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오남호수공원 둘레길을 다녀와서
집 근처에 호수 산책길이 있다는 것은 행운처럼 느껴졌다.
차로 15분을 달려오기는 했지만, 왕숙천과는 다른
호수만의 정취로 가을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더니 해는 기울고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스하게
호수 위에 자신의 자취를 긋고 있었다.
호수와 단풍, 둘레길.
마치 아주 먼 나라의 정취처럼
또 다른 산책의 기운을 선사했다.
공들여 만든 평탄한 산책길을 걷다
무릎이 갑작스레 신호를 보내왔다.
그저께 모처럼 나간 일이 험했다.
안전화를 신고 거의 3만 보를 걸으며
24시간 아스콘 포장 작업을 한 탓이리라.
일이 없으니, 가는 곳마다 궂은 일이다.
아내가 금세 눈치를 채고, 돌아가자고 했다.
"대충 절반은 온 것 같은데, 천천히 가보자."
그 지점에서 발걸음을 되돌리면
오늘 하루가 조금 아쉽게 남을 것 같았다.
그 덕에 맞은편 풍경까지 다 보게 되었다.
호수 위로 기운 햇빛이 떨렸다.
나무 그림자는 호수 위에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
무릎의 통증은 여전하지만, 마음은 상쾌했다.
완주.
먼 길도 아니고 거창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 단어의 기운은 분명했다.
둘레길 마지막 쭉 뻗은 뚝길을 걷는데
가벼운 웃음이 나왔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만약 중간에 돌아갔다면,
이 기분은 남지 않았을 것이다.
두고두고 오남호수 둘레길에
미련이 남지 않았을까.
문득, 인생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다 보면 후회도 되고, 돌아가고 싶을 때도 많다.
여기까지 온 게 맞나,
괜히 시작한 건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조금 더 걸어가 보면 마음속에서 살아나는 기운이 있다.
오늘의 산책은 그런 마음을 남겼다.
아프다고 멈추지 않았고,
힘들다고 돌아서지 않았다.
결국,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그 작은 완주의 기쁨이
화려하지만 쓸쓸한 석양의 풍경처럼
내 가슴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