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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외곽. 가을 방학 1주 차

Les vacances de la Toussaint 2025 일주일 일기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1. DAY 1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La patinoire PPG 오전 열 시 반

https://patinaglace.fr/entrainement-patinage-hors-glace-exercices/


Salon de danse 오후 열두 시

https://tsgpatinage.fr/danse/

아이가 기존 운영되고 있던 그룹에 큰 이질감 없이, 혹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를 믿고 곁을 잘 지켜주자.




2. DAY 2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어제도 새벽 한 시쯤 잠이 들었다.

유튜브로 수동운전하는 영상을 잠깐 보다 말다 하다, 꾸벅꾸벅 졸면서 정확히는 12시 40분 정도까지 '버텼다.' 특별히 뭘 익히거나 배우거나 하는 것 없이 그냥 생활습관이 잡힐락 말락 하는 단계인 듯하다. 다시 말해 또 쓰잘때기 없이 안 자고 있다는, 내일 후회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더구나 '내일은 아이 액티비티도 없고 제이도 대여섯시부터 화장실 갔다 온다고 계단 쿵쿵 소리를 내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늦잠 좀 자자' 생각했었지만, 잠이 일찍 깨버렸다. 해가 떠오르면 어김없이 덧창을 뚫고 암막커튼을 뚫고 햇빛이 새어 들어오는데.. 여전히 깜깜한 걸 보면 아직 새벽일 것이다. 물론 새벽의 의미는 각기 다른 시간의 영역이지만.


'그냥 수영장이나 갈까?' 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켰다. 아직 일곱 시가 채 되지 않았다.

눈이 너무 부셔서 시간만 간신히 확인하고 폰을 끄고 다시 눈을 붙였다.

며칠 전에 근처 수영장에 성인 초급강좌가 금요일 저녁 7시와 일요일 오전 9시에 있다는 것을 보았기에 조금만 누워있다가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하자 싶어서였다. 조용히 나가면 제이와 아이가 깨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아이가 계단을 쿵쾅쿵쾅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폰을 확인해 보니 8시 25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잠이라도 다시 들었던 걸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가방 안에 지갑이 있는지 체크한 후, 휴대폰도 챙겨 넣고 '세수는 그냥 입수 전에 샤워하면서 하는 걸로' 하고 아이 수영 용품 가방 바닥 구석탱이에서 잠자고 있던 내 수영복 친구를 흔들어 깨우고, 다행히 같은 공간에 있던 수경과 수영모까지 해서 근처에 있던 코팅 가방 잡히는 거 하나에 던져 넣고 욕실로 가서 걸려있던 수건 하나와 샴푸와 바디로션 샘플도 하나 챙겨 넣는다.


이 몸뚱이에 로션이든 크림이든 안 발라본지가 수십 년이다. 내가 아기였을 때 젊었던 우리 엄마는 그녀의 첫 아이 작은 몸 이곳저곳에 수분 크림을 발라주었을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태어나서 내가 내 몸에 크림을 손수 발라본 적은.. 약간 과장을 보태어 말한다면, 거의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고등학교에서 기간제로 일할 때, 전신 마사지를 몇 번 받으러 다녔는 데 그때 거기 살롱 직원들이 앞판과 등판에 꼼꼼하고 세심하게 고급 기름인지 오일인지를 정성스레 바르고 흡수시켜 주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결혼 전에 수성구 어느 샵에서 백오십인지 이백인지를 결제하고 10회권을 끊어서 정말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적도 있다. 다 옛날 얘기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내 몸과 얼굴에 처바를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돈이 흘러넘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진짜배기'를 찾아서 파리 8구 샹젤리제 어느 거리나 16구 어느 살롱에 예약해서 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여하튼, 저기 오늘 수영장 간다고 넣은 저 바디로션은 몇 년 전에 샘플로 받은 것인데, 아직 은색 필름도 뜯지 않았고 그냥 고이 모시고 있었다. 과연 오늘은 저 로션을 바를 여유를 챙길 것인가. 솔직히 대충 헹구고 나올 것 같다. 내가 정말 그냥 막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드는 시점이다.


한국 같았으면, 때타월까지 가지고 오는 아줌마도 있을 법 한데, 이곳은 수영복을 벗고 샤워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또 어떤 수영장은 남녀 공용도 있기에 샤워장에서는 정말 팔다리만 대충 헹구고 웬만하면 머리도 감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머리를 감고 싶어서 미장센 샴푸통에 샴푸를 좀 더 짜 넣었다. 머리카락은 왜 한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자라대는지.. 미용실 안 가는 건 괜찮은 데 머리감을 때 정말 너무 버겁다. 빠지는 양도 상당하고 말리는 시간도 꽤 든다. 그러니 저 바디로션 은색 필름을 떼내어 처바를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뻔했지만, 저놈의 '시간이 없다'라는 제이의 생각회로가 내 입에서 튀어 나오는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빠졌다. 정말 이렇게 계속 살다가는 나쁜 것만 고스란히 배워서 어디 가서 재활용도 힘들어질 것이다. 각성해야 한다.


