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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하지 않았던 글자들의 소환 (미수정 메모)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파리사리 2‘는 정리되지 않고 저장글에 남아있던 이 메모로 마무리할 듯합니다.

어제 올린 ’파리외곽 여름방학 3주 차‘글을 끝으로 2024년 사오개월 정도 머물렀던 브런치 플랫폼을 떠났어요, 탈퇴 시점에 모든 글을 다운받지 못하고 깨진 것도 있는 듯합니다. 아래의 이 메모는 2024년 5월 경인 듯하고 살아남아있더군요.


여름방학이 8주까지 이어지니 아이에게 좀 더 집중하고자 글쓰기 플랫폼을 떠난 것인데, 글로 남기지 않은 기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제는 무겁다고 떠나지 않도록 가볍게 이 길을 가려고 합니다.


작가님들의 오늘도

글쓰기 발걸음도

가볍게 그렇게

그렇게 편안하길

그렇게 행복하시길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파리외곽 한국여자




뭔가 묵직한

돌에 눌린 듯 답답했던 마음이 나 혼자만의 오해였던


집에 전화

아빠 오늘 병원에 갔다 왔다는

며느리 속옷 가지고 간 거, 뭐 먹고 싶냐고, 미역국 끓여놓고 가고, 너무 잘한다 하고

아들 오늘 병원에 태워줘서 이모랑 강남병원 가서 두 달 치 약 타왔다 하고

아빠는 엄마가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약간 울먹임도 느껴졌는데

관절수술이라고 동생이 알려주던데,

내가 걱정했던 그들, 그 관계들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 놀랍다.

찜닭이나 한 마리 시킬 정도의 작은 돈 분실위험 우체통 살펴보라고


남동생.

뭐 하냐고 해서

통역 한 번씩 하면 2-30만 원 정도에 한 최대 5일 연속이면 한 백만 원

여기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그냥 일하려고 그냥 시험 봤는데 자격증이 고급으로 나와서 그냥 하는 거지

아무래도 시간당 만 원짜리 일을 어린애 키우면서 긴 시간 하는 것보다

통역일 뚫으면 좀 덜 부담스러우니까

근데 국제행사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일 년 중학교에서 일하고 나니까 9개월 정도 실업급여 나오는 것도 이제 7월이면 안 나오니까 빨리 지속적인 일을 하나 찾을까 하는 시점이다. 돈을 벌어야 또 한국행 티켓도 사고하는데,라고 함

인테리어 공부 좀 해서 한국 와서 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미술도 좀 하고 했으니까

대학을 갈까 대학원을 갈까, 어느 과로 갈까 했는데

그래도 갑자기 인테리어 유학.. 은 쫌..


또 한국 와서 살라는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데

여기서 일하면 되지

그럼 일하려고 여기 이혼하고 가냐

그냥 둘이 같이 와서 일하면 되지

지 엄마 놔두고 안 간단다

몇 달에 한 번씩 찾아뵈면 되지

내가 남이구나.. 그냥 남의 말처럼 잘도술술한다

그래도 한국 가면

오토차하나 사서 운전해서 수영장도 가고 장도 보러 가고

나물반찬에 고등어구이에 숭늉까지 있는 밥집도 편히 다니고...

뭐.. 가서 죽자 사자 일을 해야 터전을 다시 닦을 수 있는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

문제는 내가 더 이상

20대 30대가 아니고 40대도 초중반을 넘어 후반까지 다다른

조금 있음 반백의 경력단절의 여자라는 것이지


5월 16일

실업급여 잔여일 60일 남아서 나도 이제 슬슬 일 찾으려고 한다고

한국의 제도 비교 살짝

올림픽 관련 일 쏟아질 텐데 찾을 마음이 없냐고 옆에서 중얼중얼

그걸 꼭 술기운을 빌려서 그것도 피곤에 쩔어서 즐겁게 술 취한 상태도 아니라, 아주 사람 짜증 나게 하는 말투로

이미 어제저녁에 노트해 둔 것이고, 이메일로도 하나 보내두고 하트표까지 해둔 거고, 지하에서 모든 내 이메일이 열람가능해서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보는 거 다 알고 있고, 그때 별표 보고 알게 된걸 바보같이 술기운에 또 지말인양하고,..

