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의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
슈퍼히어로 장르와 나의 관심
국내에서 슈퍼히어로 장르의 인기가 절정을 찍었던 시절은 역시 2010년대 후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어벤져스>와 <아이언맨> 3부작으로 꾸준히 인기를 쌓아오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통칭 MCU)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로 대중들의 인기를 사로잡았다.
MCU의 슈퍼히어로 장르 붐이 불러온 최전성기는 역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 개봉한 2018년도와 2019년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MCU는 '어벤져스 사가'의 서사 종결과 복잡한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점차 잃어갔다. 가볍게 마블 영화를 즐기던 라이트 팬덤은 이야기가 적절히 끝난 MCU 영화를 찾아보는 대신, 새 흐름에 집중했다.
19년도 이래로 코로나 19가 유행함에 따라, 집단 행동과 외출에 제약이 걸리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각종 ott가 영화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슈퍼 히어로 장르는 시대에 맞게 여러 방식으로 흥행의 유치를 꾀했으나, 대부분의 슈퍼히어로 장르는 '이미 나올 만큼 나온 이야기'로 간주되어 영화관에서 꾸준히 봐야 할 시리즈로 여겨지는 대신, 대중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MCU를 비롯한 히어로 무비의 애청자였던 나 또한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기 보다는 적당히 볼 것도 다 봤으니 당장 앞으로 흥행할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기고자 했다. 한편으로, 슈퍼 히어로 장르의 흥행은 나에게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야하는 하나의 과제로 느껴졌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두각을 드러낸 <어벤져스>의 흥행 이래로, 헐리우드 시장은 슈퍼 히어로 영화의 흥행에 동조하기 위해 투자를 대거 증가시켰다. 때문에, 당장 MCU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2018년도 전후에도 온갖 히어로 무비가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는 값비싼 CG 효과가 아까운 수준 이하의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와 ott 시대의 개막은 영화관에서 표를 쓸어담던 슈퍼 히어로 무비의 흥행에 변화를 요구했다. ott 상영에 특화된 드라마 시리즈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이에 따라 각 ott는 여러 히어로 코믹스를 드라마 영상화하기 시작했다.
이 중, 해먹을 만큼 해먹은 슈퍼 히어로 장르의 맹점 풍자하거나 클리셰를 비튼 <더 보이즈> 같은 이단아적인 히어로 드라마가 관심을 받았고, 그간 히어로 영화에서 견지하던 지향점인 '정의로운 슈퍼 히어로'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보려는 시도는 탄력을 받았다. 이전에도 <퍼니셔> 와 같은 드라마로 꾸준히 명맥이 이어지던 또 다른 시도가 일부나마 대중의 시선을 끈 것이다.
2021년에 아마존 프라임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빈시블> 또한 이러한 유행의 일종으로 간주되었다. ott 시대의 개막 이후로 슈퍼 히어로 장르는 이전과 같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해도, 꾸준한 관심을 유지해왔다. 특히, 그간 ott 시대에 유행해온 드라마 장르에 다소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 애니메이션이었던 <인빈시블>은 한동안 놓고 있던 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유행을 알아볼 기회가 되었다.
<인빈시블>의 밈과 줄거리 (도입부 스포일러 있음!)
인터넷 밈에 관심이 있다면, 'Think, Mark, Think!'를 은연 중에 본 적이 있을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이 작품을 이 밈으로 접했기도 하다.
심각한 유혈사태를 그린 장면이라 사진을 첨부하진 않을 거지만, 피투성이가 된 두 히어로와 답답하다는 듯이 성을 내면서 이해할 생각 좀 해 보라고 양 검지로 자기 머리를 가르키는 '옴니맨'의 구도가 워낙 강렬해서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흥했던 밈으로 남았다.
과연 무슨 상황이었기에, 두 히어로는 유혈사태를 감내하면서까지 무엇을 설명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그 부분이 궁금해져서 직접 아마존 프라임을 구독했다.