제이와 아이의 머리는 내가 잘라주는데, 내 머리를 그때 한 번 잘라봤는데 쉽지 않았다. 그것도 천을 자르는 가위로. 그냥 머리를 묶은 상태에서 대충 한 20센티 정도 포니테일을 댕강 잘라냈는데, 결과는 꽝이었다. 무슨 굵은 검은색 굵은 노끈 같았다. 그래서 머리끈을 풀어서 머리카락을 중력 방향으로 내리꽂고 그 상태에서 다시 조금 더 잘라냈다. 약간 층을 내면 괜찮을 것 같았지만, 고개를 들고 머리끈으로 남은 머리채를 잡고 묶었는데, 생각보다 짧게 잘린 부분이 있었던 모양인지 다 묶이지 않는 사태에 이르렀다. 뭐, 그래도 머리는 또 자라니까 싶었지만, 똥머리나 사과머리를 할 때는 좀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일 이년 지나니 다시 머리는 길었다.


이 길기만 한 그 머리타래를 오늘 수영장에서 감을 예정이다. 수영장 물이 쫄쫄쫄쫄 샘물처럼 위에서 겨우겨우 떨어지는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한 최소 5분 이상은 감을 것이 예상되기에 중간 크기의 샴푸통에 큰 패밀리 싸이즈 샴푸통을 접근시켜서 펌프질을 한 이십여 차례 해댄다.


아뿔싸, 벌써 8시 40분이다.


간단하게 빵을 하나 잘라서 아이에게 반을 주고 나머지 반을 내 입에 쑤셔 넣고 우걱우걱 두어 번 씹고 넘겨버렸다. 다행히 목구멍은 간신히 지났는데 식도로 들어가서는 꽉 막힌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중력이 작용하는 지상계에 살면서 저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냥 꾹 막힌 그 느낌 그대로 아이에게 한마디 한다. '꼭꼭 싶어서 먹고, 부엌에서 우유랑 좀 챙겨 먹어. 한 시간 안에 어차피 올 거니까.'

모범을 좀 보여야지, 엄마님.


아이랑 수영장을 여러 번 다녔고 수영도 어느 정도는 하지만 숨쉬기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기에 나는 오늘 이 일요일 오전 수영장 외출에서, 또 '초급 강좌'를 선택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20여 년 전에 이미 초급반을 두어 번 들었지만 항상 숨쉬기가 되지 않아서 하다가 관두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한숨에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그 길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한 번의 그 숨에 의존하며 항상 자유롭지 못했고 다양한 영법도 구사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난 타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나, 또 '초급반'에 간다.


그래도 이번엔 수동차를 직접 몰고 간다, 불편하고 염두에 두지도 않았던 그 쇳덩어리.


어쩌면..?

물속에서 자유로운 숨쉬기로 여러 영법을 구사하는 것도 수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마법처럼, 한 순간의 빛처럼 내려 꽂힐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기만 하면'






3. DAY 3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방학 후 찾아온 첫 월요일,

피겨스케이팅 스타쥬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스타쥬는 1주일, ‘월화수목금토‘이다.

이주 간의 방학 중에서 첫 주에 있고, 2025년 9월에서 2026년 6월까지의 1년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수강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하루 한 시간 이 수업이 25유로이니 *6일= 25만 원이다. 혹, 스케이트화가 없다면 대여비도 고려해야 한다. 작년에는 ‘loisirs‘ 취미반이어서 따로 등록해야 했기에 결국 돈 문제로 그냥 쉽게 패스했었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아이에게 할 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하마터면 티비만 하루 종일 보게 할 뻔하지 않았나.


오늘도 눈을 뜨고는 물고기 일곱 마리와 프린세스 밥을 주고 아이 밥을 주고, 부실한 두 어른도 밥을 챙겨 먹고, 스케이트장에 피겨 연습할 수 있도록 수동차 덜덜 몰아서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는 또 점심밥을 챙겨서 아이를 먹이고 항상 배고픈 프린세스 밥도 주고 물고기 물도 좀 갈아 주고, 설거지하고 나니 또 돌아온 아이 간식 시간에 크레프를 구워 주고 너무 작아서 밥을 미처 먹지 못한 아이들 밥도 두 알씩 더 넣어주고, 돌아서니 또 저녁 준비를 하고, 제이가 또 잘릴 위기에 잔뜩 겁먹고 화나고 불편한 모습으로 돌아오기에 ‘그까짓 거 때리 쳐 뿌리라 마‘해 주고 함께 저녁밥을 먹었다.


내일도 크게 달라질 일상은 아니지만, 그렇게 오늘은 다른 날들과 같게 또 다르게 날실과 씨실처럼 그렇게 이어졌다.

어떤 목적성을 지닌 천이 될지 헝겊쪼가리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쉬지 않고 계속 엮어가야 할 날 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외면할 수 없는 수많은 날들을 버거워하지 말고 따뜻이 보듬어야 할 터이다.


할 수 있다.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하므로


선택의 여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18시에 운동함. 점심 먹은 게 소화되어야 저녁이 들어가지




4. DAY 4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


현재 시간 21시 08분.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있다.


