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4세대 투싼이 이전보다 높아진 상품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용자 편의성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업그레이드됐고, 주행품질도 동급 최고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동급 SUV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더 뉴 투싼을 시승해보고 느낀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프리미엄 감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차'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뉴 투싼은 직선과 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입니다. 차체 곳곳에 자로 그은 듯한 굵직한 직선과 에지가 날렵하면서도 단단한 이미지를 만듭니다. 더불어 선과 면이 겹치는 곳의 굴곡은 빛의 방향에 따라 차체를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죠. 차가 더 ‘딴딴해'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더 뉴 투싼의 달라진 변화는 전면부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만듭니다. 입체감 넘치는 그릴의 에지로 더 또렷한 이미지를 갖추게 됐죠. 여기에 ‘파라메트릭 쥬얼 히든 램프’가 그릴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룸미러로 아주 멀리서 봐도 ‘더 뉴 투싼이구나' 알아챌 수 있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고유의 앞모습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외관의 변화는 실내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입니다. 더 뉴 투싼의 실내는 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온전한 새 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변화를 거쳤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입니다. 운전석에서부터 센터페시아까지 곡면으로 길게 이어진 이 디스플레이는 미래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시공간이 확 달라진 느낌이 들죠. 더불어 실내 구성은 전보다 단순화되어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차분한 실내 분위기는 운전대로 이어집니다. 전 모델은 원형의 크롬 테두리 안에 현대 로고가 붙어 있었지만, 더 뉴 투싼은 현대 로고를 빼고 3스포크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운전대가 바뀌면서 버튼 조작부의 위치도 약간의 조정이 생겼습니다. 오른쪽에 있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버튼이 왼쪽으로 옮겨왔고, 오른쪽에는 엔터테인먼트와 통화 버튼이 자리합니다. 또 컨트롤러가 레버 방식에서 휠 방식으로 바뀐 것도 특징입니다. 볼륨 조절이나 채널 탐색이 훨씬 편해졌죠.
운전대 옆 중앙 공간(센터스택)에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플로팅 콘솔로 2단 형식입니다. 위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두 개의 컵홀더 공간이 있으며, 그 밑으로는 넓은 수납공간이 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깔끔해졌고 수납 부피도 훨씬 늘어났죠.
공간효율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는 버튼식 기어가 칼럼식으로 바뀐 덕분입니다. 칼럼식 기어의 장점은 공간효율만이 아닙니다. 운전자의 시선을 뺏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죠. 눈으로 보고 눌러야 하는 버튼식과 달리, 칼럼식은 눈으로 보지 않고도 위로 돌리면 전진, 아래로 돌리면 후진, 위를 누르면 P를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운전대 뒤로 자리를 옮겨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와이퍼 칼럼과 헷갈릴 수 있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뒷자리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차는 엄연히 SUV입니다. 공간활용성이 중요하죠. 더 뉴 투싼은 6:4 비율로 접히는 2열 풀 플랫 시트를 갖춰 공간활용성을 높였습니다. 등 모양에 맞게 등받이의 굴곡을 준 시트가 앞으로 자연스럽게 접히며 풀 플랫이 되는 게 신기합니다. 더불어 이 시트는 탑승차 체형이나 짐 모양에 따라 등받이 각도 조절까지 됩니다. 뒷자리 승객의 편의성까지 고려한 겁니다.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하는 부분이죠.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퀴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차체 무게로 바퀴를 꾹꾹 눌러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상쇄하는 감각이 흡사 고급차를 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 차가 무겁다는 건 아닙니다. 공차중량이 1,535kg이니 차체 크기를 생각하면 크게 무거운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렇게 부드러운 주행감을 내는 이유는 서스펜션 조율입니다. 노면 충격량에 따라 댐핑 스트로크를 조절하며 차체 무게를 활용하는 겁니다.
속도를 높여보면 주행감이 전보다 더 탄탄해진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노면을 밟는 질감은 여전히 부드럽지만, 충격량이 많아지면 댐퍼 스트로크를 좀 더 짧게 하면서 주행 중 차체 안정성을 높이는 겁니다. 덕분에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죠. 이런 서스펜션 특성 덕분에 좌우 움직임도 활발히 가져갈 수 있고, 코너에서도 예리한 맛이 있습니다. 바퀴-서스펜션-운전대로 이어지는 직결감이 좋으니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합니다.
더 뉴 투싼은 이전과 같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내는 직렬 4기통 스마트스트림 1.6 터보 엔진과 7단 건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합니다. 이미 검증을 받은 파워트레인 구성으로 높은 출력과 부드러운 회전 그리고 빠른 반응을 보이죠. 안정적이면서도 운전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조합입니다.
4기통 엔진은 부드럽게 회전합니다. 특히 1,500rpm의 낮은 회전대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덕분에 경쾌한 가속을 만들 수 있어 운전이 편합니다. 7단 DCT는 클러치 물리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끈하게 변속하네요. 오랜 시간을 거쳐 조율된 더 뉴 투싼의 엔진과 변속기는 나무랄 곳 없을 정도로 최고의 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숙성 또한 더 뉴 투싼이 지닌 장점입니다. 급가속 상황이 아니라면 일상 조건에선 엔진 소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개선점이 있습니다. 우선 가속 소음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막기 위해 바닥 카펫에 보강재를 추가했습니다. 앞바퀴 휠가드의 흡음재 면적도 넓혔습니다. 덕분에 노면 소음이 많이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죠. 또 1열에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하면서 고속 주행 시 풍절음도 줄였습니다.
더 뉴 투싼은 이 글에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최신 편의 및 안전장비를 갖췄습니다. 노면에 따라 자동으로 주행모드를 최적화하고, 고속주행 중 옆에서 불어오는 횡풍에 대응해 안정성을 높이는 새로운 기술도 들어갔습니다. 물론 운전자와 탑승자는 계기판을 주시하지 않는 이상 이런 기능들이 작동하는 걸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게 작동하죠. 부분변경 모델이라기에는 신경 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거죠.
투싼은 4세대에 걸친 진화에 더해 부분변경으로 한 번 더 새롭게 진보하면서 지속적으로 상품성을 높여나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차체 크기를 뛰어넘은 훌륭한 구성과 가치를 지닌 SUV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네요. 그 혜택은 투싼 오너들이 온전히 누리는 셈입니다. ‘프리미엄의 대중화’랄까요? 투싼이 프리미엄 혜택의 경계를 한 단계 더 넓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