인빈시블의 줄거리 자체는 평범한 10대 히어로 무비를 표방한다. 외계에서 지구를 지키려 파견된 아버지 '옴니맨'과 현명한 어머니 '데비 그레이슨'의 아들인 '마크 그레이슨'은 아버지처럼 히어로가 되어 사람들을 지키길 꿈꾸는 소년이었다.
마침내 마크에게도 아버지와 같은 초능력이 발현하고, 마크는 히어로가 되어 사람들을 돕고 생명을 구하고자 한다. 한편, 아들의 초능력의 발현을 확인한 옴니맨은 돌연 20년간 동고동락해온 동료 히어로들을 습격한다. 동료들을 모조리 숙청하고도 뻔뻔하게 일상 생활을 이어나가는 옴니맨의 속내가 천천히 밝혀지며, 마크의 히어로 활동이 위협받는다는 것이 시리즈의 시놉시스라고 볼 수 있다.
슈퍼 히어로 코믹스의 변천사와 이미지 코믹스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시작인 미국의 대공황 시대부터 현대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유구한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전통을 전부 설명하진 않을 것이다. 대신, 간단하게나마 슈퍼히어로 장르의 맥락과 변천사를 짚을 생각이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시작은 역시 가장 이상적인 초인을 그리는 <슈펴맨>에서 시작한다. 쫄쫄이를 입은 정의로운 히어로가 악당들을 처단한다는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세련된 매력으로 다가왔다.
슈퍼맨을 필두로 흥행하기 시작한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읽으면서 자라난 세대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 슈퍼 히어로라는 장르 또한 권선징악을 벗어나서 복잡하고 모호한 메세지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조는 <왓치맨>,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 같은 명작을 남기면서 흥행했다.
한편, 슈퍼 히어로 사업은 마블과 DC라는 양강 체제를 이루었는데, 이 상황에서 몇몇 창작자들은 거대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새 스타일을 펼칠 회사를 설립한다. 그것이 바로 '이미지 코믹스'였다.
이미지 코믹스는 ceo의 간섭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제한 없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미지 코믹스는 자유로운 폭력과 성애 묘사까지 허용했고, 이미지 코믹스의 대표 작품인 <인빈시블> 또한 이러한 성격을 반영해 낙천적인 희망을 그리는 소년만화보다는 잔혹한 방식으로 히어로를 그리는 성인 만화의 성격이 강하다.
스타일과 장점들
<인빈시블> 안에서는 청년이 된 마크의 일상생활과 사랑, 히어로로서의 딜레마, 빌런들과의 혈투, 잔혹한 현실 등을 그린다. 지금까지 3개의 시즌을 개봉한 <인빈시블>은, 1시즌에서는 소년 마크의 험난한 히어로 데뷔, 2시즌에서는 숙적의 등장을 그린다.
3시즌에서는 성인이 되어 지구의 독립을 책임져야만 하는 마크와 강력한 숙적들과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이 정도 스토리 전개는 아직 코믹스 분량의 절반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앞으로 5개 시즌은 나와야 완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TV 드라마로서 <인빈시블>이 가진 장점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B급 히어로 코믹스의 패러디 요소
<인빈시블>의 전반적인 스타일은 대단히 B급 정서가 강한 슈퍼히어로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10년대 이후의 히어로 장르의 전통을 추구해, sf 장르의 각종 매체에서 많이 봐온 괴수, 악당, 히어로들이 패러디되어 등장하며, 우주 제국과 행선연합의 저항 등등, 여러모로 익숙한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점이 진부하기보다는 유쾌한 B급 감수성으로 다가와, 슈퍼 히어로라는 장르를 오마쥬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쫄쫄이를 입은 슈퍼히어로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혈투와 고뇌는 결코 가볍게 묘사되지 않는다.
당장 매번 도입부가 인물의 대화 속 '인빈시블', 무적이라는 단어가 발언되면 동시에 크레딧 카드가 등장하여 스토리가 시작되는 B급 정서가 강한 연출로 이야기가 시작한다는 점도 그렇고, 액션 연출중 종종 나오는 직접적인 줌 인 연출, 초능력이 자아내는 기묘한 상황들이 더욱 이러한 B급 정서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매번 등장하는 <인빈시블>의 크레딧 카드가 1시즌에는 점점 다가오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 점점 피로 물드는 연출이 단적으로 작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도입부였다. 또한, 피로 물들었던 크레딧 카드가 붕괴되어 성인 시절의 마크를 상징하는 검정과 파랑색으로 변해가는 연출도 다소 부진했던 이어진 시즌 연출의 감초가 되어주었다.