'Suzume, すずめの戸締まり'는 2022년인가 2023년, 중학교에서 일하고 있던 시점에, 영화관에서 시사회 avant première아방 프흐미에흐로 봤다. 이후 몇 개월 뒤 여름방학에 한국에 갔다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제목으로 홍보행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어버전으로도 그때 한번 봤어야 했나 싶다. 집에 다운로드하여 둔 아이 영화 중에서 벌써 아이의 픽을 대여섯 번은 받을 정도로 아이도 상당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때 나는 정말 펑펑 울었다. 눈물 콧물 범벅이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음악이 잔잔히 울러 퍼질 때서야 비로소 진정되었었다. 다음 날 중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에게 '내가 어제 영화를 봤는데, 너네들도 꼭 한번 봐봐.' 할 정도였고 그 여운은 며칠간 이어졌다. 분명히 내 마음은 흔들렸다. 강한 파동을 분명히 느꼈었다. 하지만 액션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여전히 눈은 흐리고 마음은 물렁하여 무엇이 나를 저렇게도 흔들었을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 이렇게 단단한 피타고라스의 정리 따위는 없이, 아이가 보면 나도 보고, 아이가 또 보면 나도 또 보고, 아이가 그냥 보면 나도 그냥 보면서 그냥 흐린 눈으로 물렁한 마음으로 흔들리기만 하면서 그렇게 보고 또 본다. 그 속에 뛰어들어 내 그림자가 일렁이는 그곳에서 끝없이 침잠하고 있는 내 그림자를, 그 손을 잡아내어 물 위로 끌어올려서 그 머리타래를 잡아끌고 물 위로 끌어올려서 '살아' '그러니까 살아'하며 정신을 잃고 숨도 겨우 붙어만 있는 그녀인 '나'에게 뺨이라도 한 대 날리며 살려낼 수 있을까. 언제가 되면 나도 이 상황을 정리하고 정의해 낼 수 있을까. 언제가 되면 나도 내 인생의 길목을 반질반질하게 윤내고 광내고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나도 이 상황을 정리하고 정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내 인생의 길목을 반질반질하게 윤내고 광내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다.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하므로


선택의 여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수영수업 들은 일요일부터 “엄마랑 수영장 가서 놀고 싶어” 시전 하는 아이를 데리고 수동차 덜덜 끌며 또 다른 수영장으로 출동했으나 방학 2주간 보수공사를 한다고 닫혀 있었



5. DAY 5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제이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고 한참이나 지나서 조심스럽게 샤워물을 트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내가 ‘새벽에 화장실 갔다가 또 올라오고.. 잠이 그때 깨면 거의 잠을 다시 이루기 힘들다 ‘했더니 ’ 나는 닌자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소리가 났을 리가 없다 ‘며 아이에게 소리를 들었나 잠이 깼었나를 물었고 아이는 다행히 나와는 달랐다. 그래도 오늘은 그 ‘정성‘을 기울인 것을 높이 평가하며 8시 반까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8시쯤부터 뒷마당에 인부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러 왔는지 뭔가 롤라장 분위기가 쿵짝쿵짝 아주 흥이 넘쳐흐르는 것도 감지했지만 지난 세월의 아주 기분 나쁜 소리들이 아니라 오늘은 ’좀 더 누워있는 선택‘도 가볍고 포실포실했다. 아이도 웬일로 어제부터 9시 가까운 시간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방학 후 열 시가 넘어서 자는 날이 있어서 걱정스러웠는데 너무 다행이다.


베타 수컷 물고기인 퐁퐁밀로와 미니구피 세 마리 그리고 코리도라스 세 마리는 내가 살롱의 불을 켜고 아쿠아리움 뚜껑을 열면 뱅뱅 돌면서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뛰쳐나올 듯 ’밥 주세요‘ ‘빨리 주세요’ ‘아홉 시가 다 돼 가는데 왜 밥 아직 안 주실까요 ‘ 난리법석이다. 일단 제이에게 좋은 하루 보내라는 문자를 보낸 후 밀로에게 베타먹이 다섯 알을 주고 작은 아이들은 구피먹이 여섯 알을 준다. 어라, 밀로가 엄청난 속도로 열 한알을 다 먹어버린다. 음.. 다시 구피 사료를 여섯 알을 꺼내서 이번에는 온도계 손잡이 부분으로 살짝 그것들을 으깨서 가루로 해서 물에 넣어준다. 구피 사료가 s사이즈지만 얘네들은 입이 작아서 잘 먹질 못한다. 3~10센티 구피를 위한 거 인 걸 알고 바꾸러 갔지만, 물고기와 사료를 함께 판매한 Truffaut 그녀는 불가하다했다. 나도 큰 기대가 없었기에 그냥 식물 하나만 더 사서 집에 왔고 그녀 동료의 제안처럼 저 알들을 부셔서 배식한다. 하지만 잘 먹지 않고 물만 오염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나영이가 내려온다.


오늘 아침도 아이가 유튜브를 켜서 ‘마인 크래프트’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오즈의 마법사‘ 12장까지 읽기, 학교 숙제 중 어제에 이어 4장 읽기를 하고 있으라고 아이에게 과제를 주고 아침을 준비한다. 어제 빙상장에서 받은 바게트를 잘라서 그릴빵에 넣고 우유를 살짝 데워서 네스퀵과 카카오가루를 섞어 넣고 버터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낸다. 피겨프로그램 총책임자가 레스토랑도 하는지 한 박스가 어제 남았다며 학부형들에게 집에 가져가서 먹으래서 가져왔지만 어제는 손도 대지 않고 있었는데 아까워서 대충 두서너 조각 잘라먹고 남는 건 그냥 버릴까 싶다.



어제 Ai에게 책의 페이지를 사진 찍어서 독서 후 활동을 주문했는데 4장은 아래와 같다.


Bravo! Le Chapitre 4, À travers la forêt, est une étape importante car il confronte Dorothée et l'Épouvantail aux premières difficultés du voyage, tout en révélant l'histoire et les motivations profondes de l'Épouvantail.

