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연 Mar 23. 2022

18. 멀리건이 절대 없는 안전관리

  ■ 예방차원의 안전관리


  골프에서 멀리건mulligan 이란 최초의 샷이 잘못되어 벌타 없이 주어지는 두 번째 샷을 의미한다. 선수들의 정식 경기에서는 멀리건 제도가 규칙에 없지만 비공식적인 일반 아마추어 골프에서는 몸이 풀리기 전에 티샷에서 미스샷이 나면 벌타 없이 한 번 더 치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에는 멀리건이 절대 없다’는 것은 골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사고 이전의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으므로 안전사고가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는 뜻이다. 

전남 순천 승주CC(현, 포라이즌CC) 카트 전면에 부착된 안전스티커(2012.1.1)


  이 책의 원고 초안을 작성하고 있던 2022년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39층짜리 건물 23∼38층 일부가 붕괴하면서 1명이 다치고 실내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되는 안전사고가 발생을 하였다. 1994년 한강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32명 사망,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로 501명이 사망했지만 한 세대가 지나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보니 ‘우리가 선진국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언론은 어떤 큰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면 ‘예고된 참사’ 라거나 ‘인재(人災)’라는 말을 즐겨 쓴다. 미리 알았으면 사전에 기사화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사후에 전부가 난리이다. 


  이렇듯 사건·사고나 일이 끝난 후에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거나 “내 이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것을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프린스턴대 교수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사후확신편향은 과정의 건전성이 아니라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의 질을 평가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자들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012, p.279.) 안전은 결과를 가지고 논하기보다 예방차원의 과정의 건전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완A. D. Swan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취약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①생략하는 버릇omission, ②시간을 잊는 버릇time, ③지시를 어기는 버릇commission, ④절차를 무시하는 버릇sequential, ⑤ 불필요한 행위extraneous 이다. 또한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 Ebbinghaus는 “잊어버림(망각)은 당연한 생리현상이다”라고 하며, 그가 주장한 망각곡선Ebbinghaus curve에 따르면 사람은 1시간이 지나면 44%, 1일이 지나면 33%밖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이오근, 선진 안전문화로 가는 길, 책과 나무 2014, pp.200-202.) 

  인간의 취약한 습성과 기억력이 이와 같기에 골프를 같이 치는 동반자들은 서로 간에 계속해서 안전수칙과 불안전한 행동에 대해 반복하여 이야기해주는 것이 망각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고, 이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잘 실천해야 하겠다. 

경기 가평 가평베네스트CC 티박스에 있는 안전수칙 안내표지(2020.6.19.)

  ■ 골프장 안전사고 유형

 

 골프장 안전사고 유형으로는 대략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타구 사고, 카트 사고, 미끌림 낙상(落傷) 사고, 해저드 사고, 낙뢰사고Thunderbolt이다. 이중 낙뢰사고를 제외하고 골프 경력이 약 15년 정도 되는 필자도 라운딩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안전사고를 거의 다 경험할 정도였으니 골프장 안전사고에 정말 유의하면서 경기 진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금 다시 사고 순간을 회상해 보아도 그 순간이 아찔했다는 느낌이 든다. 


  ⑴ 타구 사고 

  골프장에서 가장 흔한 사고로 날아오는 볼에 맞는 사고이다. 특히 눈이나 얼굴에 맞는 경우, 실명과 같은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라운딩 도중에 샷을 하는 플레이어의 진행 선상 앞으로 절대 먼저 나가서는 안된다. 필자는 2019년 1월 23일 소위 말하는 해외 동계훈련을 하러 중국 해남도 블루오션CC에 갔다가 뒤 팀에서 친 타구에 발목을 맞아서 남은 일정을 절뚝거리며 소화한 적이 있다. 물론 카트도로에 1~2번 바운드된 후 맞은 거라 충격이 줄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홀 간 간격이 좁은 상태에서 뒤 팀이 기다리지 못하고 세컨드 샷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다. 타구 사고는 장애 지형물이 있는 곳에서 과욕을 부리다가 자기가 친 공이 나무나 전봇대를 맞고 튕겨 나와 맞을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하게 옆 홀에서 날아온 볼에 맞는 경우도 있으니 항시 유의해야 한다.


  ⑵ 카트 사고

  움직이는 물체에 탄 사람들은 항상 조심을 하지 않으면 찰나의 순간에 사고가 난다. 카트 사고는 대부분 부주의로 인해 일어나는데, 서둘러 내리다가 넘어지는 사고, 카트 밖으로 손발이 나와 주행 중 수목이나 팻말에 부딪혀 다치는 사고, 가파른 내리막길이나 곡선구간에서 사람이 추락하거나 카트가 전복되는 사고 등이 그 유형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디 없이 라운딩을 진행하는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어서 카트 운전을 직접 하는 분들의 경우, 출발 시에는 동반자가 모두 안전하게 탑승하여 앉았는지 확인을 하는 등 운전에 유의하여야 한다.

