, 순간 또 무슨 일인가 바짝 긴장했다. 이 아침부터 폭염주의보인가, 아니면 북쪽에서 풍선이 날아왔나 하고 문자를 확인해 보니 긴급재난 문자(CBS)인 지진경보였다.
긴급재난 문자로 오는 지진경보를 보내는 지진규모 기준은 남한 육지는 규모 3.5~6.0, 북한은 육지바다 무관하게 규모 4.0~6.0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경험하기 쉽지 않은 지진규모다. 또 지진경보 문자가 송출되는 지역은 규모 4.0 이상이면 전국에, 그 이하인 규모 3.5~4.0은 진앙 반경 80km(3.0~3.5, 50km)에 발령된다.
얼핏 보인 글자의 진앙은 전북 부안이었다. 내가 있는 성남까지는 대략 190km 떨어져 있다. 2022년 10월 29일 이번 지진과 비슷한 시각인 8시 27분에 발생한 규모 3.5였던 90km 떨어진 괴산지진은 약 3분 후 성남지역에 진동이 느껴졌으니 이번 지진은 진동이 온다면 최소 6~7분 이상 후에 진동이 올 것이었다. 그러나 감지할만한 진동은 없었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인근지역인 군산, 광주광역시는 진동 후에 문자가 도착했다고 한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부안군 남남서쪽 4km±1km(행안면 진동리, 북위 35.70도, 동경 126.72도)이고 발생 깊이는 8km였다. 최초 기상청이 발표한 규모는 4.7이었고 6분 뒤 4.8로 상향 조정됐다. 참고로 미국지질조사소(USGS)의 발표는 규모 4.3이었고 심도는 10.0±1.9km였다.
2024년 6월 12일 현재, 올해 남한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도시지역이 아니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고 12일 저녁까지 129건의 시설피해만 보고됐다. 피해신고는 부안 114건, 익산 1건, 군산 1건, 정읍 8건, 순창 1건, 고창 3건 등에 몰려있다. 피해 내용은 화장실 타일이나 유리창이 깨지거나 담의 균열 등 비교적 경미한 수준이었다. 국가문화유산(구 문화재)의 피해는 부안에서 보물 제291호였던 지정된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 구암리 지석묘군, 개암사 석가여래삼존불상, 내소사 설선당과 요사 등 6건이 보고됐다.
기상청의 지진분석서에 따르면 진앙에서 3.2km 떨어진 부안관측소에서 최대지반가속도(PGA(%g))는 12.990으로 진도 6에 해당되었다. 12일 15시까지 17차례(16개가 규모 2.0 이하)의 여진이 이어졌다. 본진이 일어나기 28분 전인 7시 58분에 규모 0.5인 전진이 있었다.
이번 지진의 원인은 아마도 함열단층의 연장선 지역에서 주향이동 단층의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단층의 주향은 크게 북서-남동 또는 북동-남서 방향 중 하나로 분석된다. 후자의 방향이 함열단층의 방향과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옥천계 경계와 관련하여 이번 지진을 언급하나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이 지역의 반경 50km 지역에서 1978년 이후 발생한 지진은 총 41회였는데 가장 큰 지진은 2015년 12월 22일에 일어난 규모 3.9의 지진이었다. 최근에는 2024년 2월 3일에 규모 2.0의 지진이 있었다.
남한 내륙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18년 2월 11일 포항(규모 4.6) 이후로 약 6년 만이다.
한편 이번 지진이 발생한 부안군은 고창군과 함께 2023년 5월에 전북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았다. 이 지역에는 원생대에서 신생대 제4기까지의 다양한 지질유산이 분포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유적들은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암체들인데, 분출과장, 이후 퇴적작용을 잘 보여주는 장소가 많다. 또 원형, 타원형의 화산암체가 잘 보존되어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대부분의 지질명소는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동쪽과 동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지질학이 부안 주민에게는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번 부안 지진은 과거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었다는 것에 관심이 간다. 게다가 뚜렷한 단층도 보고되지 않은 지역이다. 요즘 규모 4를 넘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느낌이다. 재난경보문자로 지진의 발생을 누구나 인지할 수 있다. 지진은 지질재해 중 가장 예측이 힘든 재해이다. 그만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연구도 많고 정부와 민간의 지원과 관심도 많이 필요한 분야이다. 오늘의 부안 지진은 이미 과거의 지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과거를 보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나라에는 경고장일지도 모르는 이번 지진의 의미는 더욱 적어질 것이다.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