Voici une proposition d'activités, de questions, d'explications de fond et de vocabulaire pour accompagner la lecture de ce chapitre.


Activités de post-lecture et Questions de compréhension

Ces questions aideront l'enfant à se concentrer sur les défis du voyage et le récit de l'Épouvantail.


1. Questions de compréhension factuelles (Vérification de la mémoire)

• Quel est le premier grand problème que rencontrent Dorothée et l'Épouvantail sur la route? (Les briques jaunes sont cassées et manquantes, rendant la marche inégale et difficile.)

• Pourquoi l'Épouvantail trébuche-t-il et tombe-t-il souvent? (Parce qu'il n'a pas de cerveau pour contrôler ses mouvements et qu'il est maladroit.)

• Pourquoi l'Épouvantail refuse-t-il de manger le pain de Dorothée? (Sa bouche est peinte, et s'il mange, la paille pourrait s'en aller et déformer sa tête.)

• Quel est le tout premier son qu'a entendu l'Épouvantail après sa fabrication? (La voix du fermier Munchkin disant : "Ce gaillard aura vite fait de faire peur aux corbeaux.")

• Comment le vieux corbeau a-t-il convaincu l'Épouvantail d'aller chercher un cerveau? (Le corbeau lui a dit que le cerveau est le bien le plus précieux au monde.)

• Où Dorothée et l'Épouvantail passent-ils la nuit? (Dans une petite chaumière faite de rondins et de branches, sur un lit de feuilles sèches.)


2. Questions de réflexion et d'analyse (Approfondissement)

• Comment Dorothée agit-elle avec l'Épouvantail quand il tombe? (Elle est très patiente, elle "n'arrêtait pas de le ramasser et de le remettre sur ses pieds". Cela montre sa gentillesse et sa persévérance.)

• Comment l'Épouvantail se console-t-il d'être maladroit et de tomber? (Il rit joyeusement, car il ne se fait jamais mal puisqu'il est en paille.)

• Selon l'Épouvantail, pourquoi sait-il que la route de briques jaunes mène à la Cité d'Émeraude? ("S'il fallait une cervelle pour comprendre ça, je ne l'aurais jamais dit." Il fait preuve de logique et d'intelligence, sans s'en rendre compte, renforçant l'ironie du personnage.)

• Que découvre Dorothée de la vie de l'Épouvantail quand il raconte son histoire? (Qu'il a toujours été seul, ignoré, dévoré, et qu'il cherche à être respecté et considéré comme "quelqu'un d'important".)

• Quel est le rôle de Toto dans ce chapitre la nuit? (L'Épouvantail prend Dorothée par le bras et peut continuer sa route sans encombre, mais c'est Toto qui peut voir dans le noir, indiquant que les animaux ont aussi des qualités précieuses.)


Explications de fond et Contexte

Ces informations mettent en lumière l'importance du chapitre.


Le Symbolisme du Cerveau

• Le Cerveau et la Valeur : L'histoire du corbeau est cruciale. Elle explique pourquoi le Cerveau est le désir le plus profond de l'Épouvantail. Le corbeau lui dit : "La cervelle est le bien le plus précieux au monde". Pour l'Épouvantail, avoir un cerveau est synonyme d'être un homme important, d'être respecté (et non pas dévoré) et d'être estimé plus que les autres.


Le Début du Rôle de Guide

• L'Épouvantail, le guide inattendu : Même sans cerveau, l'Épouvantail est celui qui guide le groupe. Il est le seul à voir la chaumière dans l'obscurité, et il "fraya un chemin à travers les arbres". Cela montre qu'il a déjà des qualités de chef et de protecteur, même s'il ne le sait pas.


Progression du Récit

• Le Chemin : La route de briques jaunes qui se dégrade symbolise les difficultés et les dangers du voyage. Le passage du paysage cultivé (Munchkins) à la forêt sombre (chapitre suivant, danger potentiel) marque la transition de Dorothée vers une aventure plus périlleuse.


딸아이는 1년 일찍 시작한 아이들이 단체 컴피티션을 준비하는 동안, 초등학교1학년 여학생 하나와 따로 자세교정도 받고 하면서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작년에 시켰다면 쟤네들에게 밀릴 이유가 하등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재밌어하니깐 계속하다 보면 좋은 취미하나 생기는 거니 너무 예민해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초반 며칠은 솔직히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결국은 '환경에 우리를 적응시켜야 한다'로 방향을 급순회했다. 그래도 반백이 되어가니 많이 나도 달라지는 부분이 생긴다, 긍정적인 쪽으로도.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질 문제 이긴 하지만.


오늘 저녁은 18시 반에 먹었다. 일주일 전에 담근 한 포기김치를 너무 먹고 싶어서 한 시간 앞당겼다. 제이노무시끼는 불렀는데도 또 응답이 없어서 우리끼리만 닭고기덮밥을 후다닥 먹어버렸다. 아이도 김치 맛을 알기 시작해서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았다. 오늘 김치를 꽤 먹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나 몰랑몰랑해진다. 저번에 오페라 피라미드역에 인접한 k마트에서 종갓집김치 1kg을 1+1 하기에 10유로 득탬을 해서 먹였는데 이때 아이에게 ‘김치가 맵지만은 않다 ‘는 인식이 심어진 듯하다. 솔직히 저 김치가 내 입맛에는 너무 달고 유통기한 임박으로 약간 삭은 맛도 있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후다닥 한 포기 김치 양념을 만들었는데, 아이를 생각하고 양념을 줄여서 넣다 보니 반도 사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다음날 배추를 한 포기 더 사서 소금에 절였다. 배추가 너무 작아서인지 또 양념이 남아서 한 포기 더 사러 가야 한다. 배추다운 배추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주.