- 등장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뇌
<인빈시블>은 고전적인 슈퍼히어로 장르의 패러디 성격이 강한 작품이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새로운 전통을 존중하여 영웅의 고뇌와 딜레마 묘사 또한 적절히 묘사했다. 고전적인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자주 생략되는 잔인한 유혈사태의 심각성, 일상생활을 누릴 수 없는 히어로들의 인생 속 어려움이 잘 묘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감정 묘사로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곤란함을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자신이 막지 못한 참사를 추모하는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 히어로가 아닌 개인으로 참여하는 주인공 마크의 모습이나, 자신의 초능력이나 책임으로 고통받는 각종 히어로들의 모습을 통해 영웅 또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 파괴적인 액션의 묘사와 연출
<인빈시블>의 액션은 극단적인 폭력성의 묘사로 자신만의 개성을 확고하게 잡았다. 초능력을 활용한 기상천외한 파괴와 난동, 엽기적인 학살은 <인빈시블>의 정체성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가혹한 액션 장면은 히어로의 삶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극의 위기감과 무게감을 잡아주는 역할 또한 겸비하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폭력의 묘사는 다른 히어로 장르와는 다르게, 어지간한 주, 조연들도 참혹하게 퇴장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심어준다. 주인공 일행이 험한 꼴을 보지 않을 거라는 안심이 없어 어느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 주제의식의 존재
많은 소년 만화들처럼, <인빈시블> 또한 인간의 가능성을 찬미하는 주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슈퍼 히어로 장르와 일본 소년 만화의 전통을 어느 정도 잇는다고도 볼 수 있다.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인빈시블> 속 주제의식은 단순히 인간의 용기를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견지하는 도덕과 인간성, 연대 의식을 향한 찬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약육강식만을 추구하는 우주의 스파르타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빌런 빌트럼 제국과 지구인의 대조로 극명히 대비된다.
주인공 마크는 히어로 네임인 '인빈시블', 무적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분전 끝에 지거나 너무나도 강대한 적 을 상대로 인명 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해 간신히 저지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연출은 개인이 완전무결함과 얼마나 먼지, 젊은이에 불과한 마크가 얼마나 어리숙한지, 그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는지 자주 보여준다.
이러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고난 앞에서 타협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항쟁한다. 패배와 불행 앞에서도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 마크의 모습은 진정한 영웅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주는 또 다른 연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 흥미로운 주변 인물(스포일러 있음)
주인공인 마크와 함께, 극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아버지 '옴니맨'의 서사는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이다.
정복만을 위해 살아야 하는 옴니맨, 놀란의 일면에는 지구인과 살아가면서 인간성이 지라나기 시작했다.
놀란의 심정을 제대로 드러낸 장면이 워낙에 강렬해 상술한 밈, "Think! Mark!" 씬을 낳았고, 변절자인 아들을 처분하지 못한 놀란의 고뇌와 아픔이 그려진다.
아버지로서의 부정을 이겨내지 못한 놀란이 눈물 한 방울만 남긴 채 우주로 달아나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깊다.
이 외에도, 주변 인물의 서사 또한 적절히 진행된다. 독특한 캐릭터성과 나름의 지성을 앞세운 등장인물들의 행보도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지구 최강의 히어로 인빈시블을 이용하는 빌런 '타이탄', 매번 자신의 클론으로 쌍둥이를 만들어 2인조로 활동하는 '몰러 쌍둥이', 새 몸을 구축하려는 실험관 속 천재 '로봇', 어떠한 교육이나 성찰 없이 히어로로 성장해 경박한 '렉스' 등, 각종 인물들의 서사는 독특하고 흥미로워 작품의 좋은 조미료가 되었다.
