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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 글쟁이 Nov 04. 2024

글 비

나는 쓰기를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

쓰기를 피하면 아마 미쳐 버릴지 모른다.


생각이 많다.


말은 많지 않다.


그래서 생각을 풀어놓지 않으면 그 생각들이 되돌이표를 가동하여 계속 돈다.


해소가 될 때까지 무한대로 돌려버린다.


일기장에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계속 반복된다.


명상에서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란다.


근데 시시포스의 돌처럼 계속 제자리는 형벌이다.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똑같은 말 계속 반복하는 거다.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거 당연히 싫다.


종이와 펜이 있으면 쓴다.

없으면 폰 메모장에 쓴다.


내가 쓴 거 남이 보는 거 싫어서 열쇠 잠금장치가 있는 일기장을 쓴 적도 있다.


뭐 큰 비밀이라도 담긴 듯~~~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엽다.

얼굴에 무슨 생각하는지 다 표 나는 애가 뭘 숨기겠다고.


관종 기질이 있는지 어느 순간부터 여행일기를 전체공개로 쓰고 있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생각들을 공개적으로 적고 있다.


쓰는데 거침이 없는 나 글쟁이라 이름 붙였다.


내가 나를 그렇게 칭하겠다는 데 뭐?


지금 세상엔 글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내가 써 내려가도 아무도 읽지 않을 수 있다.


잠글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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