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제2조. 공고(供公)
2022년 9월.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1차 개통.
구축 예산. 약 1,220억 원.
전국의 복지 수급자 정보를
하나로 통합.
효율을 높이겠다고 했다.
화면에
'개통'이라는 글자가 떴다.
담당자들은 박수를 쳤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현장의 비명이 시작됐다.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로그인이 되지 않았고,
화면은 멈췄으며,
필요한 정보는 산출되지 않았다.
복지 현장이 마비됐다.
한 지자체 공무원.
"시스템이 열리지 않아
대상자 확인이 안 됩니다."
복지 수급자가 찾아왔다.
"언제 지급됩니까?"
"오류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며칠이 지났다.
일주일이 지났다.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정부는
성능 개선을 약속했다.
"시스템 전환 과정의
일시적인 오류입니다."
"조속히 정상화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일시적'인 시간 동안
누군가의 생존권은
행정의 공백 속에 놓였다.
수기 장부를 대신한
거대 시스템의 오류는
단순한 기계적 고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행정의 실종이었다.
비용은 지불됐다.
시스템 구축을 맡은
대형 IT 기업 컨소시엄에는
계약된 예산이 흘러갔다.
사업비 1,220억 원.
이후 수천억 원으로
불어난 세금이 투입됐으나,
정작 그 결과물은
국민의 삶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나중에 지적했다.
"사업 관리가 부실했고,
테스트가 미흡했다."
기술의 복잡함은
책임을 회피하는
거대한 장막이 됐다.
凡財谷者 皆國家之物
범재곡자 개국가지물
"무릇 재물과 곡식은
모두 국가의 물건이다."
공고(供公).
나라의 자원을 배분하는 일.
국가의 예산은
백성의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단 1원이라도
부실한 시스템 관리로 인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관료들은
기술의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행정의 태만을
묵인했다.
부실한 사업 관리.
미흡한 시스템 검증.
그 결과로 초래된 행정 공백.
犯贓者 不可以貸
범장자 불가이대
"공금을 횡령한 자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장오(贓汚).
공금을 낭비하는 것.
돈을 직접 훔치지 않았어도,
부실한 관리로
세금을 허비하고
백성에게 피해를 준 것
또한 장오와 다를 바 없다.
시스템은
스스로 부패하지 않는다.
다만
목민관의 방치가
기술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불통을 만들 뿐이다.
그 불통의 벽 뒤에서
가장 절박한 이들의 기다림이
길어진다.
관리되지 않는 기술은
현대의 '무능한 아전'이다.
아전(衙前).
실무를 핑계로
상급자를 속이고
백성을 괴롭히던 자들.
정약용은
그들의 책동을 막기 위해
목민관의 철저한 검증을
요구했다.
오늘날.
디지털 행정의 시대에도
새로운 형태의 아전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로,
복잡한 공정표로,
책임을 분산시키며
공적 자금을 소모한다.
아무리 기술이
행정을 대신하려 해도,
목민관은
그 기술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사업의 결말을 책임져야 하며,
공직의 엄중함을 지켜야 한다.
"시스템 문제라 어쩔 수 없다"
이것은
직무유기다.
정약용은 목민관에게 묻는다.
"수천억의 예산을 들인 시스템이
정작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가?
아니면
거대 자본의 배만 불리고
정작 현장의 진실은
외면하고 있는가?"
[내일 계속]
오늘 새롭게 시작하면,
내일도 새롭고,
모든 날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