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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JARDIN D’ACCLIMATATION

PARIS 16e. 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분명히

가족인데

가족이 맞는데

자연스럽게 거기 가족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는 듯

거기 끼려고 인정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반응하는 제이.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 가족은 급손절하고 저녁을 함께하러 홀로떠난 제이.


지 아빠와 새엄마의 '혼자만 오라'는 요청에

득달같이 달려간 제이.


여길 털어도

저길 털어도

먼지가 쳐 날리듯

사방팔방으로

제이 제이 제이....


이제 뇌와 오장육부를 장악했던 점령군의 이름,

이제

아웃!


지난 십 년..

등신 중의 상등신 천등신처럼

저 놈과 그를 생산해 낸 공장장들의 무한 루핑 늪에 빠져서 얼마나 허우적 대었던가.


오늘 하루만 견디자

이번 학년만 참아보자


시간을 담보로

인생을 저당 잡고


내 살을 내 삶을

스스로 얼마나 처파먹었던가


내 삶이 내 심장이

다 뒤집히고 난도질되는 것을

스스로 얼마나 더 용인할 수 있는가


나 하나뿐이면 다행이지.


내 아이의 두 눈을 바라볼 용기가 있는가

어쩜 저 어린 생명을 산재물로 갖다 바친 꼴이 아닌가.


그 거지 같은 신전 모양의 피폐한 재단 앞에서 바들바들 떨었을 어린양, 도대체 무슨 죄가 있었냐 말이다.


신도 아닌 네 따위가 우리 의식을 지배하려고 했구나


그래. 귀신에 들린 돼지.

넌 딱 그 정도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내 세치 혀를 못되게 놀리는 건,

너를 향함이 아닌

네 몸을 지배하고 있는 악령을 향함이리라.


굿을 하든 예수님을 부르든

너에게 필요한 건 퇴마의식이었어.

내 아이를 갖다 바쳐서는 안 되었어.


미안하다 딸아,

엄마가 이제라도 뇌에 붙어있는 스위치의 버튼을 ON으로 할 것이며 뇌를 장착한 사람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바람직한 생각과 행동을 지향할 것임을 천명하고자 한다, 땅땅땅.



저 인간이 어제 금요일 저녁에 그렇게 지 자리를 비우고, 파리 외곽의 이 도시 자체를 떠난 후, 나는 완전 꿀잠을 잤다.


처음에는 저것이 나가는 순간까지 입으로 똥을 싸서 내 차가워진 심장에 투척하기에 너무 기분이 더러웠지만 지난밤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소리에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잠을 잤다.


거실로 내려와 보니 아침부터 웬일로 햇살이 온 집 안에 그득하다.


느긋하게 물고기 고양이 밥 주고 화분과 꽃들까지 물을 주고 아침부터 라면이 땡겨서 새우 네다섯 마리와 대파 그리고 계란 두 개를 넣고 그 사이 아이 우유를 데운다. 여기에 코코아 백 퍼센트 가루에 네스퀵과 비슷한 데 프랑스 버전인 바나니아를 섞어 넣고, 나를 위한 홍차를 우리고 마지막에 우유로 주르륵 넘치지 않을 만큼 가득 큰 머그잔을 채워 넣는다. 아침을 먹고 나서 시계를 보니 아뿔싸 벌써 11시가 넘어간다. 수동차를 덜덜 끌고 갈 때 보통 11시 30분에는 나가야 최소 지각은 면하기에 11시 20분 조금 넘으면 신발을 신고 열쇠, 물과 스케이트 가방도 챙겨서 나가는 분위기인데..


그러다 보니 자동차도 가지고 가버린 상황에서, 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 가서 외곽열차를 타고 다시 한 정거장 타고나서는 또 다른 노선의 외곽열차를 갈아타고 한 정거장 가야 하는 트라제는 거의 불가능하고, 어제 다짐했듯이 10분 거리라 12유로 안팎으로 예상되는 우버를 탈 수 밖에 없는 결전의 순간을 또 맞이하고 말았다.


