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칼부림 감상문

액션 대하 사극 웹툰

by 신현호

초등학생 시절부터 웹툰을 보며 자란 세대의 일부로써, 필자 또한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을 따라 웹툰을 꾸준히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재미있게 본 웹툰들이 나름 많았었고, 헤비 독자까진 아니여도 평범하게 웹툰을 읽는 정도로만 몰입해서 읽곤 했다. 이 중에서 지금까지도 재미있게 읽는 작품이 딱 하나 남아있는데, 바로 고일권 작가의 칼부림이다.


사실, 필자 또한 특별히 역사극에 큰 관심이 있는 취향은 아니었는지라 처음에 소문난대로 고증이 엄청난 사극 웹툰이다! 라는 독자들의 홍보에 혹해 읽기 시작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대화문도 영 어렵고 줄거리의 흐름도 잘 모르겠어서 조금만 보다 말았던 웹툰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칼부림의 큰 줄거리는 김경서의 서자이자 무인인 '이함'이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며 17세기의 난세를 전전하며 복수를 넘어 나아가는 장편 성장 웹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칼부림을 정주행하면서, 칼부림에서 그간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됐다. 이 작품, 역시나 장점이 많은 비범한 작품이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작품의 특징과 장점을 설명하며, 칼부림에서 어떤 부분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도록 하겠다.


- 박력 있고 수려한 작화

칼부림의 작화는 먹과 힘있는 선을 통해 묵직한 역사의 무게를 묘사한다. 배경과 동물, 인물의 옹골찬 힘이 드러나는 역동적인 스타일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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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배경이 난세인 17세기이기 때문에, 살육전과 폭력의 묘사 또한 가감 없이 드러난다. 작품의 또다른 정체성인 '액션'을 나타내는 데에도 이러한 작화가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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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의 역동적이고 무게감 있는 전투 장면들.


역사극이라는 작품의 정체성을 칼부림은 훌륭한 스케일 묘사로 몰입을 더해준다. 전투의 양식 또한 성을 두고 싸우는 웅장한 공성전부터 야지에서 대군이 맞부딪히는 회전, 소규모 난전과 유격전까지 치열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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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액션과 병기의 디테일 묘사

사실상 칼부림의 가장 저명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칼부림은 뛰어난 고증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당대무예의 품새나 전술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작중에서 등장하는 조선, 왜, 명나라, 후금의 무기 파지법이나 패용 방식, 기본 자세, 무기 운영 방식 등등의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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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의 서아지를 비롯한 항왜(왜란 당시 항복한 일본 출신 군인들) 출신자들은 보통 일본도를 머리 위로 드는 동작을 자주 보이고, 조선의 무인들은 칼끝을 겨누는 전투 동작이 자주 나타난다.

반면, 짧고 가벼운 요도를 주 무장으로 사용하는 후금의 병사들은 짧은 검을 빠른 호흡으로 휘둘러 파고들거나 몰아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후금 측의 병사들은 방패와 요도로 자주 무장하며, 주인공 함이는 환도, 왜검, 요도, 낫, 도끼까지도 자유자제로 다루며 무예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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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했듯이, 명나라, 여진, 조선, 왜의 갑옷과 복식 묘사 또한 작가의 섬세한 작화와 열정을 즐길 수 있는 눈요깃거리이기도 하다. 역사적 교류에 따라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이는 명과 여진 또한 갑주의 형태가 명백히 다르며, 디테일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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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여진, 왜의 갑주들

명나라의 갑옷 형태와 후금 팔기군의 복식이 명확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진족도 부족에 따라 복식의 차이를 보이거나, 일본식 갑옷과 몽골 등의 세력들이 입은 갑주와 의복, 머리 스타일 또한 이국적인 모습을 보이며 디테일의 묘사가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칼부림은 당시 애용되던 화약 무기의 고증에서도 뛰어난 디테일을 보이는데, 여기에는 화포와 조총으로 대표되는 화기들 뿐 아니라 각종 화약 병기들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아낌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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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측 화포와 조총. 명나라 측의 홍이포와 총통과는 조작 체계가 다른 모습이다. 작중에서는 조총의 일제 사격과 개별 사격이 자주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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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명나라 화기 홍이포. 장전부가 특징적이다. 우측은 운반이 가능한 산탄포 호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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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이 운용하는 총통과 화차. 운용 국가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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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다연장 화승총과 매체에서 잘 묘사되지 않는 연노. 화살집을 이용해 연달아 사격한다.

명나라의 각종 화기들, 전투용 총통부터 다연장 조총, 화차까지 이런 무기도 있었어? 싶을 정도 다양한 화약 병기들이 등장한다.


