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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커엄마 Mar 18. 2024

"전학 보내줘" 친구 관계가 힘든 딸에게

감정을 선택하는 법

#. 선택하는 연습


자기주도적 삶을 위해 선택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일례로, 하원 후에 "씻을래, 밥 먹을래?"라고 묻기보다 "씻고 밥 먹을래, 밥 먹고 씻을래?" 묻는 걸 추천드렸었습니다. (유튜브/ 앵커엄마 안보라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98ZXbVQgH7Y )


부모는 아이 주위로 담장을 쳐주고, 그 안에서는 아이의 뜻대로 이루어지도록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시면 좋다는 취지였습니다. 선택하는 것도 자꾸 연습해 봐야 익숙해집니다. 진취적인 태도도 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이끌고, 어떤 방식으로 선택지를 주어야 하는지 천천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영화 <쇼생크탈출>을 보면, 극 중 엘리스 보이드 레드 랜딩 (모건 프리먼 역)은 40여 년의 기다림 끝에 가석방됩니다.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까 마트에 취직합니다. 일하다가 관리자에게 묻죠.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뭘 당연한 걸 묻나, 관리자는 당황합니다. 그러면서 대답해 줍니다.


"다녀오세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내게 묻지 않아도 됩니다."


#.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당연한 선택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겪어본 적 없는, 감당하지 못할 자유를 일시에 맞게 되면 대부분의 인간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낍니다. 성인도 이런데, 아이들은 얼마나 미숙하겠습니까. 선택도 연습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선택의 순간을 맞았을 때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선택지를 주고 주도적으로 선택하도록 연습시키는 궁극적인 이유는 인생을 현명하게 살아가라고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에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엄마, 나 전학시켜 줘."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전학을 시켜달라고 합니다.


'이제 새 학기 시작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갑자기 웬 전학?'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부모는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의 속사정을 물어봅니다. 알고 봤더니,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 지내던 친구가 원인이었더라고요.


친구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할까요, 소유욕이라고 해야 할까요? 딸이 다른 친구와 함께 어울려 노는 게 너무 싫었던 친구는 딸이 다른 친구와 말만 해도 접근해서 그 친구를 데려가는 등 딸을 외톨이로 남겨버리며 이른바 '왕따'를 만든다는 사연이었습니다.


'너는 나하고만 놀아야 해!'


치기 어린 마음이 질투와 소유욕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당사자인 딸은 얼마나 괴로우면 '전학'까지 꺼내 들었을까요. 이제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인데요. 딸에게 이렇게 말씀해 주시라고 권해드렸습니다.


#. 자녀에게 선택안 제시하기


먼저 부모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선택안을 제시하세요. 말씀하실 때는 백지를 꺼내 들고, 하나하나 직접 적으면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세요. 말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글자를 보면서 듣는 게 집중도도 높일 수 있고,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습니다. (일타 강사들도 칠판에 적으며 수업합니다.)


1. 전학

2. 교사 상담

3. 친구 부모 면담

4. 대처법 연습


#. 설명하기와 설득하기


먼저 현실적으로 가능한 안들을 알려준 후에는 설득의 작업을 이어가셔야 합니다.


1. 전학


"네가 원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전학을 보내줄 수 있어.

네 마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야 해.

전학을 가더라도 저런 친구는 또 만날 수 있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거든.

물론 좋은 친구들만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어.

매번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전학이나 이사로 피할 수는 없단다."


2. 교사 상담


"그래서 전학은 최후의 선택으로 미루고, 그전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먼저 찾아봤으면 좋겠어.

엄마가 먼저 생각한 건 선생님과 면담하는 거야.

물론 그 친구는 선생님 앞에서 시치미를 뚝 뗀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직접 면담 신청을 하고 진지하게 얘기하면 선생님도 더 관심을 갖고 도와주실 거라 생각해."


3. 친구 부모 면담


"엄마가 그 친구 엄마를 직접 만나보는 방법도 있어. (상대 부모는 이미 알고 있고, 아이들의 장난으로 여긴다고 함) 지금까지는 친구 엄마가 장난으로 알고 웃으며 넘겼지만, 친구 엄마와 진지하게 얘기해 보고,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방법도 있어."


4. 대처법 연습


"엄마는 세 가지의 안을 너한테 말해주었어. 그런데 엄마가 너에게 제일 해주고 싶은 건 대처하는 법을 같이 연습하는 거야. 친구가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네가 이렇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함께 연습해 볼래?"



