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이라는 이름의 폭력

목민심서 제3부. 봉공(奉公)

by 구현

"국가 예산을 지켜야 합니다."


2013년.

네덜란드.


세무 당국이 결정했다.


복지 수당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AI 위험 예측 시스템 도입.


목적은 분명했다.


국가 예산 보호.

정직한 시민 보호.


시스템이 가동됐다.


AI는 신청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국적.

배경.

과거 기록.


그리고 판정했다.


"위험."

"부정 수급 가능성 높음."



수만 명의 시민이

이 판정을 받았다.


수당 중단.

환수 통지서.


어떤 가정은

수만 유로를 돌려내야 했다.



빚더미.

가정 파탄.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뒀다.



나중에 밝혀진 것.


AI는

이민자, 이중국적자를

자동으로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인종 편향.

배경 차별.


투명성도,

설명도,

항변 기회도 없었다.



국가를 지킨다는

그 시스템이


수만 명을 무너뜨렸다.


2019년.

네덜란드 정부는 인정했다.


"잘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가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약용은 봉공에서 이렇게 말했다.


凡奉公, 當體國體恤民之意

범봉공, 당체국체휼민지의


"무릇 봉공은

마땅히 나라의 도리를 체득하고

백성을 돌보는 뜻을 가져야 한다."


봉공(奉公).

공적인 일을 받드는 것.


하지만 그 임무는

기계적 집행이 아니다.


법령의 문자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핵심이다.



奉公者, 必以公心

봉공자, 필이공심


"봉공은 반드시

공적인 마음으로 해야 한다."


공심(公心).

사심을 배제하고

공평무사함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네덜란드 AI는 달랐다.


행정 편의 우선.

효율성 추구.

예산 절감 집중.


결과는 재앙이었다.


봉공이 무엇인지 잊었기 때문이다.


부임(赴任)에서

우리는 청렴하게 출발하는 법을 배웠다.


율기(律己)에서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이제 봉공(奉公).


아무리 청렴하고

스스로를 잘 다스려도,


공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그 모든 덕목은 무너진다.


아름다운 명분.


하지만

사람을 외면한 채 내세우면

그것은 곧 폭력이 된다.


봉공의 길.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결정을 설명할 수 있으며,

공정함을 지키는 것.


그 모든 것은

한 가지에서 시작한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시스템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내일 계속]

46번의 경고. 영근(勵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