매체에서 묘사가 생략되는 당파나 환도의 조작, 운용과 대중에게 그렇게까진 익숙하진 않은 편곤의 애용과 낭선과 당파의 활용 또한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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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도에 종종 달렸다는 안전 장치의 묘사, 타격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편곤의 특성이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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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공격을 걷어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당파, 적을 저지하고 거리를 벌리는 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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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병들의 마상 전투 도중 무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무기에 밧줄을 감은 모습이나, 이런 것도 무기로 쓰나 싶은 생화학무기 금즙까지 등장한다.


이러한 세심한 묘사에 힘입어 칼부림의 전투 장면은 분명 17세기의 전쟁이지만 현대전 못지 않게 치열하며 병기의 설계 의도가 드러나는 전술적인 모습을 그렸다.


자세히 보면 비슷한 무기 체계인 편곤, 보병창, 언월도, 화살 등도 후금, 조선, 명나라가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점도 재미있다.


- 등장인물들의 애증어린 관계와 주제의식

작가가 칼부림에서 공들인 또 다른 요소이다. 칼부림은 멋들어진 작화와 뛰어난 역동성 말고도, 인물들의 복잡한 면모를 그리는 성격 묘사와 인물들의 애증어린 관계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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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1~2부의 주연 역적 이괄, 3부에서 함이를 대의로 이끄는 항왜 김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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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에서 후금의 팔기로 전장을 누비는 함, 5부의 시작과 동시에 함의 길을 같이 걷기 시작한 여인 하일란


주인공 '함'의 양아버지이지만 그의 복수를 저지하는 항왜 서아지, 대의를 위해 가정과 자기목숨마저 불사르는 무정한 장수이자 함의 아비 '김경서', 오해로 함이처럼 복수의 길을 걷는 여인 '미향'. 중원을 수호한다는 대의를 앞세우면서도 사적인 증오를 숨기지 못하는 명나라의 충신 '원숭환', 명나라를 향한 복수를 위해 후금을 일으킨 불세출의 명장 '누르하치' 등등...

칼부림의 메인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사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연대하거나 적대하며 서로의 질긴 인연 속에서 고뇌한다. 이는 이야기로서의 칼부림이 높이 평가될 수 있는 이유이다.


주제의식인 '복수'는 함의 인생을 나타내는 가장 큰 키워드이지만, 함은 나이를 먹고 사선을 넘나들면서 목적을 잃어버린 복수를 대체할 '대의'를 쫓기 시작한다. 그러나 대의를 실현하는 일은 복수와 마찬가지로 무자비했고, 이러한 운명에 지친 함은 자신에게는 이제 너무 작아져버린 복수와 대의를 뛰어넘어 성장하고자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주제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칼부림은 복수극이지만, 일단 이야기의 본질은 성장에 있다. 함은 작중에 등장하는 수 많은 복수귀와 위인들과 달리,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 '살아가는 것'에 가까워지는 유일한 등장인물이다. 앞으로 작가의 메세지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의 줄거리 속에서 작가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보다는 현재를 살아간다는 행위의 가치와 중요성을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 뛰어난 감정 묘사

칼부림 속 감정 묘사는 작가의 장기인 디테일이 가감 없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는데, 처절한 역사의 흐름을 그리는 이야기임에도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감정의 흐름이 잘 나타나, 줄거리와 작품의 분위기가 상당히 감성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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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속 각기 다른 기쁨의 묘사. 시시각각 흔들리는 감정을 드러내는 섬세한 표정 묘사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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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에서 나타난 애끓는 분노의 장면들. 분노와 슬픔의 경계가 무너지는 묘사가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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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슬픔의 묘사. 적절하게 구성한 연출로 이야기의 애끓는 감정선이 절절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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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모호한 적대감, 정신적인 붕괴, 경멸을 잘 드러내는 표정 묘사.


필자는 이야기의 감정선과 이를 드러내는 표정 묘사가 작가의 현란한 동세 묘사보다도 뛰어난 장기라고 느낀다. 아무리 뛰어난 액션과 훌륭한 고증, 스케일과 작화를 앞세우더라도 작가의 질박한 이야기 솜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만화 또한 어쨌든 큰 틀에서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마치며, 아쉬운 점

칼부림은 뛰어난 감정선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칼부림의 소프트 독자층은 대부분은 칼부림의 겉이라고 할 수 있는 뛰어난 고증과 무예에 열광하느라 주인공의 감정선과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에 다소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칼부림은 '역덕후'만을 위한 이야기가 결코 아님에도, 어쩐지 역사 매니아들에게만 어필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다. 굵직한 대하 성장극이라는 작품 구성의 특성상 대중에게 어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아까운 작품이다. 가끔은 작품의 시기가 임진왜란이었다면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도 훌륭한 수작의 반열에 제대로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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