[1단계 - 감정 표출하기]


-"넌 정말 이상한 행동을 하는구나?"

-"네가 이렇게 해도 나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아."

-"나 지금 상처받았어."

-"지금 네 말과 행동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 알아? 그냥 너도 알고만 있으라고 얘기하는 거야."


[2단계 -사과 요구하기]


-"너는 말을 이상하게 하는구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네 말투 때문에 내가 마음이 상해.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

-"나는 친구와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지내고 싶은데, 너의 나쁜 행동 때문에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아. 의도적인 거라면 네가 정말 나쁜 사람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나한테 사과해 줬으면 좋겠어."


[3단계 - 관계 끊기]


-"너는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아이구나. 네가 계속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는 너랑 같이 놀고 싶지 않아."


#. 소리 내어 말해보기


모든 말들은 부모가 선창하고 아이가 후창 하며 직접 입 밖으로 꺼내게 유도하셔야 합니다. 할 말이 많은데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경험, 어른들도 하나쯤은 있으시죠?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나는 왜 그리 바보 같았나... 이불킥 해본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모든 말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 상처받았어." 같은 단순한 문장도 직접 소리 내어 말씀해 보세요.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기분과 내 감정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기분이 상했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세요.  왜냐하면 내 표정으로 기분이 상하는 걸 알아채는 상대방이라면, 그런 센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선택권 넘기기


아이에게 세 가지 옵션을 주고 충분한 설명을 해주셨다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지를 물어보세요.


"엄마의 제안을 듣고 보니 어때? 지금 당장 선택하기 어려우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볼래?"


자, 그럼 여기서도 선택이 등장합니다.

지금 대답할 것인가, 나중에 대답할 것인가.


아예 말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옵션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는 은연중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즉 엄마에게 답을 말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자신이 취해야 할 옵션을 선택했다면, 일단은 그대로 존중해 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그래야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도 아이가 감당할 수 있습니다.


#. "끝까지 네 편"


마지막으로 조언해 드릴 말씀은 절대적으로 부모는 아이의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나는 너의 의견을 존중하며, 무조건 네 편이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이런 표현을 꼭 써주세요.


#. 공감하기


"그 상황에 엄마가 있었더라도, 엄마도 너처럼 마음이 힘들고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


#. 마인드 컨트롤 가르치기


"그런데 말이야.

내가 상대방의 말에 상처를 받고 속상해하는 마음은 내가 선택할 수 있어.

내 감정은 나만의 것이야.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내가 굳이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내게 상처를 줄 수 없어.

네가 스스로를 아끼고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할수록 상처 주려고 노력하는 나쁜 친구들도 없어질 거야.

나쁜 친구들은 남들 상처 주는 게 재밌어서 더 나쁘게 행동하거든.

네가 상처받지 않는다면 걔네의 '나쁜 노력'이 소용없게 되는 거잖아?

얼마 못 가 흥미가 떨어져서 너를 괴롭히지도 않을 거야.

그러니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를 믿고, 내 감정을 지키기 위해 나 스스로를 사랑해 주라는 거야.

남들이 상처 주지 않는데, 내가 나 스스로를 상처 준다는 건 너무 속상한 일이잖아.

나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 남들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거야.

늘 네 뒤에는 엄마아빠가 버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


#. 기분 전환으로 이끌기


"기분이 상할 때는 행복했던 우리 가족의 휴가를 떠올려봐.

기분 좋은 생각, 갖고 싶던 장난감을 가졌던 기억, 지난여름 수영장에서 재밌게 놀았던 일, 불 피우며 캠핑을 즐겼던 기억.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기분이 좋아지도록 바꾸는 일!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과 행동은 굳이 계속 떠올리지 않아도 돼.

이게 네가 정말 이기는 길이야."


#.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


아이의 고통에 공감해 주고, 이겨내는 생각의 길을 터주세요.

아이가 나쁜 기억과 행복했던 기억 중 선택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세요.


농촌에서는 비가 많이 내릴 때면 밭마다 물꼬를 트기에 바쁩니다.

지금 물길을 터주지 않으면 밭이 흥건히 잠겨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거든요.


감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폭포수 같은 감정의 비가 쏟아지기 전에, 어두운 생각, 좋지 않은 기억에 침잠돼 우울한 마음으로 뒤덮이기 전에 감정의 물꼬를 터주세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돼 감정의 농사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농부에게는 부모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부모만이 해주실 수 있는 믿음의 길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이 있는데요, 그 내용이 딱 떠오릅니다.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없어 그 글귀와 함께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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