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1호선 지질 연대기
목포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유달산(228.3m)이다. 이보다 높은 산이 없어 목포의 에베레스트다. 정상에선 목포와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유달산 공원에 가면 이난영의 <목포는 항구다>(1971) 노래비가 있고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 승강장도 있으며 노적봉도 있다. 이 케이블카는 북항스테이션을 출발하여 유달산 정산에서 'ㄱ'자로 꺾여 바다 위를 지나 반달섬 고하도까지 가는 3.23km의 우리나라 최장 케이블카다.
유달산과 고하도 사이 온금동에 세워져 있는 5번 타워는 높이가 155m에 이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케이블카 타워라고 한다.
유달산 공원을 등지고 목포시내 쪽을 보면 노적봉이 있다. 노적봉은 적에게 아군의 군사를 부풀려 보이려고 산에 가마니를 덮은 곳이다. 임진왜란 때에 이순신(李舜臣)이 이곳에 진을 치고 산꼭대기와 큰 바위를 짚과 섶으로 빙 둘러싸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하여 왜적으로 하여금 싸움을 포기하고 후퇴할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다는 것이다. 영산강에 횟가루를 풀어 쌀뜨물이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는 입체적인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노적봉은 전국에 많고 전설도 똑같다. 안산, 의성, 부산 등에 있다. 안산의 노적봉은 상록구 성포동에 있는데 인공폭포를 조성해 놓았고 서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의성 금성면 수정리 비봉산에도 노적봉이 있고 전설이 남아 있는데 삼한 시대에 소문국왕이 적에게 포위를 당해 식량이 떨어지자 짚으로 산봉우리를 덮어서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했다는 내용이다. 부산에는 강서구 녹산동에 녹도라는 섬에 노적봉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볏짚으로 봉우리를 둘러 적을 기만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고양시 행주산성, 칠곡 인동면 천생산성(天生山城), 해남 옥매산에도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쌀이 많이 났고 병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인력도 많았으리라는 추측을 이용한 지략이었다.
유달산과 노적봉의 암석은 중생대 백악기(78.44±0.67백만 년, Kihm et al., 2014)에 쌓인 유달산응회암이다. 응회암은 화산이 터질 때 분출되는 화산쇄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지층이다. 유문응회암(Rhyolite tuff)으로 분류되는 이 암석은 영암, 목포 뿐만 아니라 신안군의 섬들에 걸쳐 분포한다. 이 응회암에는 15%가량의 화산력이 들어가 있다.
목포자연사막물관 앞 갓바위도 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침식에 약하기 때문에 특유의 해식경관을 보여 목포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응회암은 암석이 물러서 잘 부수어진다. 그래서 불상이나 마애불을 만들기에는 부적합하다. 즉 목포에 마애불이 없는 이유는 불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암석이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지질학적 해남-목포-영암 지역은 환상지형구조(circular topography)를 보여주는 백악기 칼데라 지역이다. 백악기 후기에 현재는 소멸된 이자나기판(Izanagi plate)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섭입 되면서 만들어진 화산활동의 결과물이다. 지름은 대체로 30km 정도인데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분출물이 분출되어 주변 지역을 광범위하게 먼지처럼 덮었다. 또한 화산이 생성될 때, 주변 암석에 물리적인 자극이 발생하여 깨어지게 되고 이 틈에 여러 가지 잔류마그마가 들어와서 유용광물을 만들기도 한다. 해남의 옥매광산이 유명하다.
사실 지질학적 측면에서는 목포는 항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화산분출구 및 이와 관련된 현상이 중요하다. 마치 현재 인도네시아 화산을 보는 듯한 모습이 발생했을 것이다. 옥천계의 남서부 끝에 위치한 이 지역은 한반도의 형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백악기 시대에 뜨겁고 무서웠던 목포는 화산이었다.
전남 목포는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우리나라의 종축도로인 국도 1호선의 출발점이다. 전체 노선의 길이는 1,068km(남측 구간은 509.9km)이고 우리가 올라갈 수 있는 최북단지역은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이다. 전라도, 충청도, 수도권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이다.
2012년 6월 29일 목포대교가 개통되면서 기점이 유달산우체국(목포근대역사 1관 앞)에서 목포대교 남단인 고하도~허사도로 변경되어 예전의 기점조형물에 기념비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국도 1호선의 서울 북쪽 노선은 베이징으로 가는 연행로와 일치하고, 서울-수원 구간은 정조 때 놓은 시흥대로, 경수대로와 겹친다. 천안 이하의 길은 일제가 전라도 쌀을 수탈하는 통로로 만들었다. 실제로 1호선으로 명명된 시점은 1971년 일반국도노선지정령 발령때이다.
목포는 맛집이 많지만, 혼자 오는 손님을 반기는 집은 많지 않다. 일찍이 허영만 선생이 다녀가서 유명세를 겪고 있는 가락지죽집은 인적이 드물어지는 원도심 수문로에서 당당히 전국 손님을 불러 모으는 노포다. 6.25 전쟁 이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는데 이제는 시부모에게 물려받은 며느리가 운영하고 있다. 이색적인 맛이거 나 도회지 스타일은 아니지만 70년 간 운영되어 단골이 많은 지역 맛집 식당이다.
팥(Red bean)은 두류인데 사포닌이 들어 있어 이뇨작용을 하고, 피부와 모공의 오염물질을 없애주어 아토피 피부염과 기미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부기를 빼고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또 귀신을 몰아내는 효과가 있다.
중국 진나라 때,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귀신이 되어 마을에 나타났는데, 이 아들이 팥을 싫어한 것에 착안하여 팔죽을 쑤어 여기저기 발랐더니 귀신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형초세시기, 荊楚歲時記). 조선 영조는 "문에 팥죽 뿌리는 일을 없애 잘못된 풍습을 바로잡으려는 나의 뜻을 보이라”라고 했다(영조실록)는데 그럼에도 이 풍습은 계속 이어져서 왕만 스타일을 구기게 됐다. 백성이 왕이다.
팥은 전남 나주, 장흥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경북에서 두 번째로 많이 생산된다. 근래 경북이 강원을 추월하여 많이 생산되고 또 매년 생산량이 증가하는데, 이유는 경주 황남빵에 들어가는 팥을 위해 지역생산 팥을 타지방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수매하기 때문이다. 하여간 목포 가락지죽집은 팥이 많이 나는 지역에 위치한 팥죽집이다.
팥죽은 취향에 따라 설탕을 타먹기도 하고 소금을 타먹기도 한다. 어떤 것은 옹심이를 넣는데 부글부글 끓고 있는 팥죽을 보면 주변 암석을 집어삼킨 용암을 연상시킨다. 또한 팥죽은 식으면 겉표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이 역시 지표면에 노출된 용암이 식어 암석이 만들어지는 이치와 같다. 팥죽은 지질학적인 인사이트를 전해주는 별미 음식이다.
참고문헌
Kihm, Y.H., Choi, P., Hwang, J.H., Kim, H., Ko, K. and Chun, H.Y., 2014, Geological Report of the Mokpo Sheet. Daejon, Korea Institute of Geoscience and Mineral Resources, p. 93.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