음... 긴박하게 준비했으나 아이가 아직 씻지도 않았다. 오 마이.. 어제 어떤 엄마에게 '내일 보자'라고 했을 때 자기들은 내일 스타쥬에 못 올 것 같으니.. 방학 끝나고 나서 보자고 했는데, 우리도 스타쥬 마지막 날 참석을 못하게 되고 말았다. 그래도 월화수목금 5일을 참여하고 아이도 최선을 다해서 연습을 했으니 됐다. 어쩌겠는가.. 괜히 5분 10분 늦게 가서 안 좋은 이미지를 쌓느니 그냥 패스하는 것이 맞다. 십여 명 되는 데 어느 누구 하나 지각하는 이가 없다. 특히 스타쥬의 경우에는 바캉스를 떠난 이들을 제외하고는 열정 그 잡채이다. 엄마들도 아이들도 모두 진지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원래 저런 걸까? 정말 새로운 영역이다. 프랑스에도 뭔가 한국의 입시 현장과 같은 뭔가 긴장감 넘치는 이런 공간들도 존재하는 것에 놀랐다. 물론 파리에 가면 더 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완전히 포기해 버리고, 그냥 어항의 물을 갈아줄까 분갈이를 할까 싶었지만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아이에게 놀이공원을 갈지 물어보았다. 지난 일주일간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해서 가까운 바다라도 데려가고 싶지만 다음 주에는 피겨 스타쥬는 없지만 수영 액티비티를 오전에 5일간 신청해 둔지라, 선택지가 별로 없다-라기 보다는 통장 밸런스 문제로 호텔이든 기차나 비행기든 척척 결제할 상황이라, 선택지가 없다.


위노랜드로 몇 년 전에 이름이 바뀌었지만 원래는 베이비랜드'라는 이름을 지닌 파리 외곽의 놀이공원은 거의 열 번 가까이 간 듯한데, 파리의 16구 노른자 땅에 자리 잡고 있는 쟈흐당 다클리마다씨옹 놀이공원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멀기만 멀고' 싶었지만, 아이가 열 살 되기 전에는 한번 가보자 싶었다. 한국의 엄마 아빠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한 번씩은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 가는 곳'에 관심이 생긴다는 것에서 이제야 내 안테나가 '제이의 죽음과도 같은 끝없이 되풀이되는 늪'에서 '아이의 미래를 위한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가는 시간'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느낀다.


Le Jardin d’Acclimatation

주소: Bois de Boulogne, Rte de la Prte Dauphine à la Prte des Sablons, 75116 Paris


아클리마타시옹 정원 주변으로 불로뉴 숲과 루이뷔똥 재단 박물관이 있고, 이 놀이공원 안에는 한국정원도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


주변 환경이 너무 좋다고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네가 Neuilly-sur-Seine 뇌이 쉬르 센이다. 여기는 6e, 7e, 8e et 16e de Paris로, 파리 6구 7구 8구 16구로 경계가 이어져있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는 파리 15구도 약간 거리는 있지만 그래도 여기 16구에 인접하다고 볼 수 있다.

김치 먹고 싶어서 아점으로 끓여 먹은 라면이 너무 무거워서 점심을 먹지 않고 나왔는데 그래도 뭐 하나는 먹이고 공원에 입장해야지 싶어서 저 동네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
15시 30분에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고 하고 하니 1인에 현장 발권 52유로인데 15분만 지나면 반값이라기에 한바퀴 돌고 다시 오기로 했다. 인터넷으로는 입장료가 더 다양하다고 함
루이뷔똥 재단 건물이나 한 바퀴 돌자했더니, 영 기분이 좋지 않은 가 보다. 왜 지금 바로 놀이공원 들어가지 않는지 벌써 이른 시간도 아닌데 이렇게 허비할 시간이 뭐가 있냐는 딸
새 떼 발견
걷다보니 아기 오리들이 가득한 이 연못 뒤 쪽으로 놀이공원의 또 다른 입구가 있어서 좀 놀다가 그 쪽으로 들어갔다.
혼자가 들이 되고
둘이 공동체가 되고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가나 봅니다. 때론 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에서 더 큰 따스함을 느끼기도 하는 듯 합니다.
줄을 한 삼십분 같이 서 있다가 입장하기 위해 바코드를 찍는 순간에 아이 둘을 두고 나오는 엄마와 함께 나와서 우리 집 아이와 그 집 아이들을 포착하고 사진사 모드로 전환
폰 배터리 이슈는 언제쯤 넘어서려고 작심할것이오? 오늘 아이가 8개 정도의 놀이기구를 탔는데 총 1/5정도 수준이다. 다음에는 오전에 와서 놀이터 5개도 가 볼 날도 있겠지?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기에 레인코트를 사입었는데 십분도 안되어 비가 잦아 들었다는..
아이랑 파리를 가는 경우엔 보통 낮 시간인데, 오늘은 지하철에 문제가 생겨서 1시간 30분 지체된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 이렇게 가을 밤의 야경까지 예기치 않게 보게 되었다.




밤 열 시가 넘어서 겨우 도착한 대문 앞.

불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는 침묵하는 돌집.

차가운 거실의 등을 올리고

물고기와 고양이의 밥을 챙긴다.

화초들과 꽃들의 상태도 확인한다.

잠시 열렸던 현관문을 다시 굳게 닫는다.

잠시 켜졌던 불들은 다시 정적으로 회귀한다.


내일도 제이가 오지 않았으면 차라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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