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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Jul 19. 2023

우리 뼈는 광물인가 아닌가

생활 속 지질학 이야기

최근 다리에 골절을 경험했다. 사고로 인한 것은 아니고 계획되고 예정된 일이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겪는 큰 고통이었고 경험이었다. 피할 수 있다면 그러는 게 좋은 그런 경험이었다. 뼈라는 것이 몸 안에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존재와 마주칠지는 몰랐다.

 

당연히 신속한 회복에 대해 알아보던 중 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았다. 뼈는 무엇이고 골절이 생기면 몸은 이에 어떤 대응을 하는지. 그런 것을 알아야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갖고서 말이다.


우선 골절이 생기면 파골세포(osteoclast)가  부서진 뼈 조각 등을 깨끗이 청소하고 사라진다. 보통 보름 정도 걸린다. 파골세포는 체내에 칼슘이 부족한 경우, 칼슘의 장소인 뼈를 분해하여 칼슘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후 조골세포(osteoblast)가 투입되어 새로운 뼈가 만들어지는데 대략 3~4개월이 소요된다. 조골세포는 뼈가 만들어진 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뼈를 이루세포(osteocyte)가 된다. 이런 기간은 나이와 영양상태 등에  따라 개인간 차이가 날 수 있다. 대략적인 생물학적 이야기는 이 정도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 monkey scene


잘 아는 것처럼 뼈는 주로 칼슘과 인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칼슘이 없어지는 골다공증을 막고자 우유, 멸치 등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권장한다. 두 성분이 만나 만들어지는 것이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이라고 불리는 성분이다. 석자가 들어가돌인가 보다 했다. 또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것처럼  특히 정강이뼈는 돌처럼 튼튼하기 때문에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의 정의


광물의 정의는 자연에서 산출되는 무기물로서 일정한 화학 조성과 물리적 성질을 갖는 고체라는 것이다. 광물은 각각 독특한 결정 모양, 물리,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혹은 여러 광물과 함께 조암 광물로 산출된다.


하지만 물체 내에서 광물같은 유사한 성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조개의 껍데기, 사람의 뼈와 이빨 등이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무기물 기원인지 유기물 기원인지가 만져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광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헷갈리는 성분이 뼈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다. 결론을 말하면 뼈는 광물이 아니다. 치아, 담석 등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돌은 다 광물이 아니다.


인회석(apatite), Source: Wikimedia commons by Parent Géry

수산화인회석은 광물의 한 종류, 특히 인체를 구성하는 광물(골광질, bone mineral)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동물의 뼈를 구성하는 광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로 알려진 치아 역시 이에 해당되는데, 에나멜의 96%가 광물로 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을 수산화인회석이 차지하고 있다. 수산화인회석은 철분과 함께 뼈의 단단함을 제공해 주는 광물이다.


수산화인회석 결정 구조 및 분류


인회석의 화학식은 Ca5(PO4)3X (X는 F, Cl, 또는 OH)이다. 잘 알 수 있는 것 같이 칼슘, 인이 주 성분이다.


아래와 같은 육방정계(한 평면이 60도로 교차하는 3축이 있는 결정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육방정계 광물은 전기석, 수정, 방해석, 전기석이 있다. 아래 결정 구조도는 z 축 방향(위)에서 바라본 것이다. 6회축을 따라 정렬된 양이온(보라색)이 불소이다. 불소 주변에 6개의 칼슘 양이온(노란색)이 배열되어 있고, 녹색 양이온 역시 칼슘인데, 결정학적 자리가 차이 나서 녹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붉은 사면체는 인산염 사면체이다. 보라색 자리, 즉 불소가 있는 자리는 염소 음이온이나 히드록시기(OH)로 치환되기도 한다.



히드록시기(OH)가 들어있는 인회석 단종을 수산인회석(hydroxylapatite)라고 부르고, 불소(F)가 들어가면 불소인회석(fluorapatite), 염소(Cl)가 들어가면 염소인회석(chlorapatite)이라고 부르며, 보통 세 단종(end member)의 혼합으로 발견된다.


칼슘


칼슘(Ca)은 뼈와 치아를 형성하는 주성분으로, 무기질 중 체내에 가장 많이 들어 있으며, 체중의 약 2%를 차지한다. 그중의 99%는 뼈와 치아의 석회화에 참여하고, 1%는 체액에 이온 상태로 존재하면서 근육 수축, 혈액 응고를 돕는다. 우리 몸의 칼슘 농도는 식사와 관계없이 뼈를 이용한 저장과 인출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칼슘은 우유 및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 해조류, 녹색 채소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우유는 칼슘의 우수한 급원 식품으로서 우리 몸에서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들어 있고, 우유의 비타민 D나 젖당은 칼슘의 흡수를 도와준다고 하고 저지방 우유가 좋다고도 하는데, 여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면에 칼슘을 유기산과 함께 먹으면 녹지 않는 염이 형성되어 칼슘 섭취가 부족하게 되고 어린이는 골격의 석회화가 부진해지고, 성인에게는 골다공증과 골연화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산속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영양소가 부족한 식습관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칼슘의 생물학적 역할

칼슘은 체액에서는 Ca2+로 존재하는데 신경전달, 근육의 수축과 이완, 혈액 응고 등 여러 중요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한다. 이외에도 Ca2+은 호르몬 분비, 수정, 세포 사멸, 기억 등 여러 세포 내 과정들을 활성화시킨다.


