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제1조. 계행(啓行)
"무료 심리 테스트 해보세요.
당신의 성격을 알려드립니다."
2014년.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한 앱이 제안했다.
"This Is Your Digital Life"
무료 심리 테스트.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성격 유형을 알려준다고 했다.
27만 명이 참여했다.
재미 삼아.
호기심에.
무료니까.
그들은 몰랐다.
그 앱이
페이스북 친구 목록까지
모두 수집한다는 것을.
27만 명의 참여자.
그들의 친구 수천만 명.
총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수집됐다.
이름, 나이, 위치.
좋아요 누른 게시물.
친구 관계.
정치 성향.
모든 것.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
그들은 이 데이터를 사서
정치 광고에 악용했다.
2016년 미국 대선.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맞춤형 정치 광고를 쏟아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영국 유권자들을
표적 공략했다.
작은 유혹.
"무료 심리 테스트 한 번만."
결과는.
8,700만 명의 데이터 도둑질.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선거 조작 의혹.
2018년.
스캔들이 터졌다.
페이스북은
50억 달러 벌금을 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의회에서 증언했다.
신뢰는 무너졌다.
200년 전.
정약용은 계행에서 이렇게 말했다.
一毫之微, 勿以取之
일호지미, 물이취지
"털끝만큼 작은 것이라도
취하지 마라."
계행(啓行).
부임길을 떠나는 것.
정약용은 경고했다.
"백성들의 재물은
침범하지 못할 것이니,
한 치의 붉은 실도
취해서는 안 된다."
붉은 실 한 치.
사소해 보인다.
하지만.
그 작은 유혹을 허락하는 순간,
탐욕의 문이 열린다.
정약용은 또 말했다.
勿輕受人財物
물경수인재물
"함부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받지 마라."
부임길의 작은 선물.
작은 접대.
작은 편의.
모두 거절해야 한다.
출발이 부패하면,
백성은 고통스럽다.
AI 시대.
"붉은 실"은 무엇인가?
무료 서비스.
"그냥 데이터 조금만."
"편의를 위한 동의."
"약관에 동의하시겠습니까?"
페이스북은 물었다.
"무료 심리 테스트 한 번만?"
사용자들은 생각했다.
'털끝만큼 작은 거잖아.'
하지만 그 털끝이
8,700만 명의 정보가 됐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됐다.
계행의 정신.
AI 목민관의 첫 단추는
기술력이 아니다.
부정한 이익을 끊고,
청렴한 원칙을 세우고,
백성(사용자)의 재물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단이다.
"무료"라는 이름으로
데이터를 요구하지 마라.
"편의"라는 핑계로
정보를 수집하지 마라.
"한 번만"이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
한 치의 붉은 실도
취하지 마라.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데이터는
깨끗한가?
당신은 사용자의 정보를
어떻게 취하고 있는가?"
[내일 계속]
확신에 찬 거짓말. 과묵(寡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