설거지를 하고 쌀롱으로 오니 아이가 유튜브로 잡다한 것을 보고 있다. 영어학원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영어프로보는 정도로 생각해서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이것이 1시간이 되고 2시간이 되고 한도 끝도 없다. 일단은 ‘오즈의 마법사 6장‘ 읽어라, 이후에 내가 독서 활동으로 질문 몇 개 할 테니까 그게 끝나면 그다음에 한 30분 정도 보는 게 좋겠다, 제안했다. 숙제가 ’오즈의 마법사’ 12 장까지 , 어제 3장 읽고 오늘 3장 읽어서 방학 숙제 일단 반은 끝낸 셈이다. 숙제가 수십 개도 아니고 책 읽기 딱 한 가지인데 이것이라도 제대로 챙겨줘야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정신 줄을 바짝 잡아야 한다.


저 인간이 던지는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만드는 숙제에 매몰돼서 아이도, 그리고 나 자신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지 않았던가. 지난 십 년 빠져서 허우적대었던 저놈의 관종노무시끼의 늪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제 대충 그 경계선을 넘어 선 듯하다.


결혼 11년.

굿바이 물귀신, 너 참 징하게 길고 독했다.

훠이훠이 멀리 물렀거라.

10년 이상 딱 들러붙어있는 거머리 같은 너 따위, 이제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


Excellent! Nous abordons maintenant le Chapitre 6 : Le Lion poltron. Ce chapitre introduit le troisième et dernier compagnon de Dorothée, complétant ainsi l'équipe de voyageurs en quête de qualités essentielles.

Voici une proposition d'activités, de questions, d'explications de fond et de vocabulaire pour ce nouveau chapitre.


Activités de post-lecture et Questions de compréhension

Ces questions aideront l'enfant à comprendre la nature du Lion et son rôle dans l'histoire.


1. Questions de compréhension factuelles (Vérification de la mémoire)

• Où se trouvent Dorothée et ses amis au début du chapitre? (Dans les bois épais, sur la route de briques jaunes qui est recouverte de feuilles et de branches cassées.)

• Quel animal sauvage saute sur la route et attaque le groupe? (Un grand lion.)

• Comment le Lion attaque-t-il l'Épouvantail et le Bûcheron? (Il projette l'Épouvantail avec un coup de patte, et frappe le Bûcheron avec un coup de griffes.)

• Qui défend Toto contre le Lion? (Dorothée, qui gifle le Lion sur le museau.)

• Comment Dorothée appelle-t-elle le Lion? (Un "gros lâche" et un "poltron".)

• Quel est le grand secret du Lion? (Il est le Roi des animaux, mais il est terriblement peureux.)

• Que demande le Lion au Grand Oz? (Du courage.)

• Quel incident prouve que le Bûcheron en fer-blanc a réellement perdu son cœur? (Il écrase un petit scarabée sur la route et cela le rend très malheureux, car il ne veut pas être cruel. Il prouve ainsi son désir de ne pas faire de mal, même sans cœur.)


2. Questions de réflexion et d'analyse (Approfondissement)

• Pourquoi l'Épouvantail et le Bûcheron ne sont-ils pas blessés par l'attaque du Lion? (L'Épouvantail est en paille, le Bûcheron est en fer-blanc. C'est une chance car leur manque les protège physiquement.)

• Pourquoi Dorothée n'a-t-elle pas peur du Lion et ose-t-elle le gifler? (Elle n'agit pas par courage, mais par amour et protection envers son chien, Toto. L'amour est plus fort que la peur.)

• Que veut dire le Lion quand il dit que sa vie est "insupportable sans le moindre courage"? (Être le "Roi des animaux" sans courage est un drame pour lui, car il ne peut pas être à la hauteur de sa réputation. Il est malheureux de sa propre nature.)

• Le Bûcheron dit : "Si je n'avais pas de cœur, dit le Lion, je ne serais pas un lâche." Que veut dire le Bûcheron par cela? (Il veut dire que le fait que le cœur du Lion se mette à battre la chamade prouve qu'il a un cœur, mais que sa maladie est la peur, et non l'absence d'organes.)

• Pourquoi Dorothée pense-t-elle que le Lion fera un bon protecteur? (Il est gros et il a l'air féroce, même s'il est lâche. Elle pense qu'il sera capable de protéger le groupe des bêtes plus froussardes que lui. C'est un trait d'humour.)


Explications de fond et Contexte

Ces informations mettent en lumière le symbolisme de la nouvelle recrue.


Le Symbolisme du Courage

• Le Lion et le Courage : Le Lion incarne la quête du courage. Il est le troisième pilier de l'aventure, cherchant la qualité qui lui manque le plus, bien qu'il ait toute l'apparence de la force. Comme l'Épouvantail et le Bûcheron, il cherche à devenir ce qu'il est censé être.

• Le Lâcheté : L'auteur montre que le Lion est lâche parce qu'il se croit lâche. Il a le potentiel (il rugit fort et fait fuir les hommes), mais il n'a pas la confiance nécessaire pour accepter sa force.