- 훌륭한 시즌 1
옴니맨이 어째서 20년간 함께 싸워온 전우들을 죽였느냐를 시작으로, 놀란이 숨겨온 진짜 정체와 목적이 나타나는 서사가 흥미롭다. 또한 여기에 악마 형사인 '데미안'의 등장으로, 추리적인 요소가 더해져 작품의 긴장감을 높였다.
옴니맨의 정체가 밝혀지며 묘사되는 감정선의 폭발과 성우들의 열연, 뛰어난 표정 묘사로 인빈시블 시즌 1의 하이라이트는 누구나 숨 돌릴 틈 없이 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작품의 구조가 이러다 보니, 시즌 1은 이미 나올대로 나온 전통적인 10대 히어로의 성장을 진부하게 여길 수 있는 시청자들도 옴니맨이 탈선한 목적이 궁금해 다음 편을 기대하며 볼 수 있다.
또한, 빌런들의 무자비한 행각에 트라우마를 겪거나, 만행에 분노하는 신참 히어로 마크를 통해 히어로 장르를 잔혹한 스타일로 그려보는 시도는 정통적인 히어로 무비에만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 뛰어난 선곡 센스과 음악
음악 담당의 선곡 센스가 매우 뛰어나, B급인 작품의 정서를 A급까지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크의 첫 히어로 데뷔와 함께 나온 곡인 <Broken boy>는 마크의 미래를 암시하는 적절한 선곡이었고, 옴니맨이 본색의 일부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함께 나오는 <Tom Tom>은 여러모로 작품의 간판이나 다르지 않은 명장면들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영웅의 활보와 함께 등장하는 신나는 음악들의 선정이 워낙 적절해서 로드 무비를 보는 느낌마저 준다. 또한 슬픔이나 고조되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는 음악들을 적절히 선정했다.
대표적으로, 시즌 2에서 옴니맨의 방황을 그리는 <Avalanche>, 아버지와의 사생결단 이래로 마크의 공허해진 일상을 표현하는 <Krama police> 등의 선곡은 여전히 센스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음악들의 질이 높아 감정의 고조와 사태의 심각성에 몰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적절한 팝송의 사용 뿐 아니라, 음악 효과에 투자한 비용이 꽤 많다는 점이 직접 체감된다.
이러한 장점은 여러 시즌이 지나고 각종 장점이 퇴색되는 동안에도 건재하여, 시즌 2와 3에서도 뛰어난 선곡으로 명곡들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단점들
<인빈시블>이 장점만 있는 작품이냐면, 그렇지만은 않다. 뛰어난 하이라이트를 선사하는 시즌 1 이후로 여러 단점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 불안정한 작화
시즌 2 말엽부터 , 시즌 3에 들어서 슬슬 나타나기 시작한 단점이다. 시즌 1의 경우, 폭발적인 하이라이트 장면이 아니었어도 매번 액션에서 특별히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다만 스케일이 커지는 1 시즌 마지막화에서는 근본적인 비용 부족으로 이용되는 3D의 이질적인 사용같은 점이 살짝 거슬리긴 해도 큰 문제로 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즌 3에 들어서는 이러한 단점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스토리에서 굵직한 사건보다는 스토리의 정리와 전개가 중요했던 이번 시즌에서는 내내 작화가 몇몇 중요한 전투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족했다.
시즌 3에 들어서는 작화에 신경쓴 화와 그렇지 않은 화의 차이가 더더욱 두드러지는데, 마크의 고뇌를 묘사하는 지구에서의 일상 에피소드는 점점 작화나 격투 장면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나마 시즌 3의 피날레 에피소드에선 이렇게 아껴온 자금으로 영화화 부럽지 않은 훌륭한 스케일과 진보한 작화를 보여주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마크의 일상을 그리는 파트에선 대부분 작화가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주인공의 서사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옴니맨과 빌트럼 제국의 서사가 흥미로운 건 모두가 안다. 그러나 서사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주인공 마크의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크의 성장 과정을 그리는 편들이 재미와 성의가 없어진다는 점은 쇼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재미가 반감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의 대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라, 후술할 편집 능력의 약화에도 있다.