포유동물에서 체액 내 칼슘 농도는 식사를 통한 섭취와 흡수, 변으로의 배출, 뼈에서의 축적과 용출 등에 의해 잘 조절되고 있으며, 뼈가 칼슘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데, 부갑상선 호르몬이 뼈에서 칼슘과 인산 이온이 빠져나가는 뼈 흡수를 조절한다.


칼슘은 무척추동물에서도 껍질과 같은 외골격을 만드는데 쓰인다. 그리고 칼슘은 식물에서도 식물 세포막과 세포벽의 필수 성분이며 세포막의 투과성을 안정화시키는데 필요하고, 기공의 닫힘, 세포 분화에 작용한다. 액포에서는 유기 음이온들의 균형을 잡는 양이온으로 작용하며, 해양 인편모조류에서는 CaCO3가 구조적 물질로 사용된다.



인(P)은 체내에서 칼슘 다음으로 함량이 높으며, 그중 80%는 칼슘과 결합하여 뼈와 치아를 구성하고, 나머지 20%는 혈액과 체액에 존재하면서 산·염기 평형을 유지시킨다. 또 세포 내의 핵단백질을 구성하며, 에너지 발생 과정에 관여한다. 칼슘과 인은 서로 연관되어 흡수에 영향을 주는데, 칼슘과 인의 섭취 비율이 1:1 정도인 것이 가장 좋다. 우유, 견과류, 어육류, 유제품, 곡류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인회석의 지질학


인회석은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인산염 광물 중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것으로, 다양한 암석에서 발견된다. 특히 거의 모든 화성암에서 인의 함량을 책임지고 있는 광물이며, 실제로 화성암의 약 0.1~1%의 부피를 인회석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따라, 화성암의 전암(whole rock) 분석 자료에서 인산염 함량이 규산염 함량과 반비례하는 경향성은 암석이 분화하면서 인회석을 정출 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인산염 자체의 함량이 암석 내에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인회석은 부수광물(accessory minerals)로 산출하며,  운모 근처나 장석 결정 사이에서 발견되게 된다. 보통은 불소와 물이 많은 상태의 수산화인회석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인회석은 특히 카보네타이트에서 보다 풍부하게 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경우에는 부수광물이 아니라 주광물 수준으로 산출된다.


변성암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경우에도 보통은 불소와 물이 주를 이루지만, 염소 성분이 관여하는 변질 과정을 거친 경우에는 특별히 염소인회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퇴적암에서는, 많은 광물이 그렇듯이 원암에서 성장한 인회석 결정이 파편으로 존재하여 그리 드물지는 않다.






지각을 구성하는 8대 원소라는 것이 있다. 산소, 규소, 알루미늄, 철, 칼슘,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이 그것이다. 따라서 이 원소들은 생명체에도 많이 사용된다. 생명체에는 포유류 말고도 많기 때문에 규소도 껍질로 사용된다. 이 중 칼슘은 여러 원자와 결합하여 다양한 광물을 만든다. 건축물을 만드는 시멘트의 주성분인 탄산칼슘, 겨울철 도로에 뿌리는 염화칼슘, 옛 한옥과 정형외과의 깁스에 사용되던 석고 등이 대표적이다. 칼슘 없는 생태계는 생각할 수도 없다.


지구화학에서는 개별 광물이 침전되어 형성되는 조건을 실험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광물의 침전은 온도, 압력, 농도 및 pH 같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인체 내부의 침전인 경우, 온도와 압력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체별 pH조건이 침전에 차이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광물의 정의상, 무기물이기 때문에 뼈를 광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광물들처럼 특정 화학적 조건에서 침전되며 형성되는 것은 같다. 이는 우리가 주변의 광물을 친근하게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주변의 광물도 나름의 침전조건에 딱 맞아서 형성되었고 다시 분해될 환경을 만나지 않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결과물인데, 특히 한정된 생성, 존속 조건 안에서 잠시 그 모습을 보이는 것일 뿐이다.


광물의 정의는 지금은 흐릿해진 마치 유기화학과 무기화학을 나누는 기준처럼 공허해 보인다. 인간 이외의 존재 입장에서 이런 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인간의 인식론의 한계가 아닐까? 하지만 시험에서 뼈가 광물이냐고 물으면 생각을 멈추고 아니라고 써야 한다.


참고문헌


1. 곽재식, 2018, 휴가 갈 땐, 주기율표, 초사흘달

2. 진주현, 2015, 뼈가  들려준 이야기, 푸른숲

3. 박준우, [화학 산책] 뼈, 치아등을 구성하는 "칼슘 (Ca)" , 이화여대 명예교수(화학)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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