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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공장장 Apr 17. 2023

인생, 뜻대로 하소서.

나는 왜 '목소리의 주인'을 쓰게 되었는가.

이따금 생각한다. 아니, 어쩌다가 나는 지금 '원주'에 있게 된 거지?

그리고 원고에 치인 지금도 생각한다. 

아, 어쩌다가 극작가가 되었을까?


지금은 새벽 2시를 지나고 있다. 나는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창작작업을 하는데, 꼭 정해진 PC방에 가서 원고 작업을 해야만 한다. 일종의 야구 선수 루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피곤하다. 금요일 밤, 혹은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반드시 '원주'에 있는 모 PC방에서 글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지, 글이 써진다. '쓴다'라기보다는 '써진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평일에는 한성대역 부근에 있는 PC방에서 써야만 한다. 지인들은 말한다. 너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글'을 쓸 때는 왜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는지, 정말이지, 나라는 인간을, 나도 잘 모르겠다. 


자정이 지났으니, 나는 아침 일찍 청량리행 기차를 타야만 한다. 오후에는 대학로에서 음악극 연습을 주관해야만 한다. 이 작업은 평일 내내 진행이 된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정확하게 안 했구나. 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다. '안녕팩토리'라는 공연 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이장공장장이라고 자칭한다. 


안녕팩토리(이) 이장,

팩토리 공장장,

합쳐서 이장공장장.


원래 전공은 연출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운 좋게? 희곡이 당선되어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고 있다. 2015년도쯤에 데뷔했으니까, 제법 많은 작품을 쓰고 연출을 했다. 특히나 소방관은 나에게 빠지지 않는 단골소재이다. 군복무를 의무소방원으로 했기 때문이다. 2년 2개월 동안 겪은 군생활의 경험들이 작품으로 나올 거라고는, 당시만 해도,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다. 뮤지컬 아이즈를 비롯해서, 소방관이 나오는 연극이나 음악극은 거의 다 내가 썼다고 보면 된다. (그 뭐지? 넌버벌 공연인가? 그거 빼고) 요새 진행하고 있는 공연연습은 소방관 이야기는 아니다. '목소리의 주인'이라고 허균과 홍길동이 나오는 작품이다.  


... 지금, 원래대로라면 나는 밀린 원고를 써야만 한다.

그런데 잘 안 써져서 브런치에 잡담을 쓰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허균에 꽂혀 산 적이 있다. 이 사람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정말 소설만 썼을까? 어느 작가들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 혹은 관심 또는 흥미 반 스푼 정도이다. 막상 찾아보니까 소설가라기보다는 혁명가에 가까웠던 것 같다. 자신의 스승이 서얼 출신이라서 그런지, 신분 철폐에 대해 많은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허균 이 사람 꽤 일대기가 흥미롭다. 사고방식이 시대를 앞서갔다고나 할까? 사명대사랑 친한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사명대사가 입 조심해야 할 거 같다는, 충고를 해줬다는 것도...


허균은 이상의 나라를 꿈꾸었다. 홍길동전은 그의 사상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허균, 끝이 너무 안 좋다. 역적으로 몰려 험한 꼴을 당하고 죽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작품을 하나 써볼까? 역사대로 진행하지 말고, 조금은 색다르게. 홍길동이랑 허균을 만나게 하면 어떨까? 둘이 만나면 서로 할 말도 많을 것 같은데. 장르는 음악극으로 해야겠다. 요새 음악극 작업이 재미있다. 음악 작곡은 한식이한테 요청해야지. 


지금 2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결국 나는 다른 곳에서 요청받은 원고를 써야만 하고,

이 잡담은 어느 정도에서 멈춰야만 한다.


인생 뜻대로 하소서.

원래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더는 시간을 끌면 안 되겠지. 


흐르는 물가에 나뭇잎 하나 올려놓듯이,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시간에 맡기고 보는 거다.

적어도 원고를 마감 치는 일이, 

나한테는 그랬다.


다시 써야겠다.



꼬랑지. 

딴짓 하나. 여기에 글을 쓰는 와중에 네이버 포스트에도 '목소리의 주인' 홍보를 썼다.

역시 단체 대표이다 보니까, 생전 안 하던 '홍보'도 다해보는구나.

맨날 작가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랬으면 세상이 너무 외로워졌을 듯...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5793191&memberNo=2298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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