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기를 지나 봉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강이었다.
아침 안개가 강물 위에 자욱했다.
나루터에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정약용이 나루터에 섰다.
강진으로 가는 길이었다.
유배다.
하지만 그는 유배지를 부임지로 여겼다.
백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부임지였다.
하인 하나가 짐을 들고 따라왔다.
뱃사공이 다가왔다.
허름한 옷차림. 거친 손.
"뱃삯은 닷 냥이오."
하인이 뱃사공 앞으로 나섰다.
"잠깐."
하인이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나으리가 누구신 줄 아느냐?"
뱃사공이 고개를 갸웃했다.
"유배 가는 정 선비라 하던데."
"이 사람아, 어찌 그리 짧게 보는가!
우리 나으리는 반드시 누명을 벗고 크게 되실 분이야.
그러니 뱃삯은 받지 마라.
나중에 큰 은혜를 갚으실 것이다."
뱃사공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이놈!"
정약용의 목소리가 나루터를 울렸다.
하인이 움찔했다.
정약용이 하인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감히 네가 무슨 말을 한 것이냐!"
"나, 나으리..."
정약용은 신고 있던 짚신을 벗었다.
그리고.
탁!
하인의 뺨을 쳤다.
짚신으로.
하인이 비틀거렸다. 나루터가 조용해졌다.
"내가 벼슬을 구걸하는 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정약용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지금 죄인의 몸으로 먼 유배지로 향한다!
그런데도 감히 네가 작은 사심을 구걸하는냐."
하인이 고개를 숙였다.
정약용은 뱃사공에게 다가갔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뱃삯은 닷 냥이라 했소?"
"예, 나으리."
정약용이 열 냥을 건넸다.
"열 냥이오."
"아니, 이건 너무..."
"두 배요. 우리 하인이 실례를 했소. 용서하시오."
뱃사공이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았다.
배가 떠났다.
안갯속으로.
하인은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약용은 강물을 바라보았다.
'유배지 또한 부임지다. 작은 사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 길에서,
작은 이익 하나라도 취하면 안 된다.
하인의 경솔한 말 하나도 허락하면 안 된다.
무료 뱃삯 같은 작은 것.
"이 정도야..."
아니다.
이 정도가 시작이다.
작은 부패의 씨앗이다.
정약용은 짚신으로 그 씨앗을
단호하게 쳤다.
당신의 AI.
출시하는 그 길에서
"이 정도는 괜찮아."
아니다.
짚신을 벗어,
그 씨앗을 다시 쳐라.
율기(律己)
스스로를 다스리는 길.
정약용의 물음이 끊어지지 않는 한,
율기의 길은 계속해서
우리를 부를 것이다.
[월요일에 계속]
공익이라는 이름의 폭력. 목민심서 제3부 봉공(奉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