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니까 드러난다

텅 빈 시장으로 떠난 여행

by 강가

보통은 어디론가 떠나기 전, 볼거리 여부를 주로 살핀다. 어딘가 볼거리가 많다 싶으면, 가기로 결정하곤 한다. 볼거리가 많은 곳에는 덩달아 먹을 거리도, 냄새 맡을 거리고, 들을 거리도, 느낄 거리도 즐비한 경우가 많다. 감각을 만족 시켜줄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침, 알게 된 현지인 친구로부터 주변에 가 볼만한 시장을 알게 되었다. 유먼디 시장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큰 시장이 열린다. 몇 주 전에 이미 한번 가 보았으므로 어떠한 분위기인지는 어느 정도 안다. 다른 시장과 다름없이, 여러 가지 볼거리, 들을 거리, 먹거리 등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시장이 열리지 않는 날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불가능 하진 않겠지만, 볼거리가 없을 것이 뻔했다. 사람도 없을 것이다. 여행지다운 여행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보지 못할 법도 없어 보였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라면 ‘묘미’이지 않을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우연한 영감이나 배움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 정당화를 하고 떠났다.


오후 1시 정도쯤 버스를 탔다. 도착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번 버스를 갈아탄 후, 도착하였다.


도착하니 역시나. 텅 빈 곳처럼 느껴졌다. 내리자마자, 약 100 미터 정도(?)의 차도를 중심으로 각 양쪽 측면에 상점들이 보였다. 역시, 저 맞은편 시장은 닫혀 있었다. 이런 텅 빈 시장에서 맞이해 주는 것이란, 지저귀는 새,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아주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긴 했다. 셀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적은 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운영중인 상점을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하였다. 버스 내린 곳에서 보도길 따라 걷기 시작했다. 곧, 술집을 지나치자마자 강한 맥주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안에는 형광색 옷을 입으신 분들이 대낮부터 맥주를 마시고 계셨다. 그러곤 서점이 보였다. 물론, 대부분 상점은 닫혀 있었다. 다른 측으로 넘어서 와서도 비슷했다. 몇 상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닫혀 있었다.


그런데, 조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전단지가 이 상점 저 상점마다 붙어 있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공원 근처에 위치한 나무 보드에 전단지가 풍성하게 보였다.


전단지 대부분이, 요가, 명상, 태극권, 기공, 등등 전 세계를 망라하는 다양한 심신 세션 (혹은, 워크숍) 홍보 포스터가 즐비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요가가 가장 많아 보였다. 종교도, 불교, 힌두교, 도교 등으로 다양했다. 그 후, 서점에서 책 구경도 하고 나서 그곳을 떠났다.


텅 빈 시장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영적인 자원이었다. 지난번 방문했을 당시에는, 거의 100여개가 넘어 보이는 상점부스들, 시장을 꽉 채우는 사람들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러한 분주함이 없으니, 남는 것이라곤, 아니 시야에 주로 잡힌 것은 지역주민을 위한 상점 및 전단지였던 것이다.


꽉 찬 시장은 오감을 채워줄 것으로 가득 찼다.


텅 빈 시장은 내적인 영감을 채워줄 것으로 가득 찼다.


이번의 여행은 감각적 욕망을 채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것을 얻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되었다.


오감으로 인한 소음이 사라질 때야, 비로소 그곳의 진면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군중과 수많은 상점들로 인해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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