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제1부 부임(赴任)
다산신도시에 이사 와서,
산책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집 근처를 걸으며
다산 유적지를 자주 찾았고,
다산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약용이 가까워져 있었다.
목민심서로
AI 목민관에 관한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찾으며 깨달은 것은,
더 세심하고 확고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왜 백성을 사랑한 목민관으로 불렸는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백성의 행복한 삶,
그 바탕은
목민관의 마음가짐이라
그는 깨달았다.
인간의 손발을 대신할 도구의 발전이,
이제 머리를 대신할 도구의 혁명으로
다가오는 이 시대.
오래 묵은 고전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에 질문을 한다.
AI 목민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인류의 삶을 향해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다가오는 지금.
가볍게 읽히는 고전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금세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걸 보며
허무해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콩나물이 되어가는 그 모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런 글을 써보려 한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지만
조금씩 생각하는...
정약용은 물었다.
民之疾苦 莫之恤者 匪牧臣之責乎?
민지질고 막지휼자 비목신지책호?
"백성의 고통을 돌보지 않는다면,
어찌 목민관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목민관.
백성을 돌보는 관리.
조선시대에는 지방 수령이었다.
오늘날에는 누구인가?
AI를 설계하는 사람.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
결정의 자리에 있는 사람.
AI 목민관.
그들이 지금
부임길에 오른다.
부임(赴任).
관직에 나서는 첫 여정.
조선시대.
부임길은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여정이었다.
뇌물 한 번.
과도한 의전 한 번.
경솔한 말 한마디.
탐관오리 여부가 결정됐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AI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순간.
CEO가 회사를 맡는 순간.
시스템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가동하는 순간.
AI 목민관의 부임이다.
단 하나의 단추라도 잘못 끼우면
수많은 사용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AI 탐관오리가 되는 것이다.
정약용은 부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一意以愛民爲事
일의이애민위사
"오로지 백성을 사랑하는 것을
일로 삼을지니."
부임(赴任).
출발선.
모든 것은
여기서 결정된다.
어떤 짐을 내리고,
어떤 마음으로 출발하며,
누구에게 말을 거는가.
정약용은 또 경고했다.
勿以財利 動爾心
물이재리 동이심
"재물 때문에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하라."
부임의 순간부터
청렴해야 한다.
사적인 이익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AI 목민관에게
이것은 무엇인가?
데이터 수익화의 유혹.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편법.
빠른 출시라는 압박.
모두 버려야 한다.
부임길.
가장 위험하고
가장 중요한 여정.
정약용은
윤리적 로드맵을
200년 전 제시했다.
AI 목민관인 당신.
지금 부임길에 올랐다.
가장 먼저
어떤 짐을 내리고,
어떤 마음으로 출발하며,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
정약용의 눈길이
머문 곳을 보면 된다.
[내일 계속]
한 치의 붉은 실도 취하지 마라. 계행(啓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