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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Jun 02. 2021

SET-UP LINE의 첫 오퍼레이터

지연으로 발탁 된 팀 배정

타지역에서의 첫 기숙사 생활

첫 회사를 퇴사하고 나는 바로 반도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오퍼레이터를 구하는 면접이라 간단하게 필기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은 한 명이고 면접자는 5명인 형태의 면접이었다. 하필 처음 면접자가 나였다. 자기소개를 해 보라고 했는데 떨려서 더듬더듬 말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회계 관련 자격증과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몇 개 취득했다.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면접관이 자격증에 대해 물어왔다. 면접관은 "회계 관련 자격증이 많은데 이거 학교만 다니면 주는 자격증들인가요?"라고 물어왔다.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학교만 다닌다고 주는 자격증이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제가 직접 필기와 실기를 봐서 딴 자격증입니다.'라고 답했다. 면접관이 한 질문은 인성 테스트였던 것 같다. 그렇게 어찌어찌 면접을 끝냈다. 4일 뒤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주에 기숙사 입실을 하고 출근을 하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직장을 타지역에서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지연으로 발탁 된 팀 배정

다음날 나와 내 친구는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동기들을 처음 만났고 오전에는 월급통장 만들기와 지문등록하기 등 회사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업무들을 처리했다. 오후에는 팀 배정이 완료되어 각자 팀으로 가라고 했다. 나를 포함해서 4 명 정도가 2공장으로 팀 배정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차를 타고 2공장으로 이동했다. 나를 포함한 3 명은 같은 팀이 되었고 다른 1 명은 다른 팀이 되었다. 우리 팀 팀장을 보게 되었는데 우리 3 명을 뽑은 이유가 팀장이 전라도 출신이라서 뽑았다고 한다. 그날 우리는 말로만 듣던 학연, 지연, 혈연 중 지연으로 팀 배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SET-UP LINE의 첫 오퍼레이터

내가 배정된 팀은 2공장에서 새로 생긴 라인(LINE)이었고 나의 사수는 본사에서 2주 전 지원 와서 일하고 있는 주임이었다. 그렇다 나와 같이 팀 배정을 받은 사람들은 셋업 라인(SET-UP LINE)의 첫 오퍼레이터였던 것이다.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본사에서 지원을 왔던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사수는 없어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사수가 없어질 예정이라 나와 동기들은 일주일 간 각자 교대시간에 맞춰서 배우고 있었다. 그 일주일 뒤 3명 중 1 명인 동기 언니는 무단결석을 하였고 결국 연락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동기 언니는 무단 퇴사를 하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팀장은 가르치고 퇴사하면 더 팀에 도움이 안 된다며 얘기했다. 퇴사를 하고 싶으면 지금 말하라고 했다. 나와 내 친구는 퇴사하지 않겠다 했고 결국 본사에서 지원 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무단 퇴사 한 동기 언니의 사수는 결국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우리 팀에 배정되었다. 그렇게 우리 3명은 셋업 라인(SET-UP LINE) 첫 오퍼레이터가 되었다.

첫 오퍼레이터가 되었다는 것은 3교대 중 1교대에서 메인을 잡는다는 얘기이다. 사수도 없고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 줄 사람이 거의 드물다는 얘기다. 또한 셋업 라인이다 보니 기계들도 변수가 많았다. 조금만 실수해도 오류가 나는 예민한 기계들은 기능들이 점점 추가되는 게 많았고 엔지니어들이 요구하는 업무들도 많았다. 기계가 이상해서 생긴 이슈들도 결국 오퍼레이터 책임이라며 혼난 적도 많다. 내가 한 실수가 아닌데도 교대 업무를 하다 보니 공통으로 혼난 적도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한 일이 아닌 사고도 같이 혼난다는 게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혼자 일하는 것과 라인에 적응을 해 나갔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났고 새로운 오퍼레이터들이 들어왔다. 새로운 오퍼레이터들이 들어온 것은 새로운 시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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