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이전트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나)

by Uncle Lee

*이 글에서 말하는 AI에이전트는 코딩 에이전트에 한정된게 아니라 몰트봇같이 PC 조작 권한을 부여해서 사람이 하는 작업을 대신 수행해주는 AI비서 수준을 말합니다.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명령만 하면 스스로 작은 업무를 완성에 가까운 단계 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거나 예약을 하는등, 맥미니에 AI에이전트를 설치하여 내가 할 일을 대신하게 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죠. (물론 에이전트가 중요한 파일을 삭제하는 위험한 경우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최신 트렌드(?)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IT쪽에 몸을 담고 있지만 최신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는 성격은 아닙니다. 특히 AI에이전트처럼,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서 내 일을 대신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볼 때는 환호보다는 의심이 먼저 드는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혼자서 연구하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에이전트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이죠.


AI에이전트에 열광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사람들인것 같습니다. AI가 나오기 이전에도 어차피 사람들을 모아서 역할을 부여해주고, 목표를 제시해서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일을 해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회사의 사장 또는 리더급들. 직원을 두고 사업체를 운영한다던가 하는 것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AI에이전트는 정말 세상을 바꿀 놀라운 소프트웨어로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 AI에이전트로 기존의 몇배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면 말이죠. 작은 팀에서는 당연히 인원을 줄여 고정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길을 선택할 겁니다. 큰 조직이라면 무리하게 모험을 하기 보다는 같은 기간내에 훨씬 더 많은 컨텐츠와 제품을 만들어내는것 부터 사용하겠죠.


이렇게 매니저나 리더등 누구한테 일을 시키는 위치 또는 사람들이 한 일을 종합해서 판단한 뒤 다음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해온 사람들에게 AI에이전트는 불평 불만도 안하고, 관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특한 녀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저같이 혼자 고민하면서 제품을 만드는걸 좋아하거나 내 손에서 벗어나는 결과물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AI에이전트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때도 남에게 잘 맡기지 못하는 성격이죠.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나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어느 한 부분에서 블랙박스와 같이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보인다면 불안해 합니다. 누구를 시켜서 나온 결과물에 별로 감흥이 없고 내가 직접 복잡한 구조를 풀어서 만들어 낸 것에 큰 의미를 두곤 하죠.


실생활중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면, 병원에서 내 증상에 대해 설명해주는 의사를 만나면 믿음이 갑니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고 복잡한거 알 필요 없다고, 괜찮다고 말하는 의사를 만나면 별로 신뢰가 안갑니다. 몇 년전 집 인테리어를 했을 때도 알아서 잘 해준다는 업체보다는 이건 왜 이렇고, 어떻게 진행할거고, 어떤 결과가 예상된다고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업체에 더 믿음이 갔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AI를 완전 자동화하는데 쓰기 보다 내 일을 덜어주는 보조도구로 사용을 합니다. 손이 하나 더 생기는 개념이죠. 코딩하기 귀찮거나 조금 피로할때는 AI를 쓰는게 너무 편하고, 복잡한 작업도 정확한 지시와 가이드를 준다면 사람이 작업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코드를 만들어주니 개발이 편해진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PC 전체의 권한을 넘긴다던가, 프로젝트 전체를 설계/개발하게 시킨다던가, 개인 일정 예약을 맡기는등 실수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영역에는 AI를 쓸 생각조차 안합니다. 제 성격상 결과물을 빠르고 편하게 보는 것 보다 실수 없이 처리하는게 더 좋기 때문이죠. 나 몰래 무슨 짓을 했을지, 문제 없다고 말한 AI의 대답이 정말 믿을만 한지, 소프트웨어라는게 얼마든지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밀 수 있는지 잘 알기에 자꾸만 의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AI에이전트에 열광하는 요즘 분위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곤 합니다.


사실 기업체의 리더처럼 내 일이 너무 바빠서, 맛집 검색, 일정 예약같은 것 조차 스스로 할 시간이 없는 사람을 별로 없을겁니다. AI시대 이전에도 다 스스로 해왔던 일이니까요. 그래서 AI에이전트에게 내가 회사 가 있는 동안 어떤 일을 맡겨놓고 퇴근하고 확인해본다라는 워크플로우를 보면 '굳이 왜 그렇게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먼저 드는게 사실입니다. AI든 사람이든 누구한테 내 일을 시키려면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명확하게 지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러느니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기 때문이죠. 남이 해놓은걸 검토하는 것 역시 내가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입니다. 그 책임을 내가 져야한다면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더 크게 다가오죠.


이런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이 AI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사람들. 결과물의 정확함보다 '돌아감'이 더 중요한 경우, AI에이전트는 목표달성을 가속화 해주는 또다른 내가 될 수 있죠. 반대로 작은 실수 하나가 제품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경험을 해본 저같은 사람은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십만줄의 서버 코드에서 단 한줄만 잘못 작성해도 서버 전체가 다운되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부등호 하나 잘못 쓴 것 때문에 유저들한테 온갖 욕을 다 먹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같은 사람에게 AI는 전동드릴, 전동해머 같은 편리한 도구 수준이지, 내 일의 전부를 대신 시키고 나는 관리 감독만 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건 각자 자기가 하는 일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과 위임이 일의 본질인 사람들은 AI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체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고, 설계와 구현이 일의 본질인 사람들은 내 일손을 덜어주는 도구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에이전트를 쓴다고 해서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고, 안쓴다고 해서 뒤쳐지는 사람도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또한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는 것 역시 부정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 IT업계의 리더들이 했던 예측도 틀린적이 많았었죠. 요즘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그 어떤 예측도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AI를 안쓰면 뒤쳐지고 망한다는 공포심을 주는 사람들도 간혹 볼 수 있는데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산 속에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게 아닌 이상 AI를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될겁니다. 요즘에 스마트폰이 싫다고 안쓸 수 있는 세상이 아니듯이 말이죠.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시티폰 안써봤다고 스마트폰 다룰줄 모르는건 아니니까요.


만약 AI가 정말 사람들의 직업을 다 흡수해버려 모두다 실업자게 되게 만든다면, 단순히 며칠 더 빨리 최신 AI모델을 접했다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헛된 희망일 뿐입니다. 물론 저는 그런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하던대로 지금 내 스킬을 열심히 갈고 닦으면서 새로운 기술을 나의 속도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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