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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랑 Nov 14. 2023

새집의 비밀

새집은 목공이 아니고 과학이다

내가 주말에 지내는 양평에는 새가 참 많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의사 선생님이 놀러 오더니 우리 집 주변 새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새는 박새고, 딱새랑은 어떻게 다르며 산비둘기인 줄 안 새는 때까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침에 같이 산책을 하면서 나무에 붙어 딱딱거리는 새를 가리키며 저놈이 딱따구리라고 가리키는 손끝에 딱따구리가 있었다. 소리로만 듣던 딱따구리를 처음 봤다. 매주 시골에 사는 나는 모르는데 도시에 사는 의사가 어떻게 새에 대해 잘 알지?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새도감을 한 권 샀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선물한 새 관찰용 망원경으로 우리 집 주변의 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버드 피더_ 새는 카메라만 들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ㅠㅠ>


새를 더 가까운 위치에서 관찰하기 위해 버드피더(Bird feeder)를 걸어 놓았더니, 정말 많은 새가 날아왔다. 일주일 만에 한 번씩 먹이를 채워주는데 우리가 올 때쯤이면 항상 빈통이다. 새들 사이에서 우리 집이 맛집이라 소문이 났나 보다. 버드피더보다 이들에게 집을 지어준다면 우리 집에 더 오래 살겠지 하는 마음에 나무를 잘라 새 집을 만들어 주었다.


어라, 왜 내가 만든 새집에는 새가 들어오지 않지?


그래서 새집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새집은 목공이 아니라 과학이다. 실제 인공새집은 1875년 독일에서 고안하여 새들의 번식을 도와줌으로써 산림해충방제에 큰 효과를 얻자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것으로 생태계를 회복하고 환경보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만들어서 이웃에게 나눠준 새집>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자료(2013년)에 따르면,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진박새 등의 박새류는 해충을 구제하는 효과가 있어 도시숲을 건강하게 한다고 한다. 박새 1마리는 1년에 약 85,000~100,000 마리의 벌레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인공 새집 하나가 연간 48만 원의 산림해충방제 효과를 얻는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새집은 너무 커도 안되고, 또 너무 작아도 안된다. 새집 앞의 구멍의 크기가 새들을 부르는 첫 번째 신호다. 32미리 이하면 참새, 박새 등의 작은 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두 번째로 지은 새집에 드디어 새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새였다. 매주 박새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기회가 된다면 새집 짓는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 새집을 지어 우리 산에 우리 새들이 많아지기를 소원한다. 전원주택에 사는 건 벌레와 같이 사는 거라는데, 새의 먹이가 해충이라는 사실에 새집이 더 좋아졌다. 내년에는 더 많은 새집을 지어서 이웃에게 분양해야겠다. 다음에는 새집을 쉽게 만드는 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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