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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고양이 Nov 22. 2020

앙리 마티스 특별전

마이아트뮤지엄, 앙리 마티스 특별전 리뷰

앙리 마티스만큼 요즘 세대에게 사랑받는 예술가가 또 있을까. 독립해서 자취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진 요즘, 종종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취방 인테리어를 찾아본다. 그럴 때마다 꼭 등장하는 게 마티스의 드로잉 그림들이다. 마티스와 비슷하게 거장으로 불리는 반 고흐나 피카소의 그림을 카페에 걸어두는 건 못 본 것 같다. 그렇다면 마티스는 왜 이렇게 사랑받는 것일까? 그건 아마 야수파 특유의 컬러감과, 쉽게 그린듯한 편안한 느낌이 우리 감성에 꼭 맞기 때문이 아닐까.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서 이미지로 한 번쯤 보았을 그의 대표작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간결한 드로잉 작품들과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을 가장 보고 싶었는데, '나디아'와 '푸른 누드'를 포함한 작품들을 직접 마주하고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먼저, 어쩌면 당신의 방에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마티스의 드로잉이다. Nadia with smooth hair로 대표되는 그의 드로잉들은 정말 쉽게 그린 낙서처럼 보인다. 함께 전시를 관람한 일행은 이 그림 앞에서 이 정도면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속삭였다. 그렇지 않아도 도슨트가 '여러분 모두 이 정도 그림은 자기도 똑같이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하셨을 거예요'며 작품 설명을 시작하던 참이었다. 편하게 그린 듯한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가볍고 경쾌한 느낌에서 우러나오는 멋스러움은 사실 아무나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동양의 선종화를 떠올려도 봐도 그렇다. 아주 간결할수록, 단순할수록, 장인의 솜씨가 아니면 멋을 내기 어렵다. 한 획의 붓터치 만으로 전체의 균형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슨트 설명을 들어보니, 마티스는 실제로 드로잉을 완성하기 위해 동양의 서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 벽 한편엔 서예 작품들이 잔뜩 걸려있었다고.

마티스가 무대의상과 소품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전시장에서는 공연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위해 제작한 의상을 볼 수 있다. 공연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일본의 황제가 중국의 황제에게 선물한 기계식 새를 다룬 안데르센 동화를 각색한 것이다. 극의 배경에 맞게 일본과 중국의 전통의상에서 포인트를 가져온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사실 어느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구나, 특정하긴 어렵고 전체적으로 혼합된 동양의 이미지가 나타나는 듯하다. 그가 추상적인 형태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서구가 동양을 바라보는 방식인 오리엔탈리즘이 미술이란 매체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밀짚모자를 쓰고 색종이를 오리는,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의 모습은 꽤나 정겹다. 외람되지만 귀엽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앙리 마티스에 대한 이미지도 날카롭게 감각을 세우는 예술가라기 보단 알록달록한 색종이에 둘러싸인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다.  마티스는 일생의 후반기에 주로 가위로 그림을 그리는 컷아웃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은 이 컷아웃 기법으로 생의 마지막 10년 동안 만든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재즈>와 컷아웃'이라는 두 번째 섹션에서 서커스를 주제로 한 책인 <재즈>와 컷아웃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마티스는 "가위는 연필보다 더 감각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확실히 연필로 형상을 만들어 그리는 것과 가위로 종이를 잘라 붙이는 행위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는 종이를 칠하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를 조각과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가위질을 하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리듬감이 그림에도 묻어난 듯, 눈이 즐겁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탄생한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마티스가 유작으로 남긴 로사리오 성당(마티스 성당)을 재현해둔 곳이다. 공간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보통의 성당과는 많이 다르다. 무겁고 위압적인 느낌은 없고 가볍고 밝은 느낌이 공간을 채운다.  로사리오 성당의 제작을 맡기로 했을 때, 그의 평생 라이벌 피카소는 욕설로 가득한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그 편지의 요지는 이거였다. "너 성당 안 다니잖아."


마티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병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말년을 보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유년시절의 순수함이었다고. 자신은 이 성당을 찾은 사람들이 모두 마음속에 있는 유년시절의 순수함, 평화로운 안식을 느끼길 바란다고.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작품을 위해 들인 노력이 캔버스 위에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 내 작품들은 항상 봄이 가진 경쾌함과 명랑함을 가졌으면 좋겠어서."


편안하고 경쾌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봄이 느껴지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을 감추려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는 간단한 드로잉을 할 때도 수십 번의 연습을 거쳐, 그 형상이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신속하게 작품을 그려냈다고 한다.


앙리 마티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도슨트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고,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는 흥미진진한 설명에 잔뜩 몰입하며 들었다. 특히 마지막 섹션 로사리오 성당에서, 마티스가 말년엔 자신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야수파'라는 꼬리표를 원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는데, 나름 마티스에 대해 좀 안다고 자신했던 나는 그가 마지막까지 야수파의 맥락을 뚝심 있게 이어갔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마티스의 일생과 작품 세계에 대해 풍부하게 조사하고 재미있게 전달해준 도슨트 덕분에 더욱 즐거운 관람이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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