- 지나친 폭력성
<인빈시블>은 극단적인 폭력성을 자유자재로 묘사하는 이미지 코믹스의 전통에 따라 무자비하고 잔혹한 액션들이 주가 된다. 신체의 과장된 훼손 묘사와 유혈이 난무하는 스타일은 새로운 스타일의 히어로물을 원하는 시청자나 유혈 액션을 사랑하는 시청자에게는 상당한 장점이지만, 유입될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스타일은 적응이 필요한 요소이다.
즉, <인빈시블>은 태생이 B급 감수성의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성인 만화이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보기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B급 감성 뒤에 인간의 가능성을 향한 긍정적인 메세지가 존재하지만, 그런 성격이 어필되기엔 인빈시블이 유지하는 스타일인 B급 성인 만화 정서가 대중을 사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약화되는 주변 인물의 서사와 각색
1시즌의 경우, 상당히 정석적으로 시작하는 원작 코믹스와 달리, 의도적인 이야기의 재배치로 마크의 성장과 옴니맨의 암약을 동시에 배치하여 두 스토리를 대비시키고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해 스토리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놀란의 목적과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고, 원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여러 명장면을 낳았다. 대표적인 것이 마크의 고집을 꺾기 위해 벌인 지하철 학살 장면인데, 이러한 각색은 작품의 파괴적인 성격과 폭발적인 감정선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시즌 1 이래로, 이러한 각색 능력은 비교적 쇠퇴하고 있다. 여전히 <인빈시블>은 탄탄한 원작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고 있지만, 플롯의 각색에서 나타나는 연출진의 실력 발휘는 시즌 1 이후로 아쉽게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시즌 1이 원작을 거의 재창조하는 수준의 과감한 연출이 넘쳐나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시즌 2부터는 원작에 충실하다는 인상이 든다. 화끈한 재해석으로 그려낸 스토리 전달이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어쨌든 이 쇼는 원전이 존재하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연출진들의 애니화 역량은 뛰어난 편이다. 시즌 3에 들어서도 캐릭터의 재해석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으며, 개중 시즌 3의 최종보스인 '컨퀘스트'는 원작대로 그냥 무지막지하게 세고 잔학한 악당에서 나름의 사연과 고통, 광기를 드러내는 캐릭터로 재편되었다.
개인적인 생각
<인빈시블>은 감정 묘사가 훌륭하고 자기만의 강점과 특색이 확고한 애니메이션이다. 슈퍼히어로 장르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봐볼만한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추천하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팬층을 제대로 확보한 작품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의 수작이여서 입문을 추천하기로 결심했다. 이쯤 되니 원작도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제대로 된 번역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내가 <인빈시블>을 좋아하는 까닭은 뭐니뭐니해도 자기보다 훨씬 강력한 불행 앞에서도 용감히 싸우는 주인공 마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자기보다 훨씬 약한 상대를 다치지 않도록 제압하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정의를 지키려는 미숙한 히어로의 성장이라는 토대는 여전히 <인빈시블>이 슈퍼 히어로 장르를 풍자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의 근간에 출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은근히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옴니맨, 놀란의 흥미진진하고 비극적인 서사와 출중한 무력에 집중하느라 마크는 재미없는 주인공으로 치부하기도 하는데, 시즌 2에 이르면서 마크의 성장이 두드러져 주인공 또한 놀란 못지 않게 자신만의 문제들을 이겨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인빈시블>의 묘미는 작중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성장에 있다. 그간 히어로 활동에서 불살주의를 고수해온 마크는 시즌 3에 이르러 죽을 때까지 덤벼드는 주적 빌트럼 제국에게는 자비를 보일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고심한다.
이러한 양심 앞에서 고민하는 마크와, 자신의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성에 자부심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는 놀런의 정서적 성장은 이 쇼가 단순히 잔혹하기만한 B급 히어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일주일 전에 흥미진진했던 시즌 3가 끝났는데, 앞으로 1년 뒤에 <인빈시블>은 새 시즌으로 돌아올 모양이다. 다음 시즌에는 조금 더 파격적인 각색과 충격적인 전개를 기대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