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랄까, 나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국민학교 시절(나 때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다)에는 늘 반장을 했었다. 사람들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일도 많았다.
-반장, 반장.
이름보다 직함?으로 불리는 날이 더 많았다. 친구들도 그랬다. 언제나 날 반장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지점이 생겨났다. 사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이중적인 성향을 지닌 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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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다. 하루에 해야 할 일도 많고 스케줄도 다이내믹하다. 요새는 서울과 광주, 다시 광주에서 원주를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는 '안녕팩토리'라는 공연단체의 대표이다. 대학교 4학년 때 청년 스타트업 사업에 선정되어 창단했다. 2023년 지금까지도 잘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해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끌고 있는 단체를 보면 뿌듯하다. 단체의 대표이기 때문에 공연 프로듀싱이나 기획 일도 겸하고 있다. 연말에는 이음아트프로젝트라는 밴드의 창작음원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에 여배우 공개 오디션을 통해 보석의 원석 같은 이들을 발견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보컬로 합류할 것이다.
이음아트프로젝트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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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출과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리더였으니까, 뭔가 적성에 맞는 학과를 간 느낌이다. 덕분에 졸업한 후에는 공연연출을 하는 스케줄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대표님, 혹은 연출님 진짜 워커홀릭이세요,라고. 어쩌면 그렇게 성실하세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요,
사실, 나는 굉장히 게으른 사람입니다. 팀 작업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늘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일들을 벌여 놓았을까요? 연출과도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인 역할과 내면의 바람이 달랐던 모양이에요. 학창 시절 여러 번 자주, 극작과를 기웃거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니던 학교는 매우 엄격했습니다. 연출과처럼 극작과도 개방/비개방 수업의 구분이 확실합니다. 전공자가 아니면 쉽게 문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청강조차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서사창작과를 기웃거렸지요. 다른 학교로 치면 문예창작과 입니다. 나처럼 게으르고 자유분방한 이들이 모여 있더군요. 다행히 강사님들의 배려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졸업할 때까지 시와 소설 수업을 들었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서창과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출과에서 마음 고생 하지 말고 전과해보는 게 어때?
그런데 또 그건 싫었습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성격입니다.
2. 학부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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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님이 말했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성실해야 한다. 숙제를 하듯, 날마다 글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나한테 벅찬 주문이었다. 나는 충동적인 사람이다. 글쓰기도 영감이 떠오르면 즉흥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훗날 나이가 들고서 깨달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권유하고 싶지 않다. 어릴 때는 문제가 없다. 직관과 영감이 바로바로 작동하니까. 문제는 그 이후이다.
직관도 나이를 먹는다.
내가 늙어가듯이 직관도 늙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꾸준한 글쓰기'가 중요하다. 이 밖에도 직관적 글쓰기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나를 비롯해서) 직관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 중 대다수가 '논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고를 보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운데, 플롯이나 구성이 허술한 경우가 많다.
뭐, 여하튼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조만간 다른 카테고리(목소리의 주인)에서 진지하게 살펴볼 생각이니까.
다시 대학교 재학시절. 친하게 지낸 몇몇 선배들이 등단을 했다.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시인이 된 이도 있고 소설가나 극작가도 된 이도 있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배들은 나보고 좀 성실해지라고 한다. 남들 놀 때 같이 놀고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아니, 근데 난 연출과라니까. 가만가만, 어쩌다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거지? 작가가 꿈이고 목표인 사람들 속에서, 나는 미운오리새끼가 된 기분이 들었다.
4학년이 되었다. 졸업작품을 올려야 한다. 나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연출을 해야 할까? 어떤 작품을 골라야 내 연출력이 빛날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하고 싶다. 이 작품은 정말 명작이다. 그런데 그건 '읽을 때'만 그렇다. 공연으로 보면 참 아쉽다. 그만큼 연출이 어려운 작품이다. 잘 나오게 하기도 힘들지만, 설령 하늘이 도와서, 운 좋게 잘 나온다고 해도, 본전이다.
그때, 어떤 선배가 말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하지 말고 직접 네가 써보면 어떻겠니? 나는 할 이야기가 없는데요. 너 소방관 이야기 재미있더라. 니 인생사를 들어보면 작품이 될 게 정말 많아. 하지만 나는 극작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시, 소설이라면 과제로 왕왕 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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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희곡을 쓰는 것은 처음이니까, 후우, 잘 될 리가 없다.
안 되겠다. '글 쓰는 충동'이 생겨나면 한 호흡에 끝내 버려야겠다.
... 시간이 지났다. 느긋하게 충동을 기다린 결과, 어설픈 대본이 나왔다. 배우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 대본을 보고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며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는데...
그때, 생각했다. 게으른 자는 대본을 쓸 수 없다는 것을.
한가하게 '충동이 일어나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을.
이것이 대학교 4학년 졸업반 때의 일이고,
나는 이 시간을 온전히 버텨낸 후에 등단을 했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글쓰기는 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듬해 연출가로도 데뷔를 했다.
늘근도둑이야기라는 작품이었다.
3.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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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에게 있어, 첫 번째 독자들은 언제나 배우들이다. 그들은 작가의 대본을 '자신의 인생을 대하듯' 읽는다. 세계관을 창조한 나조차 감탄할 정도로 꼼꼼하고 집요하게 본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통해서 '내가 만든 세계'로 진입해야 하니까. 그때마다 긴장을 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을, 이렇게까지, 읽어주다니.
밑줄을 쫙쫙 쳐가면서 말이다.
배우들이 질문을 한다. 이 부분은 왜 이런 거예요? 제가 맡은 역의 목적성은 이게 맞나요? 이 인물로 들어가면 대사가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게 어떨까요? 저는 이 인물을 이런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그의 전사적 이야기를 이렇게 설정해 봤는데, 작가님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나의 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 배우와 연출팀, 조명팀, 무대팀, 기획팀 그 밖에 오퍼와 크루 등등. 이 한 편으로 인해 일자리가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로 이어진다. 때문에 '잘' 써야 한다. 성실하게 쓴다는 것은 이미 논외다. 너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만 한다. 극작이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장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4.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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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굉장히 바쁜 사람이다. 하루에 해야 할 일도 많고 스케줄도 다이내믹하다. 요새는 서울과 광주, 다시 광주에서 원주를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는 '안녕팩토리'라는 공연단체의 대표이다. 대학교 4학년 때 청년 스타트업 사업에 선정되어 창단했다. 2023년 지금까지도 잘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해서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이끌고 있는 단체를 보면 뿌듯하다. 단체의 대표이기 때문에 공연 프로듀싱이나 기획 일도 겸하고 있다. 연말에는 이음아트프로젝트라는 밴드의 창작음원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얼마 전에 여배우 공개 오디션을 통해 보석의 원석 같은 이들을 발견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보컬로 합류할 것이다.
... 나는 내가 게으른 인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성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나 스스로를 던집니다.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잘' 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상황 안에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합니다.
글쓰기.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글쓰기'를 추가합니다.
이러면 더 잘 써지더라고요.
쫄리니까요...;;;
5. 덧붙임
'가족의 완성' 카테고리에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그래서 '일상 반스푼'카테고리에 올립니다.
앞서 언급한 스케줄 외에도 '목소리의 주인' 관련 작업들이 있습니다.
재공연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삭제되고 추가될 씬이나 노래는 무엇인가, 등등.
때문에 목소리의 주인에서 이전에 다뤘던 이야기는 리부트 할게요.
홍보성 글이 많았으니까요.
목소리의 주인 카테고리는, 저도 복습을 할 겸, 극작법이나 연출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