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질학
모험을 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그럼 이제 새로운 모험을 즐겨봐요!
픽사(Pixar)가 실화 바탕의 2009년 개봉한 3D 애니메이션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픽사는 원래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 사업부였던 것을 1986년 스티브 잡스가 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토이스토리>로 3D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이룩하였고 <니모를 찾아서>, <벅스라이프>, <인크레더블> 등을 만들었다. 2006년 디즈니가 74억 달러에 인수하며 애니메이션의 제왕인 디즈니의 일원이 된다.
업(Up)은 2009년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는데 3D 애니메이션으로 개막작 선정은 최초였다. 2010년 8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는데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미녀와 야수>이래 처음이었다. 장편애니메이션상, 음악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애니메이션에 할아버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어린이에게 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공감을 준다.
이 영화는 시애틀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주인공인 메이스 필드 할머니는 지역개발에 의해 108년 된 집이 헐릴 위기에 처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 쇼핑센터 개발로 계획부지의 가운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건설회사는 시세의 10배 금액을 주겠다고 설득했으나 요지부동 할머니는 집을 팔지 않았다. 이에 반전이 생긴다. 건축회사는 법을 이용하거나 폭력배를 동원하지 않고 오히려 할머니의 집을 피해서 쇼핑센터를 짓는다. 개발 총책임자는 할머니를 극진히 돌본다. 나중에 할머니는 그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겨 주었다고 한다.
픽사는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할머니를 할아버지로 바꾸고 일찍 상처한 할아버지가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내용을 바꾸었다. 칼 프레드릭슨 할아버지(한국어 더빙은 이순재 씨가 했다)는 완고하게 집 팔기를 거부하던 중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켜 요양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자포자기하며 예전 물건을 정리하던 중 아내가 남긴 메시지를 읽게 되는데 이에 힘입어 2만 개 풍선을 집에 매달고 아내와 꿈꾸던 남미 파라다이스폭포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여행의 유일한 동반자는 동네 개구쟁이 소년단원인 러셀이다.
영화의 소재가 된 파라다이스 폭포의 모델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주 카나이마 국립공원의 ‘에인절(앙헬) 폭포’이다. 미국 항공 탐험가 제임스 엔젤(James Angel)이 발견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Angel Falls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폭포의 포말이 퍼지고 안개가 끼면 그 모습이 정말로 장엄하여 '천사의 폭포' 라 명명되었다는 설도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폭포"라는 뜻인 파레쿠마 메루(Parekupa - Meru)라고 불리기도 한다.
높이 979m, 물줄기 길이 808m, 너비 150m로 물이 적을 때는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안개로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롯데월드타워보다 1.5배 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카나이마 국립공원은 베네수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으로 테이블 모양으로 생긴 테푸이 고원으로 유명하며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폭포가 위치한 곳은 아우얀 테푸이(Auyan-tepui) 산으로 원주민 언어로 ‘악마의 산’이라는 뜻이다.
테푸이(tepui)는 남아메리카 북부 베네수엘라, 브라질, 가이아나의 국경 지대에 있는 정상부가 평평한 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지역에는 테푸이 115개가 있으며, 테푸이가 가장 밀집된 지역이다. 고도는 1,000m에서 3,000m로 다양하며, 115개 테푸이의 면적을 모두 합칠 경우 대략 5,000 km2 정도 된다. 테푸이는 아마존 분지의 북쪽 경계와 오리노코강, 대서양 해안과 네그루강 사이에 위치한다. 화강암 기반암 위 거대한 사암 분지의 남은 흔적인 탁상지이다. 호라이마산이 유명하다. 초대륙 곤드와나의 흔적이다. 지질 시대를 거치면서 분지는 침식되었고, 남은 잔구는 테푸이가 되었다.
테푸이는 지역에 따라 탁상지(卓狀地), 테이블(table) 또는 테이블랜드(tableland)라고도 불리는데 꼭대기가 평평한 산이다. 예로써 중앙시베리아 탁상지, 아라비아반도의 아라비아 고원, 이스라엘 메사 등이 유명한 탁상지이다. 대지(臺地), 투야(tuya), 메사, 뷰트(butte)라고도 부른다.
테푸이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떨어져 있어 각각의 테푸이에는 고립된 생태계에서 서식하는 고유한 식물종과 동물종들이 발견된다. 테푸이는 정글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솟아난 모습이다. 아우얀테푸이(Auyantepui)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앙헬 폭포의 수원지이다.
기아니 고지의 테푸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이아얀 테푸이와 로라이마 테푸이(Roraima Tepui)로 로라이마는 코난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정상부에는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기 때문에 무기질이 거의 없어 정상적인 식물은 없고 식충식물만이 존재하며 올챙이 단계 없이 개구리로 태어나는 오리오프리네라(Oreophrynella)라는 특이한 개구리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상부가 평평한 산을 테이블산(Table Mountain)이라고 한다. 이 산의 암석은 아마존 분지의 북쪽과 오리노코 강 사이에 분포된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구성된 복합체(36억 년전 생성) 위를 덮고 있는 사암층이다.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의 서쪽 흔적으로 여겨지는데 1억 5천만 년 전인 쥐라기에 남미와 아프리카가 분리되었다. 이 층군은 현재 규암과 사암으로 구성된 로라이마 층군(Roraima Formation)이라고 부른다. 사암층의 층을 따라 평평한 정상부가 만들어지고 각 층에서 물에 녹기 쉬운 석회질 성분이 빠져나가며 버섯 같은 모양의 특이한 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풍선을 가지고 집을 들어 올리려면 영화상의 2만 개가 아닌 2,600만 개의 풍선이 필요하고 기류상 시애틀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폭포의 모습과 테이블산(mountain) 위에는 다른 생태계라는 것은 지질학적으로 이해가 된다. 규모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과학자의 상상력과 작가의 상상력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다리와 같다.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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