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완성은 퍼팅이다. 골프에서 퍼팅은 기존의 클럽과는 아주 다른 방식의 게임이다. 또한 길어도 30미터 이내, 짧을 경우 1미터 이내의 거리를 아주 예민하게 실수하지 않고 쳐야 하기에 거리감과 방향감, 스트로크 강도가 일정해야 한다. 기존의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잘 친다고 퍼트를 잘한다는 상관관계는 없다. 그리고 치는 방법 역시 다른 클럽과 차이가 있다.
골프에서 공을 홀에 넣지 않는 한 그 홀은 당연히 마무리되지 못하고 다음 홀 티샷을 시작할 수 없다. 이처럼 마무리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프로선수 대비 주말골퍼들은 퍼팅 연습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 편이다. “아마추어는 티잉 구역에서 홀에 이르는 연습을 하고, 프로는 홀에서부터 티잉 구역에 이르는 연습을 한다”는 말은 프로가 퍼팅 연습에 쏟는 정성을 강조한다.(정헌철, 숫자 43의 매력, 다음 블로그 2021.1.14.)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18홀을 진행하면서 퍼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제 라운딩에서 이븐파인 72타를 친다는 전제로 타수를 계산해보면, 드라이버는 14번, 우드 4번, 아이언은 18번 퍼터는 36번을 사용한다. 물론 모든 홀에서 퍼트를 2번에 끝낸다는 전제인데, 3 퍼트 심지어는 4 퍼트까지 하게 된다는 가정을 하면 퍼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jtbc 방송 '골프의 재발견'에서 퍼팅이 전체 스코어에 43%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jtbc 2021. 10. 28.)
프로선수들은 퍼트가 잘 되지 않으면 우승하기가 힘이 든다. 2021년 10월 17일 전북 익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달성한 이정민 (29)은 "원하는 골프가 나오면 성적은 좋았다. 그런데 원하는 샷과 퍼트가 안 나오니 안타까웠을 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5년 만에 우승한 이정민은 지난 5년을 '상처'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정민은 퍼트에 그동안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는 "우승 퍼트를 마치 1번 홀 퍼트인 양 해내고,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퍼트도 무심히 해내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별짓'을 다했다는 이정민은 "대회 때 눈을 감고도 쳐보고, (볼이 아닌) 딴 데 보고도 쳐보고, 엄청 빠른 스트로크도 해봤다"라고 털어놨다.(연합뉴스 2021.10.17.)
■ 숏 퍼트의 중요성
만약 어떤 골퍼가 그린 홀컵 1.5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퍼터를 사용하여 홀인 가능성이 90% 이상이 된다고 하면 2 퍼트로 그 홀을 무난히 마칠 수 있다. 그린에 올라온 공이 비록 홀컵과 많이 떨어져 있어도 첫 퍼트로 직경 3미터 원안(홀컵을 기준으로 1.5미터 반지름인 원)에 넣는다는 생각으로 퍼팅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이만큼 숏 퍼트에 대한 자신감과 성공 여부가 경기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는데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주변에 골프를 잘 치는 낮은 핸디캡을 가진 고수들은 숏 퍼트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숏 퍼트를 놓치면 마음에 부담이 되어 그다음 홀, 심지어는 서너 홀까지 심적으로 불안해지고 다른 샷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로들도 숏 퍼트를 놓쳐서 경기 흐름을 망치고 더 나아가서는 우승을 놓치는 경우를 가끔 보아왔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2012년 LPGA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김인경 선수는 50㎝ 거리의 퍼트를 실수해 결국 연장전 끝에 우승을 유선영에게 내준 뒤 2016년 레인우드 LPGA 클래식 우승까지 길고 긴 침체의 터널에 갇혔다. 그를 두고 많은 골프 팬들이 과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당시에는 많은 걱정을 했었다. 우스갯소리로 숏 퍼트를 남기면 ‘김인경 거리’라고 한 마디씩 하면서 상대방에게 컨시드를 못준다며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퍼팅 시 공의 직진성이나 타구감이 좋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나에게 필요한 5가지 사항을 메모해 두고 연습그린에서 이를 몸에 기억시킨다.
1미터는 퍼팅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거리다. 성공하면 당연하게 여기지만 실패했을 때는 소심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자주 실수하다 보면 자칫 '입스 증후군'이나 '멘털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밑져야 본전’ 거리인 숏 퍼팅은‘실력’보다는 ‘멘털’에 좌우된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누군가 '퍼팅은 마음의 게임'이라고 했다. 적어도 짧은 퍼팅은 마음의 게임인 게 확실하다.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Bobby Jones는 "긴장과 불안은 부주의보다 더 많은 실수를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Jack William Nicklaus는 "퍼팅을 못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골퍼는 3피트 이내에서조차 퍼팅을 홀에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에 1페소 이상 내기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멘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매일경제 20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