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 제4조. 구재(救災)
"사이렌이 안 울렸어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2023년 8월.
하와이 마우이섬.
휴양지 라하이나.
산불이 들이닥쳤다.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
불길은 순식간에 도시를 덮쳤다.
존, 58세.
라하이나 주민.
40년째 이 동네에 살았다.
"언제나 사이렌이 울렸어요.
쓰나미 경보, 허리케인 경보.
이번에도 울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사이렌은 침묵했다.
하와이는 재난 대비 시스템을 자랑했다.
경고 사이렌 80여 개.
모바일 비상 알림 시스템.
자동화된 경보 체계.
모든 것이 연동되어 있었다.
산불이 시작됐다.
강풍이 불길을 몰아갔다.
전력선이 불에 탔다.
통신망이 끊겼다.
그 순간,
모든 경보 시스템이 멈췄다.
사이렌은 전기에 의존했다.
모바일 알림은 통신망에 의존했다.
그 모든 것이
불과 함께 사라졌다.
사이렌은 침묵했고,
휴대전화 알림은 없었다.
주민들은
불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대피하라는 경고를 받지 못했다.
존은 이웃집 연기를 보고서야 알았다.
"뛰어야 해!"
가족을 깨웠다.
차에 탔다.
하지만 도로는 이미 막혀 있었고,
불은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존의 가족은
겨우 바다로 뛰어들어 살았다.
하지만 많은 이웃들은
대피할 시간을 놓쳤다.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사후 조사.
"왜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나요?"
"전력이 끊겼습니다."
"모바일 알림은요?"
"통신망이 붕괴됐습니다."
"백업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備豫不虞, 常如臨敵
비예불우, 상여임적
"뜻밖의 재난에 미리 대비하기를,
항상 적을 대하듯 해야 한다."
재난을 최악의 적으로 규정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시스템의 복원력을 갖춰야 한다.
라하이나의 경보 시스템은
평상시에는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재난은
그 완벽함을 시험하러 왔다.
전력도,
통신망도,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백업은 없었다.
救災務本
구재무본
"재난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며,
재난이 닥치면
인명 구조를 근본으로 삼아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
구재(救災).
재난으로부터 구하는 것.
시스템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경고가 전달되어야 한다.
인명 구조, 그것이 근본이다.
재난은 평상시에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온다.
그때, 시스템은 침묵했다.
구재의 핵심은 복원력이다.
시스템이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때도
생명을 지킬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정약용은 AI 목민관에게 묻는다.
"당신의 재난 예측 시스템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백성의 목숨을 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
[내일 계속]
멈추지 않는 차. 안민(安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