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강암이 풍부한 우리나라에서 건설에 많은 사용되는 것은 당연히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단단하고 색상이 은은하고 미려하여 한민족의 돌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중에는 포천석, 문경석, 황등석, 고흥석이 유명하다. 문경석의 경우, 자원이 고갈되어 더 이상은 국산 원석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건축업계에서는 화강암의 톤과 색상 등을 구분하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국내 지명의 화강암을 사용하는데, 현실적으로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이와 닮은 수입산(주로 중국산) 화강암이다. 즉 현장에서 관용적으로 유사한 특성의 화강암을 구별하기 위해 포천석, 황등석, 고흥석이라고 부른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국내의 자원이 고갈됐다는 말은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해 보면, 채굴했던 곳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사내문안을 빼고 주변에는 그간 채석했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더러는 골프장, 관광지로 쓰였지만 대부분 흉물스러운 절벽으로 그리고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지금도 남아 있는 곳이 꽤 된다. 남태령이 그렇고 창신동이 그렇고 노원도 마찬가지다. 참 용마폭포공원도 있구나.
포천화강암과 아트밸리
경기도 포천 천주산 자락은 1960년대 후반 대표적인 포천석 채석장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양질의 화강암이 고갈되어 생산되지 않자, 채석장은 복구되지 않고 흉물로 남아 버렸다. 포천만이 아니라 당시의 환경복원 수준으로는 다수의 채석장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포천시에서는 이 흉물스러운 현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작업에 들어가 2009년 10월에 포천 아트밸리라는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절개지를 이용하에 호수도 만들고 공원도 만들고 공연장도 설치 했다.
포천 아트 밸리, ⓒ 전영식
포천 아트 밸리, ⓒ 전영식
포천석은 색지수가 40이 넘지 않는 밝은 화강섬록암으로 타 지역의 화강암에 비해 밝은 빛깔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설계 하중이 작고(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의미) 표면 굳기가 우수하여 계단 등 건축물의 내부 바닥재나 내부 건축 구조재, 외장재로 사용되었다.
한때 경기도 내 화강암 생산량의 80%를 차지했다. 2003년까지 포천시에는 20여 개의 채석장이 있었는데 연간 300~400억 원의 생산액을 기록했고 80개의 석재 후가공공장에 1200여 명이 고용되어 포천 경제에 큰 축이 되었다.
포천 아트 밸리, ⓒ 전영식
1960년대부터 채석된 포천석은 우수한 품질과 서울과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적용례는 서울지하철, 인천공항, 청와대, 국회의사당, 국회도서관, 대법원 등 수도권의 기간 시설을 만든 자재로 사용되었다. 강릉시청, 대신증권 BD, 대구 MBC 사옥도 포천석으로 만들어졌다. 그 밖에도 울릉도의 "독도는 우리 땅" 노래비 같은 각종 기념비에도 사용되었다.
포천석의 후작업 후 모습, 포천 아트 밸리, ⓒ 전영식
거금도의 고흥석 채석단지
거금도 용두봉(418.6m)은 용의 머리 모습을 잃은 지 오래인 듯하다. 거금도는 전라남도 고흥반도 녹동항에서도 연육교를 2개나 지나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순환도로를 10분쯤 달리면 옥룡마을 사거리가 나오고, 산 쪽으로 경사 급한 길을 올라가면 비로소 채석장들이 나타난다. 아직 두어 개의 채석장이 남아 있는 듯하다. 채석장의 인심은 야박한데 환경단체의 등살에 빗발치는 민원에 그렇게 되었다는 게 그쪽 이야기이다.
거금도 채석단지, ⓒ 전영식
이미 교통이 편한 양쪽 입구 부분은 개발이 다되어 있어 더 이상 생산하지는 않고 있고, 옥용봉 북서쪽으로 작업하는 현장들이 남아 있다. 아직도 품질이 괜찮은 암석이 남아 있는지 괴상으로 크게 암석을 떠내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채석되는 고흥석은 화강섬록암의 일종으로 포천석보다는 조금 어둡다. 하지만 화강암과 화강섬록암은 현장에서 큰 의미차가 없다.