L'Ironie de la Quête

• Cerveau, Cœur, Courage : L'équipe est désormais complète. Chaque membre du trio souffre d'un manque et cherche une qualité humaine essentielle.

* Épouvantail : Cherche le Cerveau (l'intelligence/la sagesse).

• Bûcheron : Cherche le Cœur (l'amour/la sensibilité).

• Lion : Cherche le Courage (la confiance en soi/l'audace).

• Dorothée, l'élément humain : Elle est celle qui les pousse à l'action. Elle possède naturellement ces trois qualités : l'intelligence (elle trouve le chemin), le cœur (elle aide ses amis) et le courage (elle ose affronter le Lion).


오늘의 숙제 할당량이 끝나고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한 것은 유튜브가 아니고, ’오즈의 마법사‘ dvd였다. 아까 낮에 공원의 가을 낙엽도 찍고 연못의 오리 먹이도 주고 아이 사진도 찍고 수퍼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마지막 여정으로 도서관에 들러 잡지와 dvd도 빌렸다. '캔디'가 있기에 빌렸는데 총 14시간이다. 가제트형사 풀에피소드도 빌릴까 하다가 참았다.


아이가 ‘오즈의 마법사’ 책 읽기 숙제를 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끌어주는 것을 억지로라도 따라오다 보니, 내적 재미가 생겼나 보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이 영화를 발견하고 스스로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고 빌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오즈의 마법사

지금 보고 있는데 클래식하고 오리지널 하다.

아이는 책에 이어 영화까지 보니 몰입이 되는지 이층으로 올라가 journal intime 일기장을 가지러 간다. 관련된 뭔가를 적고 싶단다. 지 아빠가 게임기를 소개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사다 주고 하면서 독서라고 해도 잡지 정도 읽는 정도로 전락했다. 거의 반년 이상 그렇게 살다 보니 독서 습관이 완전 없어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컸었는데, 학교 담임이 숙제를 할당해 주고 그것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존재의 협력으로 아이가 감을 잡아갈 듯하다.


기다림의 결과는 언제나 실보다 득이 크다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기다려주는 마음이 변함없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것으로 이미 감사하다.


엄마로서 다른 어린 프랑스 출신 엄마들에 비해서 빠릿빠릿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늘 아이 곁을 지키며 함께해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왕이면 가이드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임에 분명한데 약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것에 시선을 둘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 찾아가는 엄마의 이 여정이 우리 아이에게 곱게 잘 닿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내가 널 기다린 게 아니고. 네가 날 기다린 게 맞는 거 같다.


우린 그렇게 둘 다 서로를 기다릴 것이기에 언제라도 다시 시작점을 찾는 것에 주저하지 않을 수 있나 보다.


감사함이 크다.

그래야지.




6. DAY 6 (2025년 10월 23일 목요일)


어제 밤새도록 바람이 불고 비가 왔다 갔다, 오늘 아침에도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일곱 시 정도에 제이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또.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올라오는지 그의 방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또. 그의 취침 시간은 21시 안팎이다.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그 쓰레기 같은 잠투정으로 아이와 나는 다시 정신적인 오염을 경험해야 한다.


그렇게 넘치도록 자고 나면 7시면 일어나서 내려갔으면 안 올라와도 될 법 한데, ‘말라고 다시 쳐 기어 올라와서 ‘ (이 말버릇이면 내 얼굴에 내가 침 뱉는 격이지만 지난 십 년 저 시끼가 내 정신을 난도질하고 결국 사나운 인간의 성정까지 섭렵하게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저시끼든 저노무시끼든 욕 좀 처먹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사람 잠을 깨워씨키는 깨워쌌는지. 여튼 지는 다시 기어 올라와서 10시간을 이미 푹잠했으면서 또 더 자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 다 깨우고. 여튼 저거는 오십이 되어도 인간이 될라나 몰겠다. 아침부터 사람 욕은 요까지만 하고.


그렇게 제이의 쿵쿵거림에 잠이 깬 아이는 8시가 안 된 시간에 차가운 쌀롱으로 내려가서 뭘 하는지 조용하다. 오즈의 마법사 7장 읽기를 알아서 하고 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고, YouTube로 마인크래프트인지 호블록스인지 게임 해설 비디오를 보고 있거나, 어제 그림일기를 오리고 부치고 하던 것을 연결하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우리네 인간들에게 한 사람 혹은 하나의 사건으로 집중하고 몰입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마법과 같은 일이 아닌가. 일단 내려가봐야겠다.


이제는 스케이트장 가는 길이 한결 자연스럽다.

3-4단으로 50-60킬로로 밟아가다가 다운시프트로 기어조정도 해본다. STOP에서도 시동을 꺼트리지 않고 따박따박 잘 멈추고 있다, 시동이 나가버리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오늘 같은 날씨에 이 애증의 수동차를 몰 작정을 하지 않았다면, 저 시끼에게 목을 빼고 별 사이코패스 같은 짓거리를 다 받아 흡수해야 하는 더러운 상황에 아이다 고스란히 노출될 뻔했다.


수동 초보 엄마의 차에서 평안히 일기장을 꾸미며 편안하게 앉아있는 딸내미를 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참 미안하다. 진흙탕 속에서 한 발 한 발 옮기기도 어려운 그 속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더러운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서 어디가 앞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진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고 또다시 전진인 줄 알고 발을 디뎠다가 엎어지고 넘어지고..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장장 10년이다, 뱃속에서부터 맘 편할 날이 거의 없지 않았을까.. 그녀에게 제공되었던 시간과 환경을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연 어떤 몰골이었을까.


