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바이드 시대, 길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by 김희곤

요즘 사회를 설명하는 새로운 말이 점점 자주 들린다.

‘AI 디바이드(AI divide)’.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기회와 생산성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미 여러 연구와 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 낯설지 않다.


한국 사회는 이미 한 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바로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다. 2000년대 초부터 사회 담론을 뜨겁게 달군 이 말은, 영어 능력의 차이가 취업·승진·소득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을 가리켰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기회를 잡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점점 뒤처지는 구조.


지금의 AI 디바이드도 본질적으로 같다. 기준이 영어에서 AI로 바뀌었을 뿐이다.


연구자들이 지목하는 AI 디바이드의 축은 크게 네 가지다.


접근 격차.

고성능 컴퓨터, 빠른 인터넷, 클라우드 환경, 유료 AI 서비스. 이것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거리다.


활용 역량 격차.

같은 도구를 손에 쥐어도 누군가는 보고서를 쓰고 연구를 하고 창작을 한다. 누군가는 검색창 정도로 쓴다.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쓰임을 떠올리는 능력이 생산성의 차이를 만든다.


데이터와 언어 격차.

AI는 특정 언어와 특정 지역의 데이터에 기반해 학습된다. 주변부 언어권은 정보 접근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국가 간 격차.

AI 인프라와 인재를 선점한 나라는 빠르게 앞서 나간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기술과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뒤처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지금을 이렇게 진단한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AI 디바이드로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접근 격차가 사회 불평등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새로운 불평등의 축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AI는 영어와 달리,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튜브에는 무료 강의가 넘친다. 온라인 플랫폼, 커뮤니티, 대학 공개 강좌까지,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환경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문제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오래된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道在迩而求之於遠 / 事在易而求之於難


”길은 가까운 곳에 있는데 사람들은 멀리서 찾고,

일은 쉬운 데 있는데 사람들은 어려운 데서 찾는다.“


《맹자》 〈진심상〉에 나오는 말이다.


AI도 꼭 그렇다. 많은 이들이 거대하고 낯선 기술처럼 여기며 지레 겁을 먹는다. 하지만 AI는 이미 우리 스마트폰 안에 있고, 검색창 옆에 있고, 매일 쓰는 문서 프로그램 안에도 들어와 있다. 길은 이미 가까이에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AI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 글을 다듬고, 자료를 찾고, 번역을 하고, 흩어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도구는 드물다. 확장된 두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필요하다.


발품.


무료 강의를 찾아보고, 하나씩 따라 해보고, 실제 업무와 글쓰기, 일상에 직접 써보는 것. AI는 책처럼 읽어서 익히는 기술이 아니다. 써보면서 배우는 도구다.


결국 AI 시대의 격차는 기술력이 아니라 사용 경험의 차이에서 생길 가능성이 크다. 누군가는 매일 조금씩 써보며 도구를 길들이고, 누군가는 멀찍이 바라보며 ‘어려운 기술’이라 여긴다. 그 거리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생산성과 정보 접근에서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생긴다.


그러나 그 출발선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AI 시대에도 이 말은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실감나는 시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