요즘 이런 대규모 산지 채석단지는 거창 이외에는 보기가 힘든데, 그것도 오랜 기간 좋은 품질의 채굴장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척박한 이 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며 가족을 부양했을까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상상해 본다.
거금도 채석단지, ⓒ 전영식
고흥석 가공 형태별 종류(연마, 잔다듬, 버너), 출처: 타이거석재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100% 성공은 없다. 일부 현장은 자금 부족인지 아니면 돌이 안 좋은지 작업을 하다 말고 유허지처럼 남겨져 있다. 흘러내린 풍화된 바위가 개발 전 이곳의 운치의 끝을 보여 주는 듯하다. 남향 바른 지점인데 개발이 잘못 들어가 저 모양이 되고 말았다.
거금도 채석단지, ⓒ 전영식
거금에너지테마파크
채석단지의 중간부터는 태양광 패널들이 가득하다. 여기가 패석장을 이용한 거금에너지테마파크이다. 2013년 7월 31일에 준공했으니 10년이 넘었다. 개발 당시에는 단일 구역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 단지였다. 축구장 80배의 넓이에 25MW 규모의 발전소가 5개가 세워졌다. 아마도 거금도 역사 상 가장 큰 단일 프로젝트였을 것인데, 정작 인력이 없어 순천까지 나가 인력을 구해왔다고 한다.
거금에너지테마파크, ⓒ 전영식
사전에서 복원(復元)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원래대로 회복함으로 나와 있다. 원래의 모습은 아득하고 우리는 태양광패널의 모습으로 그 원래를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시대 이곳의 복원은 인간이 만든 이 약한 구조물로 상처받은 지구의 몸을 슬쩍 가리는 행위일 따름이다.
거금에너지테마파크, ⓒ 전영식
태양광발전은 2차적인 문제도 남긴다. 초목이 있어야 할 곳에 불투수성의 패널을 설치하기 때문에 강수가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더욱 빠르게 하천을 이루어 흐른다. 이미 개발되어 파편들이 산재한 채석장에는 산사태나 홍수에 의한 토사의 흐름이 유발된다. 인공적인 건축물로 토양에는 영구적인 응달이 만들어지고 조류를 위한 나무는 자라지 못한다. 또한 변전기의 소음은 도시라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산속에서 불안하고 음험한 분위기를 만든다.
채석흔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추가적인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고 경관미를 회복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주로 골프장으로 만들거나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는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채석흔적은 채굴암종, 채굴하는 방식 등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띤다.파리같이 지하에서 필요한 돌만을 채석해서 지상으로 가지고 올라오는 경우에는 동굴이 남는다. 흔희 퇴적암류의 채굴흔에서 이런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 석회암처럼 산을 통째로 채석하는 경우엔 절개지와 웅덩이가 남는다.
암석자원이란 개발해 보지 않고는 그 범위를 사전에 알 수 없다. 결국 어떤 모양으로든 부적절한 흔적이 남을 것인데, 모든 케이스를 일률적으로 한 가지 방식으로 복구할 수 없는 것은 각 지리학역적, 인문학적인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집객효과가 있는 시설은 인구밀집지역 근처가 좋다. 인구가 없는 곳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자연을 훼손하면 결국 지구는 스스로 치유한다. 그것이 산사태이고 물난리인 것이다. 원래 채석장도 인간이 점유하기 전에는 당연 자연의 삶과 과정의 흔적인 곳이었다. 인간들끼리는 복원이다 뭐다 야단법석이지만, 무엇을 하여도 결국 자연의 스타일대로 이 땅들은 만들어질 것이다. 자연을 너무 거스르지 말고 적절히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