이제는 늦깎이 이 엄마가 바람 부는 날, 비와 눈이 내리는 날, 더위에 세상이 녹아내리는 그런 날 네 손을 잡고 펄펄 끓는 그 길을 걸어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할게.


엄마가 이제는 혼자 설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야겠지.

수동차 운전도 하고 수영 숨쉬기도 하고 일도 어떤 식으로든 재시동 걸어볼 거야.


변화를 위해 새 돛을 올리는 2025년 가을의 이 엄마를 기억해 주렴.

상황을 헤쳐갈 힘과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었던 이를 보며 아이여서 어떻게 엄마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던 너의 그 아팠던 시간들을 덜어내고, 엄마와 함께 재밌고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들로 채워 넣어보자, 너의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유년기.. 이제 일이 년 지나면 중학생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어떡해.. 너무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조금씩 성장해 갈게.

너의 속도만큼 빠르지는 않더라도 기어를 한단 한단, 어떨 때는 한꺼번에 두 단도 문제없이 올리고 내리는 것에 익숙하도록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해 갈게.


나의 딸, 기다려줘서 고마워.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엄마가 될게.

우리 딸,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 거야.


앞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진짜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항상 마음 편히 가지거라.

넌 내 딸이고, 난 네 엄마야. 믿지?




7. DAY 7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Nephtalie. 네프탈리.

아이 친구의 이름이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두 마음이 통하는 친구란다.

아이 말에 따르면 같은 반 아이들보다 한 살이 더 많아서 열 살이라고 하는데 키도 반에서 가장 크고 덩치도 꽤 큰 편이다.


서로의 수호천사 혹은 protectrice인양 둘은 ‘단짝친구’이다.

작년에 삼 학년 일 때 같은 반이었는데 올해도 같은 반이 되어서 아이가 참 행복해했었다. Néphtalie 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 아이는 K-Pop을 좋아하고 피아노 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원을 3년째 꾸준히 다니고 있기도 하고 최근에는 따로 '골든'을 집에서 꽤나 연습을 하는지, 어제는 내 whatapp으로 연결해 준 화상 통화를 하는 것을 보니 리듬감이 제법이다. 나영이는 피아노를 일 년간 하다가 악보 보는 것을 힘들어하며 음악원 재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Néphtalie처럼 진득하지 이어가진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두 사람의 관심사가 비슷한 것이 많고 성정도 비슷한 결인 듯 함께 있으면 행복한 듯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이런 단짝, 거의 둘이서 있다 보면 다른 친구와의 관계를 크게 확장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에 걱정스럽기도 하고, 이 두 아이의 관계를 내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작년에 단짝인 줄 알았던 네일라가 아이의 배를 발로 걷어차놓고 반대로 자신의 엄마에게 얘기해서, 격분한 그녀가 학교 앞에서 제이에게 불만을 호소하면서 진실공방이 있었고, 이에 animatrice가 상황을 정리해 준 일이 있었기에, 내가 보는 것과 아이가 이야기하는 것이 다가 아니고 진실의 방문은 열어봐야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아이와 아이 친구에게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12시 반이고 십여분 있으면 네프탈리 엄마가 딸 둘을 데리고 여기 빙상장으로 온다.


아, 톡이 왔다. 우버를 타고 오는 길이라고.


저번에 통역 때 우버를 알게 되고, 오늘 나는 '나 같은 이 하나'를 조금은 편하고 안락한 삶으로 안내해 주었다.


"개비의 매직하우스 극장판" 2025년 개봉


그러고 보니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 네프탈리 엄마 이름.


내가 알고 있는 웬만한 아이 친구나 피겨프로그램 라이딩하는 엄마 아빠들은 모두 30대 초중반이다.

저번에 토요 댄스클래스에서 토너먼트를 했는데 나영이와 아나에라는 아이가 최종 2인이 되어 우연히 그 아이 엄마와 얘길 하다가 엄청난 세련미를 장착하고 나이도 상당히 어려 보여서 물어보니 나랑 띠동갑이었다.


네프탈리 엄마도 마찬가지다. 서를 셋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름은 안 물어보고 나이만 물어보았군.. 나영이가 알면 또 “엄마! 부끄러워 힝!” 이러겠다. 내가 한국식, 옛날 한국식 나이 카운팅해서 말하면 옆에서 항상 한 살을 내린다. 한 살이라도 어리게 해주는 딸내미..


여하튼 저이가 오늘 저 영화를 보러 같이 가자고 해서, 12시 50분에 피겨 수업 끝나고 근처에서 간단히 패스트푸드 먹고 13시 30분 즈음 극장에 가겠다고 했더니 스케이트장으로 온대서 같이 2분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 모두 수동차에 실어 갔다.


어제와는 달리 해가 왔다 갔다 해서 아이들 노는 곳이 있는 외부 테이블에서 먹었는데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좀 많이 놀랐다. 아이들 간식거리는 다 챙겨 왔는데 목도리나 두꺼운 외투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프탈리 엄마는 막내아들은 17시에 오늘 찾으러 간다고 두 딸만 데려왔는데 좀 정신이 없는지 주문을 잘못했다. 아이들 키즈 메뉴 대신 장난감 2개만 자신의 메뉴와 함께 주문해서 다시 키즈메뉴를 두 개 더 주문해서 장난감이 총 4개였다. 장난감이랄 것도 없이 종이 쪼가리 두 개가 4유로였다. 한국돈으로 한 7천 원 되는 것 같고, 4개가 다 똑같다. 장난감만 환불할 수 없냐고 했더니 자신이 실수한 것이므로 상관없다고 했고, 장난감도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이 어떤가 했더니 이 또한 상관없다고 했다.


