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단속에 대한 뉴스가 최근 화제였습니다. 지정차로제를 지키지 않거나 고속도로 1차로를 정속주행하는 행위에 대해 경찰청이 집중 홍보와 계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차, 대형차 등이 안쪽 주행차선에서 운전하거나, 하위 차로에 차가 없는데도 1차로에서 정속주행하는 경우라면 30초든 1분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단속 대상이라고 합니다. 지정차로란 무엇이며, 1차로는 왜 비워놓아야 하는 걸까요?
지정차로제는 자동차 도로의 안전을 지키고 통행속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차로에 따른 통행차량을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60조 외에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6조, 제39조에서 차로에 따른 통행구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행차 기준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9에서 통행차의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까지 차종와 차로별로 세세하게 구분하여 통행가능한 차로를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 2018년 간소화됐습니다. 승용차는 모든 차로를 사용할 수 있고, 화물차 같은 대형차는 차선에 따라 '오른쪽 차로'로 나뉘어진 바깥쪽 1~2개 차로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스전용차로를 제외한 가장 왼쪽 차로, 즉 1차로입니다. '1차로는 추월차로'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 말 그대로 선행 차량을 앞지를 때만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차가 막히는 등의 도로 상황으로 시속 80km 미만으로 주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앞지르기를 하지 않더라도 계속 주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중이라면 1차로 정속주행은 오히려 차가 막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행량이 많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경우, 맨 앞 차가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뒤따르는 차들도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차가 같은 타이밍에 동일하게 속도를 줄이지는 않습니다. 앞 차가 브레이크를 1초간 밟으면 뒷차는 2초, 그 뒷 차는 3초... 이런 식으로 뒷 차들의 제동시간이 늘어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어느 지점에서는 아예 멈추는 차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정체가 시작됩니다. 사고나 합류 지점이 아닌 구간에서도 차가 막히게 되는데, 이것을 '유령 정체'라고 합니다. 모든 차로에서의 유령 정체가 결국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인 것이죠.
고속도로 1차로를 추월 차로로써 비운다는 것은 앞 차의 속도가 줄어들 시 이를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통체증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만 크게 줄일 수는 있는 것입니다. 최소한 유령 정체가 발생하지는 않으니까요.
1차로에서 정속 주행을 펼칠 시에는 '추월 사고'의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과속 혹은 난폭운전 차량도 심각하지만, 지정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정속주행하는 저속 차량의 경우에도 문제가 큽니다. 이런 저속차량들이 모든 도로를 점거하고 있을 경우, 빠른 속도로 뒤따르던 차량은 차선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속칭 '칼치기'라 부르는 그것이죠.
결국 저속 차량이 뒤따르는 차량의 칼치기를 유발하고, 이런 것들이 잘못 얽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고속 차량보다 저속 차량이 원인이 되는 사고 사례가 많은 편이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과속보다 저속 차량에 대한 벌금을 훨씬 더 크게 매기고 있다고 합니다.
저속 차량이 도로의 바깥 방향, 즉 오른쪽으로 주행해 뒤따르는 고속 차량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교통사고를 효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KEEP RIGHT(오른편에서 주행하시오)'라고 적혀있는 표지판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편, 지정차로제 및 1차로 정속주행과 관련해 일반 운전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정 제한 속도대로 1차로를 달리고 있으면 뒤따르는 차는 과속이니 비켜줄 의무가 없다는 말도 있고, 지정차로제가 오히려 정체를 유발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죠. 결론을 정리하면 모두 틀린 말입니다. 과속 여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1차로를 비워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지정차로제가 도로 교통 흐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 자체도 이미 충분한 검증이 된 부분입니다. 독일 아우토반이 속도 무제한 구간을 두고 있음에도 타 국가 고속도로보다 사고율이 낮은 것도 바로 이 지정차로제가 확실하게 지켜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자동차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교통 흐름을 더 명확하게 제어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 뿐 아니라 정부 및 관련 부서가 함께 신경쓰고 효율적인 교통 흐름을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