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는 현대자동차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모델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도전과 혁신으로 지금의 현대자동차를 만들 수 있었던 기반이 됐고, 외부적으로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경제 성장을 이룬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아이콘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현대자동차 헤리티지의 핵심인 포니를 만나고, 그 시절 우리 시대는 어땠는지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바로 지난 6월 9일부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 중인 '포니의 시간(PONY, the timeless)'입니다.
1970년대는 산업화와 근대화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1980년대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습니다. 대중문화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여가 생활도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포니는 이 시대의 한가운데서 태어났습니다.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동차가 대중과 가까워지며 '마이카' 시대가 열렸습니다.
5층에서 시작하는 전시의 첫 구역은 바로 '7080 시대'입니다. 포니가 세상 빛을 보기 시작했을 때의 시대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았습니다. 그 시절 책과 잡지는 깨끗하게 보존되거나 복원되어 있고, 그 시절 물가가 어땠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재밌는 요소들도 있습니다. 전시 구역을 가득 메우는 사운드는 80년대 그룹사운드 연주를 모티브로 전자음악가 키라라(KIRARA)가 재창조한 음악입니다.
전시장 한 쪽에는 옛날 극장가 모습과 함께 캐나다 수출 모델인 포니 2 CX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범퍼의 주름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5마일 범퍼'라고 불리는 이 형태는 미국과 캐나다 현지의 안전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장착한 범퍼입니다. 시속 5마일(약 시속 8km) 속도로 벽에 충돌했을 시 헤드램프나 엔진 부품이 망가지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죠.
4층으로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포니에 대한 전시가 펼쳐집니다. 포니와 왜건, 픽업으로 대표되는 파생 차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하나의 모델로 청년과 가족, 소상공인 모두의 삶을 풍족하게 만든 차는 현대자동차 중에서 포니가 유일무이한 자동차였던 것 같습니다. 기본형 포니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 '옛차'가 복원 작업을 담당했다고 하는데요. 없는 부품은 3D 프린팅까지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포니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들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록된 엔지니어들의 노트, 포니 로고와 레터링의 도면, 광고 포스터와 카탈로그 등 포니의 개발부터 양산, 수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들 가운데 기록된 것들입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의 이탈디자인 파견 연수 보고서 '이대리 노트'였습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독자 모델 개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3층은 '디자인 헤리티지'입니다. 포니로부터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이 어떻게 지금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복원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포니 쿠페 콘셉트카도 이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죠. 특히 포니 쿠페 콘셉트카 복원 모델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공개한 이후 일반 대중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한 쪽에는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인터뷰와 디자인 자료 등이 전시 중입니다.
포니 쿠페 콘셉트카의 디자인 언어는 고성능 수소 전기 콘셉트카인 N 비전 74로 이어졌습니다. N 비전 74는 수소 연료전지 기술과 전기모터 기술을 혼합한 기술로, 미래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자동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자동차라는 막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 역시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층과 1층은 '휴머니티'라는 테마로 꾸몄습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 가운데 함께했던 포니와의 추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모님 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아이 세대에게는 지금과는 다른 신기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빨간색 포니 2는 마치 그 사진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느낌까지 받습니다.
1층에는 포니 모형과 방향제, 포스터, 엽서 등 포니와 관련된 다양한 헤리티지 상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상품은 현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포니의 시간 전시를 맞아 발간된 리트레이스 매거진은 포니에 대한 이야기와 시대적 배경을 가득 담은 귀중한 자료이니, 여유가 된다면 꼭 한번 구입하여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포니의 시간 전시를 한 번 둘러봤는데요. 포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포니를 통해 옛 우리 시대를 들여다보고 추억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자리였습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진행하니 시간이 된다면 꼭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