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연 Jun 03. 2022

25. 골프 3 락

 골프에서 얻는 즐거움


  아마추어 골퍼는 어떤 때는 공이 잘 안 맞아서 골프를 계속 쳐야 하나 라는 회의가 생기고, 또 다른 때에는 너무 잘 맞아서 스스로도 놀라는 경우가 있다. 골프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18홀을 지나는 동안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흥미와 즐거움을 더하는 운동이다. 

지한솔 선수가 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마지막 4홀 연속 버디라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1타 차 역전 우승을 했다.(2022.8.7.)

  프로들의 경기에서도 한 번의 티샷 미스나 예상치 않은 공략 방법 선택으로 트리플 보기 혹은 쿼트러플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내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2022년 8월 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지필드CC에서 열린 PGA 투어 윈덤챔피언십에서 김주형 선수가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우승을 했다. 그는 1라운드 파 4인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고도 67타를 쳤다. 첫 홀에서 이른바 ‘양파’를 하고도 언더파를 친 건 2003년 이후 3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김주형은 바로 그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 61타를 기록하면서 5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거뒀다. 첫 홀 양파를 하고 우승한 선수는 PGA 투어가 기록을 시작한 지난 40년간 한 명도 없었다.(중앙일보 2022.8.18.) "골프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는 말이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다양성이 골프에서 상대적으로 즐거움을 가져다주는데 인터넷에서는 ‘골프 3 락’이라는 명칭으로 소소하게 즐거움을 주는 여러 가지 유형이 언급되고 있다.


 “내기 게임에서 앞에 친 사람들이 전부 OB를 냈을 때”

 “경기 후 클럽하우스 들어가는데 비가 쏟아질 때”

 “샤워 후 생맥주 한잔 하면서 그날 라운딩 복기할 때”

 “함께한 동반자가 다음에 나와 또다시 골프 치자고 제의할 때”


  이상과 같은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마다 생각이나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서 골프에서 얻는 즐거움을 ‘이것이다’라고 뚝 잘라 설명하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하수는 거리에서 통쾌함을 느끼고 고수는 숏 게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라고 하지만 필자가 골프를 통해 얻는 즐거움 세 가지, 즉 골프 3 락은 ‘건강증진’, ‘관계 유지’, ‘일정관리’이다.


 골프를 치면 건강증진이 된다


  사람은 건강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생각과 활동을 할 수가 없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고통이 수반되고 결국은 신체기능이 마비되어 죽을 수밖에 없다. 건강해야만 살아남아 다른 무엇을 이루고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해야 한다는 건 우리 인생 최고의 가치일 수 있다. 요즘에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필라테스, 요가, 스트레칭, 나이트 러닝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관리에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스윙을 하는 동작 자체도 운동이지만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걸어야 하는 운동이라는데 있다. 보통 18홀을 걸으면서 라운딩을 한다고 하면 평균 6Km 내외를 걷게 된다. 물론 중간중간에 카트를 타기도 하나 어느 정도 거리 이상은 반드시 걸어야만 하기에 걷는 운동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를 불문하고 걷는 것이 좋다는 것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건강을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다.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피를 펌핑해 위로 올려 보낸다. 혈액을 순환시키는 모터가 양쪽 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닥터 스토리 2021.12.21.)


  무작정 6Km 이상을 걸으라고 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프는 200m 혹은 150m씩 나누어서 중간 목표에 대한 도전과 창의적인 샷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운동이기에 다른 운동과 비교해서 걷는 것이 즐거운 운동이다.

  젊은 시절에는 ‘꽃병’이 식탁에 있고 나이가 들면 ‘약병’이 식탁에 놓인다고 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져다주는 돈으로 골프를 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좋은 대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골프를 통해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


  회사 혹은 어떤 조직 단위에서 수십 년 이상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면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관계는 경우에 따라 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실 수도 있다. 매일 만나다 보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고 심지어는 싫어하는 사람도 일 때문에 할 수없이 정상적인 관계인양 만남을 유지한다.

  이러한 인간관계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사람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싶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도서출판 리수 2018, pp.119-121.)


  골프는 너무 깊이 얽힌 관계도 아니고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외롭게 살아가는 처지도 아닌 적정한 인간관계를 유지시켜주는 활동이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무료함과 외로움은 죽음보다 더 큰 아픔일 수 있다. 스스로 책, 컴퓨터, 음악 그리고 산, 강, 바다 같은 자연을 친구라 여기고 즐기며 살면서도 외로움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 도쿄대 노화연구소가 도쿄 주변에 사는 65세 이상 인구 5만 명을 대상으로 혼자서 운동한 그룹과 운동은 안 해도 남과 어울린 그룹 중 나중에 누가 덜 늙었는지를 살펴봤다. 나 홀로 운동파의 노쇠 위험이 3배 더 컸다. 운동을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남과 어울려 다닌 사람이 더 튼튼했다는 얘기다. 어울리면 돌아다니게 되고, 우울증도 없어지고, 활기차게 보인다.(김철중, ‘자주 어울려야 안 늙는다’ 조선일보 2021.8.26.)

1971년 2월 18일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릴 적 친구들이 한 달에 한번 라운딩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2021.6.28)

  현업에서 은퇴를 하고 나서 한 달에 몇 번 팀을 구성해서 라운드를 한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적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도 묻는 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간혹 지난 세월 동안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적정한 거리를 두고 만나는 것이기에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경우도 생긴다. “사람과의 관계는 숲길과 같아서 자주 왕래하지 않으면 잡목만 우거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적정한 관계 유지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라운딩 일정관리가 주는 기쁨이다


  일정관리는 단순한 약속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한 시점을 약속하는 것이다. 즉 일정관리는 미래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추진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날을 프로세스별로 나타낸 것이다.  회사나 조직단위에서 일을 추진할 경우, 일반적으로 마지막에 ‘추진일정계획’이라는 일정관리가 따르고 이 일정에 맞추어 모든 사람들이 맡은 업무를 동시에 추진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일정관리 자체가 미래의 계획이자 목표이다. 일정계획이 없으면 아무 하는 일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무의미한 일들을 그냥 건성으로 하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것은 너무 불행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 골프를 쳐본 사람이라면 골프 라운딩 계획이 일정에 반영되어 있다면 뭔가 행복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일정을 잘 완수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비즈니스 차원이냐 친선이냐에 따라 거기에 부합한 준비를 해야 한다. 선물은 뭘 준비를 할지, 어떠한 멘트를 준비하여 상대의 호감을 살지, 이동에 따른 카풀은 어떻게 할지, 식사는 어디에서 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사전에 생각을 해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론 필드에 나간 지가 오래되었다면 연습장에 가서 미리 스윙 연습을 하는 것도 사전에 필요하다. 이러한 사전 준비가 바로 적정한 신체적 긴장감과 즐거움을 가져올 수 있다.

  행복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이미 계획된 내 일정을 즐기기 위해 사고하고 노력하는 것이 행복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얼마나 강하게 자신의 흥미나 가치와 일치하는 지를 고려하는 것을 자기 일치self-concordance라 한다. 사회적 책임이나 압박에 의한 목표보다는 자율적으로 설정한 목표가 본질적인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달성을 못해도 행복하다. 왜냐하면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24. 리더와 골프(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