원래 성격 같으면 실업급여가 아니라, 바로 일을 찾았을 테지만, 사실 4월에 임용시험이 있었다. 관련 메일들이 계속 왔었다. 등록번호까지 있어서, 구두시험일이다 필기시험일이다, 준비물이다, 참고사이트다, 설문조사다.. 등등해서 그래서 원래 같았으면 난 2024년 적어도 1월부터는 빡세게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노무 땅에서 살지 안 살지.. 결혼기념일이 4월이고 임용도 4월인데.. 내가 10년을 한번 버텨보자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확신이 없는데.. 죽자 사자 집중할 맛도 안나는 이 상황에서 집중하기도 힘든 일이 연일 터지고.. 내 성격도 점점 심상치 않아 지고, 아이교육에도 안 좋고.. 뭐 어쩌자는.


직장에서 제대로 인간대접 못 받는다면서 중얼중얼 아이 앞에서 무슨 할 말 못 할 말도 못 가리고..

진짜...


이제는 브런치에 달린 댓글로 사람을 살짝살짝 긁는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댓글 주고받느냐며.. 내가 혹시 이런 오해받을까 봐 휴대폰에 브런치 앱까지 지워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폰도 보지 않는데, 뭔 소리했더니, 저번에 성장동화 혹시 문법적으로나 어감상 어색한 것이 없는지 좀 봐달라고 성장동화 브런치북 링크 준 걸로 들어와서 보고 저러고 있다. 동화는 그냥 보고는 어색한 거 전혀 없다, 이렇게 딱 한마디만 하고, 솔직히 문학적인 감성도 없어서 크게 어색한 것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작가님들의 댓글과 나의 대댓글이 뭐가 문제인지.. 거기에 이모티콘을 보고 뭐 오해라도 한 것인지 뭔지.

어제는 밤 11시 반 즈음해서 내가 일층에 내려갔다. 비가 새벽에 온다는데 혹시나 해서 현관문을 열고 신발이 혹시 멀리 놓여있는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들어오면서 문이 꽤 세게 쿵하고 닫혔다. 이상하게 순간적으로 제이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육감은 정확했다. 다시 올라와서 책상을 정리하고 잠을 청하며 누워있는데.. 시간을 보지는 않았지만 자정이 조금 넘어가는 정도의 시간, 제이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방문을 벌컥 열더니 한 일초 이초 있다가 다시 문을 살짝 닫고 나가는 것이다.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시점이라 약간 늦게 반응했다. 어 무슨 일인데? 제이? 응? 아무 말도 없었고, 나는 그냥 뒀다. 굳이 일어나 앉아 실내화를 찾아 신고 또 큰방으로 가서 노크를 하고 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단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가 피곤하지 않도록 잠들어야 한다.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약간 잠이 깨면서.. 이이가 도대체 무슨 오해를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 했는지.. 깊이 고민할 것도 없이, 그는 너무 투명해서 다 보일지영이다.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그래도 문을 열고 확인할 정도의 담력이 그에게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는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틀렸었다. 내가 동네 중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던 동료가 있었다. 그는 누가 봐도 준수한 이탈리아 남자였다. 전직 축구선수이고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시작한 공부를 이곳 파리외곽에 있는 대학원에서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이가 프로로 뛰는 것보다 교사로 학교에 들어가 정착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기사 나도 스물아홉, 서른에는 나이가 엄청 많다고 생각하고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것 같다. 제일 처음에 그가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했을 때, 좀 놀랐다. 억양도 너무 자연스럽고 어휘나 문장에서 다른 동료들과의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우리 둘 다 외국인이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는 유럽연합으로 나와는 약간은 다른 상황이었다고 해도 이십 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습득한 언어치고는 너무나 매끄러웠다.

그가 보낸 왓챕 문자는 지금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그냥 싹 다 지워버렸다. 무슨 불륜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하트표도 너무 많고, 유교적인 마인드로 나도 뭔가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던 터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그는 그 자신의 외모에 대한 비하라던가, 뭔가 그의 얘기를 넌지시 물어보기도 하고 여튼 희한한 분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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