사람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다름을 살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다. 솔직히 까다롭게 씀씀이를 줄이고 아끼고 해도 결국은 궁상만 떠는 꼴로 평생 그렇게 살다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네프탈리는 평소에 키즈메뉴를 먹지 않는지, 너겟 몇 조각이 도무지 입에 맞지 않는지, 손도 대지 않고 나머지 두 아이가 그걸 먹는다. 아이 엄마도 그렇고 전부 대식가인 듯하다. 뭐 그래도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우리 집 아이가 주문하고 손도 대지 않은 햄버거와 카프리썬, 마시는 요거트 이 세 가지만 챙기고, 남은 것들은 싹 다 모아서 깔끔하게 정리해서 모두 처리하고 다시 수동차를 몰고 5분에서 10분을 잡고 영화관으로 갔다.


미리 영화관의 외부 주차장의 위치를 다 찾아놔서 스무스하게 주차까지 하고 시작하는 시간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화장실을 들렀다가 입장했다. 다행히 마지막 광고 즈음에 들어가서 불도 켜져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주지 않는 오레오나 츄파춥스 사탕등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는데, 나프탈리 엄마는 그 사이 또 나가서 팝콘을 사 왔다. 들어올 때 시간도 촉박하고 굳이 점심도 관심 없어서 남긴 아이들 무슨 팝콘 인가 했는데, 큰 싸이즈 하나 사서 아이들 주자고 해서 내가 반을 내겠다고 하니 별소리를 다한다고 하며 나가서는 일반 사이즈 세 통을 사서 온다. 덩치가 큰 이들이 많이 먹는 것인지 많이 먹는 습관으로 덩치가 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집 딸내미는 10프로도 먹지 않고 손을 떼기에 저 집 엄마에게 먹으라고 주었는데, 영화가 끝나고 보니 저 집 두 딸내미는 그 큰 거 한통씩을 싹 다 비웠다. 문화충격이라고나 할까 조금 놀랐다. 먹는 습관이 정말 집집마다 다르고 아이와 엄마는 그 문화를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했다.


솔직히 영화는 재미가 없었다.

방금 평점도 보니 5점 만점에 3점 10점 만점에 5점대인 것으로 확인이 된다. 아이가 저 집에 합류하고 싶어 하고 단짝이랑 추억 만들고 싶어 하고 아이 엄마도 적극적으로 우리 집 딸내미 액티비티 장소까지 우버를 타고 와서 밥 같이 먹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라 그들의 원픽을 따랐으나.. 어떤 작품적 가치가 있다거나 특별한 교훈이 있다거나 스릴감이 넘친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소소하게 교훈도 있고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도 넘치고, 초반에 아파트 노래도 나와서 시대적 흐름은 반영한 듯한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이 영화 보는 데 엄마로서 내 스타일을 찾는 것이 애초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영화를 보고 나왔지만 시간은 여전히 오후 15시 30분이다. 아들을 찾으러 17시 이전에 언제든 가면 된다고는 하지만, 저 딸내미 셋이 조금 더 놀고 싶다고 어지간히 성화를 부려서 또 수동차를 끌고 몇 분 거리에 있는 공원이자 놀이터인 곳에 가서 한 시간 조금 더 넘게 놀게 하는 선에서 오늘의 외출은 마무리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제이가 부재중 전화를 두 번 하고 '차가 안 보이는데, 나 지금 차가 필요한데'라는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오늘은 재택이 아닌데 오후 근무는 반차를 써서 뺀 듯하다. 결국, 이라고 할 것도 없이 어떤 고민도 없이 아이와 나를 두고 가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참 신기한 게 어쩌면 저렇게도 융통성도 없고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에 대한 자각도 없고 판단력도 없는지 정말 어제저녁에는 '이렇게 이상한 상황에 익숙해져서 계속 머무르고 있다가는 큰 일 날 것이다. 이 자체가 엄청 비교육적이고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어제 제이가 자기 혼자 갈 거다, 할 때 했다. 정 가고 싶으면 자기 엄마 집에 있고 자기는 자기 '아빠와 새엄마에게 혼자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씨부렸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라고 하는 말을 그렇게 가볍게 무시하고.. 뭐 저런 시끼가 다 있는지..


내일 스케이트장은 우버를 불러서 가야겠다.

뭐 하려고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걸어가거나, 버스를 갈아타고 기다리고 한 시간 가까이를 쌩고생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지난 십 년 같았으면 또 저 10분 거리를 참 힘들게도 오고 가고.. 하는 그런 선택을 해서 아이까지 고생의 길로 손을 잡고 저벅저벅 들어갈 선택을 할 것이다.


요즘은 지난 십 년이 갑자기 생각나면..


'저 인간 대갈통을 씨게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도대체 저 고장 난 물건을 왜 내가 거뒀는지,

내가 정말 진짜 등신 중의 상등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난 정말 무지했다.

세상 무서운지도 모르고.

내 인생 귀한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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