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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Jul 09. 2021

요즘 느끼는 사소한 행복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소한 행복은 존재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성장을 해 오면서 행복한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행복보다는 불행하다는 감정을 더 잘 느끼는 아이였던 것 같다. 안 좋게 말하면 부정적인 아이였다. 물론 처음부터 부정적인 아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키우기 힘든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왕따도 당했고 집단 괴롭힘도 당해왔다. 그러다 보니 그 힘든 감정들은 당연히 가정에서 소모하게 되었고 부모님이 무언가를 시키거나 훈육을 해 오면 일단 거부하고 흔히 말하는 말대꾸도 많이 해 오며 자랐다. 물론 부모님이 만만하거나 화풀이 대상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막내라는 이유로 예쁨도 많이 받고 자라왔지만 어렸을 때부터 전기 테이프를 감은 몽둥이로 훈육이라며 맞고 자라왔다. 그래서 항상 부모님에 대한 무서움도 존재 하긴 했다. 하지만 나의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은 집뿐이라 우리 가족들은 나를 항상 부정적이고 불만을 표출하는 아이로 인식했다.

고등학교를 진학 후에는 왕따는 아니었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기도 했고 괴롭힘도 없었다. 하지만 가정에서 문제가 생겼었다. 언니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타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술을 좋아했던 아빠는 내가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하루도 빠짐없이 취해 계셨고 그러다 보니 부모님의 부부 싸움도 매일 일어났다. 부부 싸움을 한 부모님은 서로를 무시했고 아빠는 밖에 나가서 술을 마시고 새벽에 취해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는 데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거의 매일 왔고 나는 데리러 갔었다. 하루는 너무 늦은 새벽이라 경찰차를 불러줄 테니 경찰차를 타고 집에 오라는 나의 말에 이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온갖 쌍욕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다 우리 아빠는 알코올 중독이었던 것이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그런 상황들이 너무 버거웠고 살면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더 부정적인 아이가 되었다.

상고를 다니고 있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부터 일을 해 오기 시작했다. 7개월간 경리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생산직 업무를 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생산직 업무를 하는 회사는 1년 7개월을 근무했다. 하지만 생산직을 다니면서 제일 먼저 그만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첫 번째 이유는 나이가 많은 조장과 나이가 많은 후임 언니들의 괴롭힘이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나를 갈구었고 본인들이 말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싹수가 없다며 나를 내리 깎으며 비난했다. 나는 그 상황에 고등학교 이후로 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들이 지금은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내가 문제인 걸까?라고 생각하고 지금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대답을 짠 것 마냥 대답해 준다. "네가 문제였다면 지금 너 주위에는 아무 사람도 남지 않았을 거야. 지금은 오히려 너를 의지하고 잘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때 당시에 그 사람들이 문제였던 거야."라고 답해 준다. 아마 그 상황들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싶어도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고 그러한 상황들이 나를 더 부정적인 아이로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알코올 중독이던 아빠는 2년 전 돌아가셨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사랑하는 사람은 현재 남자 친구이자 내년 가을쯤 나와 결혼을 앞둔 사람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와 정 반대인 남자를 찾게 되었다. 가부장적이고 술, 담배를 좋아하는 아빠와는 정 반대인 남자를 말이다. 현재 남자 친구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먹고자 하면 나의 허락을 맡고 먹는 남자이다. 가부장적이던 아빠와 달리 자기보다 나의 감정을 먼저 신경 써 주는 남자이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다정한 남자이다.

남자 친구는 나와 사귀고 초반에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남들이 봤을 때는 밝고 활발해 보이고 할 말을 다 하는 것 같지만 제일 가까이서 남자 친구가 봐 왔던 나는 혼자 놔두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국 남자 친구와 동거를 하게 되었고 약 2년 정도 같이 살고 있다. 작년 4월 수원에서 살고 성남에서 직장을 다니던 나는 엄마의 권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남자 친구와 같이 광주로 내려왔다.

광주로 내려온 지 1년 3개월에 접어든 나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기 위해 회사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이것저것 하며 지내는 중이다. 하고 싶었던 그림 공부, 글쓰기 등등 다양한 공부들을 하고 있다. 내가 그림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든 계기는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 친구가 보기에는 자존감이 낮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완성된 그림을 보면 남들은 행복해하는데 나는 행복해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남들에게는 행복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작 본인은 행복을 못 느낀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글쓰기를 통해 불행하다고 느꼈던 감정들과 다르게 사소한 행복들을 찾아보기 위해 생각해 보았다. 차분히 생각해 보니 당장 생각나는 현재 시점에서 사소한 행복은 10가지였다.

1. 자유로운 영혼으로 어느 시간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는 것

2.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

3. 잔병치레가 많기는 라지만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것

4.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행복감

5.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6. 남들이 잠든 조용한 시간에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것

7. 회사 생활을 하면서 소속감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

8. 내 하루를 내가 정해서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생기는 행복감

9. 잠들기 전 침대에서 보는 유튜브 시정으로 인한 행복감

10. 나만의 공간에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는 행복감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불행을 중점으로 살아온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생각 없이 살아오던 일상에서도 사소한 행복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불행을 중점으로 살기보다는 사소한 행복들을 중점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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