  2015년 3월 3일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원우들과 일본 규슈 미야자키로 라운딩을 갔었는데, 노 캐디로 경기 진행을 하던 중 여성 원우 한 분이 비탈길에서 카터 운전 미숙으로 나무와 충돌하여 발목을 깁스하는 사고가 생겼다. 즐거운 해외 여행길에 안전사고가 나자 동행한 모든 사람들의 기분도 가라앉았고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남은 일정은 어떠했는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⑶ 미끌림 낙상사고

  낙상의 대표적인 것은 겨울철에 라운딩을 할 경우 눈이 오거나 이슬이나 살얼음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경사면 잔디에 미끄러지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경우가 있다, 미끌림 낙상의 경우 발목도 중요하지만 손을 짚게 되어 손목 부상이 함께 올 수도 있어 조심을 해야 한다. 

  2018년 9월 15일 강원 양양 골든비치CC에서 경사면 잔디에서 미끄러지면서 왼 손목을 짚으면서 손목에 이상이 생겨 지금도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무리하게 손목을 쓰면 가끔 통증이 발생하곤 한다. 또 한 번은 경기 용인 은화삼CC에서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잡으려고 하체에 힘을 너무 주다가 허리가 휘청하면서 몇 홀 동안 백스윙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⑷ 해저드 사고

  한국 골프장의 해저드는 연못물의 누수를 막기 위해 진흙이나 비닐 등으로 특수 방수 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연못 바닥이 매우 미끄러운 편이다. 해저드가 깊지는 않아도 물에 빠지면 혼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해저드 사고는 볼을 무리하게 건지려 하거나 폰드 옆을 걷다가 수초 위에 낙엽이 쌓인 것을 연못 가장자리로 오인해 미끄러져서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겨울철에는 얼음 위에 있는 공을 줍기 위해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⑸ 낙뢰사고 

  낙뢰사고는 정말 번개 맞을 확률처럼 발생하기가 드문 사고이지만, 여름철에 가끔 신문지상에 기사가 올라오는 사고이다. 벼락을 직접 맞거나 감전이 되면 중상을 입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낙뢰 시에는 우산이나 아이언을 세워서 잡지 말고 즉시 플레이를 멈추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야 한다. 


  ⑹ 기타 유의해야 할 안전사고 

  - 주변을 살피지 않고 휘두른 클럽에 누군가 맞거나 다치는 사고  

  - 숲으로 들어간 공을 무리하게 찾다가 뱀이나 해충에 물리는 사고

  - 힘이 너무 들어간 샷으로 인해 뒤땅을 쳐서 손목을 다치는 사고

  - 페어웨이나 금연구역에서 흡연 등으로 인한 화재사고

  - 음주나 체력 저하 혹은 러프에 걸려 넘어져 골절상을 당하는 사고

  - 술에 취한 고객이 다른 골퍼나 캐디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고


  ■ 안전은 원초적 욕구


  골프를 왜 치는가? 이 책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경험에 소비'를 하여 '행복'해지려고 골프를 치는 것이다. UN에서 매년 발간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 2020을 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61위라고 하며, 1위는 핀란드이며 상위 지수는 덴마크, 스위스, 독일 등 대부분 유럽 국가라고 한다. 핀란드의 1위 유지 비결은 사회안전망, 복지, 지역사회 공동체 등에 그 비결이 있다고 한다.(존 헬리웰 외 2인, 간디서원 2020) 이를 보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가 1954년에 발표한 욕구단계론hierarchy of human needs의 출발점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는 일련의 단계가 있어서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는 다섯 가지 단계로 구분되는데,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 욕구safety needs를, 사랑과 소속 욕구love&belonging, 존경 욕구esteem,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를 차례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장영광 외 1인, 생활 속의 경영학, 신영사 2012, p.257.)

  골프라는 운동이 먹고사는 생리적 욕구와 같은 저 차원의 욕구가 아니라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 욕구로 생각된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론에 의하면 하위 욕구가 달성이 되어야 상위 욕구로 이동하는 것이므로 2단계인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존경이나 자아실현의 욕구 달성이 어렵다. 이와 같이 상위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골프라는 운동을 하러 나오는 것인데, 하위 욕구인 '안전' 때문에 이를 망칠 수는 없으므로 골프장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17. 제5의 동반자 캐디(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